잠깐, 양화대교 건너시려고요? 위험합니다

하류측 공사 시작... 공사여부 판단, 시민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등록 2011.10.06 16:24수정 2011.10.0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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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양화대교(좌)와 선박운항을 위해서 기둥을 없앤 양화대교 조감도(우) ⓒ 서울시


양화대교 논란이 한창이다. 6천톤급 크루즈를 서해로부터 경인운하를 통해 김포까지 들여오고, 한강운하(서해뱃길)를 통해 용산까지 가져오는 것이 정부와 서울시의 발상이다. 이렇게 배를 들여오자면 양화대교와 서강대교, 마포대교를 받치고 있는 기둥간격이 문제가 된다. 이 때문에 양화대교에선 지금 상류측 공사에 이어 5일 오후 하류측 공사가 시작됐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다리 안전성'을 위해 나머지 공사를 마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언뜻 들으면 매우 합리적인 듯하다. 하지만 이는 양화대교 공사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양화대교 상류측과 하류측 다리는 각각 1965년과 1982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류측 공사가 마무리된 지금, 하류측 다리의 안전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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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은



나경원 후보 측과 서울시가 주장하는 '양화대교 공사 공정률 80%'라는 표현도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상류측 다리 공사는 100% 완료됐고, 하류측 다리는 이제 막 우회로를 놓고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려 한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내년 6월까지 다리안전을 위협하는 공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심지어 서울시민이 장기간 이용해야 하는 양화대교 임시우회로는 '면허는 없지만, 실력은 있는' 업체에서 만든 것이 아닌가! 지금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공사를 멈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양화대교 공사는 다리의 자체결함으로 인해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앞서 밝혔듯이 한강에서 6천톤짜리 크루즈를 운항하기 위한 공사이기 때문에 들여올 배가 없으면 이제라도 공사를 멈추는 것이 남은 공사비라도 아끼는 길이다.

사안의 핵심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나경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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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 2천억원짜리 골칫덩어리가 된 경인운하. 개통해도 다닐배가 없다. ⓒ 신재은


지난 6월 감사원은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서 한강운하 사업의 비용편익(B/C)가 0.52라고 밝혔다. 즉, 이윤은 커녕 100원을 투자하면 52원만 회수가 가능한 적자사업이라는 뜻이다. 최근엔 경인운하를 추진하는 수자원공사가 내부보고서에서 경인운하의 경제성이 없음을 밝혔다가 최종보고서에서 삭제한 것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즉, 양화대교 기둥 간격을 넓히는 공사를 완성한다 해도 운항할 배가 없는 셈이다. 들여올 배가 없는데 운하공사를 하는 것이 과연 예산을 아끼는 길인가?


나경원 후보가 한강르네상스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한 것이 회자되면서 일각에선 '오세훈 전 시장과 선긋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등의 해석을 낳고 있다. 하지만 발언을 보면 '양화대교는 안전성 때문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강운하 사업 가운데 수상호텔은 재정 상황상 쉽지 않다'는 수준으로, 사안의 핵심을 피해가고 있다.

한강운하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강에 배를 띄우는 것이다. 수상호텔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터미널과 마포대교와 서강대교의 기둥간격을 벌리는 공사, 충돌방지공 설치, 바닥준설 등 앞으로 배를 띄우기 위해서 들어가야 할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니, 정말 한강에 배를 띄울 것인지에 대한 의사를 먼저 밝혀야 한다.


권영규 대행은 양화대교 공사 여부 시민들에게 넘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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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어도 회복을 내세운 창의력없는 대규모 강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84년 한강종합개발(좌), 2007년 한강르네상스(우)` ⓒ 서울시


한강종합개발 이후에 유람선이 떠있는 한강의 모습은 은연중에 모두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는지 모르겠다. 이 사업의 규모와 속도를 대폭 키운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경인운하를 지나 한강운하를 통해서 서울에 배를 들여오는 계획은 오랜기간 추진되고 주저앉고를 반복해왔다. 여당과 야당 후보를 가릴 것 없이 선거만 되면 한강에 대형 선박을 띄우겠다고 공약했다.

적자뿐인 400톤 유람선을 한강에 띄우기 위해서 우리는 수질과 생태계를 포기해야 했다. 또 암묵적으로 합의해온 한강개발의 정당성에 의해 4대강이 온통 파헤쳐지는 것을 힘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서 한강에 6000톤짜리 선박을 띄우겠다고 이 난리이다. 홍수방지를 위해서 20m폭으로 시작한 굴포천 방수로가 끊임없는 로비와 욕망속에 폭 80m의 경인운하가 되었다.

한강의 400톤 유람선에서 시작해서 6000톤 선박규모의 한강운하가 되고, 팔당댐과 4대강 보에 갑문으로 연결되어 경부운하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더 늦기전에 우리는 새로운 한강의 미래상을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한강르네상스 이전인 2007년, 많은 시민들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탈 수도 있었고 강변을 거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1조 원을 들여서 완공된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비만 오면 잠기고 부서지는 세금먹는 귀신이 되었다. 여울과 모래를 통해서 스스로 수질을 정화하고, 스스로 수종을 골라 조경하는 지속가능한 강이 장기적으로 볼 때 훨씬 경제적이다.

2011년 대한민국은 '강'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피로감이 쌓이는 그런 사회가 됐다. 시민들이 양화대교 공사를 두고 중단요구와 마무리하겠다는 양측 모두다 정치적이고 시끄럽다는 듯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단지 피곤하고, 시끄럽다고 귀를 닫을 일만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간의 피곤함을 넘어서서 교훈을 얻고,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한강의 유산은 6천톤급 유람선일까, 아니면 지속가능한 형태의 생명이 흐르는 한강일까.

양화대교 논란은 단지 양화대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한강의 미래상을 합의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양화대교 공사를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권영규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과도한 책임감을 내려놓고 양화대교 공사 여부에 대한 판단을 다음 시장과 시민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이다.
#한강운하 #서해뱃길 #양화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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