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회사는 담배회사와 같다

[서평] 매리언 네슬의 <식품정치>

등록 2011.10.14 18:37수정 2011.10.1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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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겉그림 매리언 네슬은〈식품정치〉

책겉그림 매리언 네슬은〈식품정치〉 ⓒ 고려대학교출판부

식품회사는 담배회사와 같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그럴까? 담배회사는 사람의 영양이나 건강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담배는 기호식품이며 개인적인 선택 식품이기 때문에 공적인 소송 대상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식품회사들은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규제를 풀기 위해 여러 채널로 로비를 해 규제를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만약 규제사항이 법원으로부터 떨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그들은 규제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곧이 곧대로 지키려 할까? 아니다. 그들은 막대한 비용이 들더라도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애당초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애를 쓸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단체나 건강식품을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나 영양전문가들에게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산학협력체라는 채널을 통해서 말이다.


곰곰이 곱씹어 보면 식품회사도 담배회사가 추구하는 모양새가 비슷하지 않는가? 식품회사는 담배회사처럼 사람들의 영양이나 건강에 미칠 영향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그저 무엇이든 팔리는 제품이면 모두 만들어 파는 데만, 그리고 자사의 매출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문 영양학자들의 활동을 후원하면서 자신들의 회사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농업과 보건 관련 기관의 일반 공무원 대다수는 소속된 기관의 고위 관리는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람들이고, 그들의 관심사는 곧 다수당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며, 그들의 주장이 의회에서 수용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의회 의원들 역시 자신의 선거운동에 자금을 대 줄 수 있는 회사의 관심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30쪽)

이는 매리언 네슬이 <식품정치>를 통해 주장하는 바다. 그는 식품산업이 담배산업처럼 정치적인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꿰뚫어보고 있다. 식품회사의 활동은 대부분 합법적이지만 보건 전문가와 정부기관, 그리고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담배회사가 벌이는 작태와 흡사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식품회사는 담배회사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는데도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특정 식품의 과잉섭취가 심장병, 암,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등의 만성질환을 야기하는데도 식품회사들은 그에 따른 발표나 경고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야말로 담배회사보다 더 추악한 작태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비영리 공익 단체로 로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책임정치센터의 데이터는, 등록된 로비스트의 수가 1997년부터 1999년 사이에 1만 5천 명에서 2만 명 이상으로 증가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책임정치센터는 또한 이 로비스트들의 1998년 한 해 동안 로비 활동을 위해 14억 2천 달러 이상을 사용하였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 액수가 의회의 로비에만 사용되었다면 100명의 상원의원과 435명의 하원위원 '한 사람당' 평균 38명의 로비스트들의 접촉하였고, 의원 한 사람당 270만 달러에 달하는 로비자금이 쓰여진 것이 된다." (163쪽)


"르윈스키의 기억에 의하면, 그녀가 사무실을 나서고 있을 때 대통령이 전화를 했거나 내려 놓았던 수화기 쪽으로 되돌아갔다 … 대통령은 플로리다 팜비치의 알폰손 판훌과 12시 42분에서 오후 1시 4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판홀 가문은 플로리다의 유명한 사탕수수 재배업자이다." (182쪽)

앞선 인용문은 미국의 식품산업 속에 숨어 있는 로비스트들과 검은 돈의 유착관계를 밝힌 것이고, 뒤의 것은 1998년 특별 검사 케네스 스타(Kenneth Starr)가 제출한 '스타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시절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스캔들에 휩싸였다. 그정도는 세계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데, 그 속에서도 또 다른 일을 이중적으로 벌였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바로 판훌과의 전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그 무렵 고어 부통령은 플로리다의 사탕수수 재배업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징세안은 결국 통과되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하여 상하원 의원들을 움직인 로비의 힘이며, 그것이 '바로 미국 식품산업자들의 힘'이라고 네슬은 힘 주어 말한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수년 안에 재산을 곱절로 늘리는 것도 그런 흐름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네슬은 담배와의 전쟁에서 배운 점들을 식품산업 규제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연구의 확고한 기본 전제 ▲분명한 메시지 ▲명확히 규정된 개입 대상 ▲흡연자 개인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을 대상으로 한 전략 등의 금연 캠페인 성공 요인에서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그 일환의 하나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기' 캠페인을 벌이도록 종용하고 있고, 그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탄산음료와 다른 정크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 영양가가 낮은 식품 가격은 올리고 과일과 채소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여 가격을 낮추는 정책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식품산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아이들과 학교를 겨냥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아이들을 구워 삶기 위해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춘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것이요, 학교 급식 운영권도 대기업의 식품산업에 맡기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뜻 있는 학부모들은 아파트의 베란다와 텃밭을 이용해 손수 키운 식재료로 밥상을 차리고 학교 교장들도 가까운 거리의 유기농 식품을 이용한 급식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학부모들과 대부분의 학교장들은 이런 합리적인 행동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비만 수준이 미국과 유럽의 아이들을 뛰어넘고 있다. 중하위층 자녀들의 비만도는 더 높아지고 상류층 아이들도 간혹 비만을 나타내지만 대부분은 균형 잡힌 몸 상태를 유지한다. 맞벌이 하는 부부들은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균형을 잡아주지 못한다. 그저 우는 아이 달래는 격으로 과자나 달콤한 음료수를 사 먹도록 돈만 챙겨줄 뿐 직접적으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 안에서 책임감 있게 아이를 키우는 상류층 부모의 자녀들과 집 밖에서 방치할 수밖에 없는 중산층 아래의 자녀들은 교육에도 치이고 건강에도 치이는 이래저래 쌍코피가 터지는 실정이다. 그러니 뒤늦게 식품산업이 담배산업보다 더 추악한 산업이라고 비판하기 전에, 지금부터 아이들의 먹을거리를 단속해야 할 것이요, 고도로 정치화된 식품산업을 경계하고 대처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식품정치 - 미국에서 식품산업은 영양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매리언 네슬 지음, 김정희 옮김,
고려대학교출판부, 2011


#식품산업 #로비스트 #담배산업 #식품정치 #달콤한 음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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