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연애 금지'? 이유 있습니다

[나의 멘토②] 게이들의 합창단 지 보이스... 나와 다른 게이에게 배운다

등록 2011.10.25 10:38수정 2011.10.2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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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_보이스 공연 모습 ⓒ 지_보이스


일요일마다 노래를 한다. 다음 달이면 벌써 8년째다. 요즘은 다음 달 5일 여섯 번째 정기공연을 위해 일요일에 5~6시간 정도 연습한다. 나 같은 예쁜(?) 게이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 합창단이기에 노래 연습, 안무 연습, 회의들로 정신이 없다.


이 많은 것을 일요일 오후에 다 해치우려는 욕심도 한 가득이다. 연습 끝나고 하는 뒤풀이까지 생각하면 다음 달 월요일 일정에 차질이 있을 텐데도 이 살인적인 일요일 오후 스케줄에 다들 어느 정도 중독이 된 것 같다.

예쁜 게이들만 모였어요~ 지 보이스

제2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Gayful Sunday' ⓒ 지_보이스

그렇다. 나는 한국 유일의 게이들로 꾸며진 합창단 '지 보이스( G_Voice)' 단원이다. 2003년 11월 초기 모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매주 한 번씩 합창으로 나름 가지고 있던 무대에 서는 꿈을 풀고 있다.

일요일마다 만나는 지 보이스는 내게 있어 중요한 멘토다. 저마다 멘토에게 배우는 것이 다양할진데 나는 지 보이스를 통해 조금 색다른 것을 배운다. 내 멘토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니기에 멘토로서 대해야할 예절이나 윤리가 필요 없어 편하다.

다만 매번 연습시간에 빠지면 다른 단원들로부터 욕을 먹기 때문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된다. 어떤 제도의 엄격한 규정보다도 같은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과 지켜야할 원칙이 더 무서운 법이다.


내 멘토는 나에게 중요한 인생의 원칙 하나를 들려준다. 바로 성실함이다. 각각의 파트에서 한 명 한 명이 빠지면 연습하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기운도 빠지고, 연습 효과도 떨어진다. 더군다나 마음에 두고 있던 친구가 그날 연습에 빠졌더라면 그 친구가 왜 안 나왔지? 무슨 일 있나? 하는 잡념 때문에 연습은 더욱 힘들다. 그래 우리는 단원들에게 다그친다. 빠지면 죽는다고...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인 지 보이스에서 정반대의 인생의 원칙을 배운다. 욕망 조절하기다. 지 보이스는 자신들의 꿈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가창, 작곡이나 작사, 편곡, 연주, 안무, 무대 연출, 공연 기획, 디자인, 의상 제작 등 다양하다. 단원들이 직접 이러한 과정에 열정을 가지고 참여하기 때문에 저마다 각자의 다른 생각으로 의견이 충돌해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의견 도출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것이라고 표현하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이야기다. 나는 이러한 경우에 욕망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조절하는 것은 죽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보는 것이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벌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꿈의 실현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이것을 못 버티고 지 보이스를 그만두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 보이스가 여느 정치 집단처럼 권력 다툼이 심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어느 취미모임이나 이런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거기서 어떻게 자신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인데. 이제 8년째 하다 보니 그러한 내 스스로 사는 법을 터득한 것이다.

조직내 연애 금지... 원칙 지키기 참 어렵네

제1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모습 ⓒ 지_보이스

8년 동안 단원 생활하면서 스쳐지나간 사람들은 아주 많다. 지 보이스 아닌 곳에서 알게 되었더라면 관심 가졌을 법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같은 조직 내 구성원과 연애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쓸데없는 지론을 갖고 있는 나로서 가끔 이러한 원칙을 스스로 깨야겠다는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그렇다. 내 멘토는 내게 좋은 사람도 소개시켜 준다. 뭐 그렇다고 지 보이스 단원과 연애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지 보이스 안에서는 절대 연애 안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건 다 거짓말이다. 해볼까 말까 고민한 적도 있고, 시도하려고 노력한 적도 있었는데 잘 안 된 거다.

현재 지 보이스 내에서 연애하는 커플은 다섯 커플 정도 된다. 혹여 내부 스캔들로 인해 지 보이스 운영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지만 그 속에서 갈등을 회복하는 과정을 배운다는 것 또한 지 보이스라는 멘토가 우리에게 주는 인생의 숙제일지도 모른다. 그때 지 보이스는 나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줄 것이라고 본다.

요새 내가 인생에서 고민하는 중요한 이슈는 이동과 변화다. 역할 이동, 습관의 변화, 공간 이동이다. 자리를 바꾸거나 좋지 않은 것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지루한 일상에 대한 변화의 욕구에서 비롯하기도 있다. 이에 대한 준비 작업을 G_Voice를 통해 시도해 볼까 한다. 나의 멘토가 이에 대한 가르침을 줄 수 있을 거라 본다.

같이 활동하는 단원들과의 공통점은 성적지향이 동성에게 있다는 것. 나이나 성격, 습관, 가치관 등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다른 생각을 들으면 답답하기도 하지만 재미난 것도 많다. 20대 초반 친구로부터 연애에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들으면 간혹 스스로 놀랄 때가 많다. 나보다 더 깊게 생각하는 것 같고, 원칙도 확실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좀 더 멘토에 기대어 고민하려고 한다. 아마도 활동 10년쯤에는 어떠한 답을 얻지 않을까 싶다. 그때 되면 멘토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할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멘토에게 주는 선물은 아마도? ㅋㅋㅋ 그렇다. 지 보이스와의 새로운 10년 전속계약이다.

덧붙이는 글 | 너무 홍보성 글 같지만. 11월 5일에 G_Voice 여섯번째 정기공연 '동성스캔들'이 있습니다. 문의는 02-745-7942, chingu@chingusai.net, http://gaychorus.blog.me 로


덧붙이는 글 너무 홍보성 글 같지만. 11월 5일에 G_Voice 여섯번째 정기공연 '동성스캔들'이 있습니다. 문의는 02-745-7942, chingu@chingusai.net, http://gaychorus.blog.me 로
#멘토 #게이 #G_VOICE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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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활동하는 이종걸 입니다. 성소수자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 공간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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