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곡고등학교 홈페이지요즘 최고의 이슈가 되고 있는 모교
이희동
물론 졸업생들끼리는 가끔 모여서 자위하곤 한다. 그래도 화곡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들 중 꽤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고. 가수 김건모가 6회 졸업생이고, 배우 박해일이 16회 졸업생이다. 그밖에 MBC <종합병원>의 독사 역을 했던 오욱철이 고등학교 선배라는데, 그것은 확인이 안되고.
그런데 이런 졸업생들의 서러움을 알았는지 이번에는 아예 이사장,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사장의 딸이자, 홍신학원의 이사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나서서 화곡고를 대놓고 홍보 중이다. 감사가 두려워 회계장부를 무단소각하고, 선생님들의 돈을 걷어 정치자금으로 쓰는 학교로서 화곡고를 동네방네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10월 26일 서울 시장 선거가 끝나고 나면 사람들은 화곡고를 어떤 곳으로 기억하게 될까?
벽돌은 얼마든지 나를 수 있다... 누구도 학교를 욕보일 순 없다최근 나경원 후보와 관련해 화곡고의 '벽돌 부역'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지금이야 호들갑을 떨며 무슨 큰 범죄를 저지른 듯 이야기 하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 교육 현장에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 했기 때문이다.
당장 나의 경우를 보자. 난 1991년도 중학교 입학 당시 1회 졸업생으로서 체육 시간에 온갖 막노동을 다했다. 당시 학교는 운동장을 완공하지 못한 채 개교를 했었는데, 우리들은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완공하기 위해 자갈을 깔고 모래를 뿌리며 리어카를 몰았다. 어차피 어설픈 체육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막노동이 낫다는 의견들도 있었고, 또 현실적으로 학생들이 선생님의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그것은 그냥 당연하고 으레 그런 일일 뿐이었다.
이런 현실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달라질까? 물론 천만의 말씀이다. 분위기는 더욱 살벌했다. 몇몇 선생님들은 칠판에서부터 교실 끝까지 학생들의 따귀를 때리며 몰아붙였고, 창문밖으로 보면 '미친개'가 학생들에게 이단옆차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1학년 담임은 첫 수업 시간에 우리 학교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가장 강조했던 말인즉 우리 학교 이사장이 공군 파일럿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하면 된다'라는 군인정신의 나채성 이사장.
그래서일까? 화곡고의 경우 특히 교련 시간이 매우 엄격한 편이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는 교련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짜 할 말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식의 얼차려와 정신교육이 횡행하던 그때의 교련시간. 아마도 학교는 그 수업을 통해 '닥치고 공부하라'라는 의사표시를 했던 것일 테다. 그러니 내가 '벽돌 부역' 같은 일을 웃어넘길 수밖에. 당시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는 거의 비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