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어린 학교 아빠들의 모임 룩셈부르크 밴드
사랑어린 학교 막내이모
- 사랑어린학교의 가족 공동체라는 말은 어떤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할까요?"학교 공동체에서 배움이 우선인데 또 다른 한 측면은 가족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내 새끼만 챙깁니다. 이런 핵가족화 되어가는 현실에서 학교 공동체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이고 모두가 내 부모임을 배워 나가는 것이지요. 학교 운영도 가족 학년 통합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1, 2, 3…학년 시스템이 아니라 학년 통합을 하여 다섯 가족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족공동체는 온 만물과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만물, 나무 꽃 흙 달과 해… 이런 모든 것이 나와 한 몸이고 한 가족이라는 것에 눈을 뜨자는 것입니다.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세상은 나와 한 뿌리,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 만물은 나와 한 몸임을 알아나가는 공부를 하는 것이지요."
- 모든 것이 나 아닌 게 없다는 그런 뜻인가요?"그렇지요."
- 사랑어린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인도의 비노바 바베가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인도 헌법에는 가르친다는 말이 없다고 합니다. 배운다는 말이 있어도. 우리 학교는 그런 점에서 선생은 없습니다. 다 학생입니다. 배움만 있는 것입니다. 훌륭한 학생이 참된 선생인 것입니다."
- 아무리 뜻이 깊다 한들 현실하고 일치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일 텐데요.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보다는 배움이 우선이고 목적인 교사,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과 만나야 겠지요. 그런 사람들이 선생인 것이지요. 비노바 바베가 그랬지요. 아이를 신으로 섬겨야 그때 비로소 아이들이 신으로 모실 것이다. 먼저 학생이 우선이어야 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신으로 섬길 때 그때 비로소 선생을 신으로 모실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반대로 살아왔잖아요? 살아 있는 교육을 하려면 정반대의 삶을 살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사랑어린학교'는 본래 '평화학교'로 알려져 왔었는데 개명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우리 학교는 10년째로 접어들고 있는데 순천 지역에서 시민사회운동을 하는 분들이 살아있는 교육을 위해 십시일반 뜻을 모았고 그 학교를 순천 YMCA(이후 Y)재단에서 운영해 왔습니다. 하지만 Y에서는 그런 아름다운 뜻을 발현시키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학부모, 교사의 뜻과는 달리 Y 재단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살아 있는 교육보다는 프로그램만 있고 프로그램을 지속시키려는 학교였기에 끊임없이 학부모, 교사와 갈등을 빚어 왔지요. 그러다가 작년에 Y로부터 자립했고 그 이름도 바꾸었습니다."
- 학교 명칭은 '평화학교' 그대로 쓸 수도 있었을 텐데요. "Y에서 그랬죠. 학교 이름을 바꾸고 당장 나가라고. 작년 10월에 결정했는데 그 해 12월까지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집도 절도 없는데 어떻게 당장 나갈 수 있었겠습니까?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옮기는 문제를 올 12월까지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 당장 아이들이 공부할 터를 마련해야 하고…, 새로운 출발이 쉽지 않을 텐데요?"터는 조만간 마련될 것입니다. 우리 학교는 이제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가 된 것입니다. 출애굽으로부터 벗어난 것이지요. 정말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 이건 아니다, 이런 간절한 마음들이 모아져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지금 씨앗을 심어 땅에서 갓 나온 새싹, 알에서 깨어난 병아리처럼 여러 가지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뭐라고 부르잖아요? 그러다가 세상에 태어나게 되면 제 이름을 얻게 되듯이 이제 '사랑어린학교'라는 제 이름을 얻게 된 것이지요."
- 사랑어린학교가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봅니까?"우리 학교는 그동안 Y의 그늘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역할을 못해 왔습니다. 인류 사회,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회복하려면 먼저 마을 공동체를 회복해야 하는데. 우리학교가 바로 그런 마을 학교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 뜻을 품고 Y에서 자립한 것이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마을과 지역과 모색하고 얘기 나눌 수 있는 학교 말입니다."
- 자립하면서 교사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실험적인 학교를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교사들을 모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교사는 학교의 빛깔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학교가 가지고 있는 철학, 그에 걸맞은 교사를 모시게 된 것입니다. 학교 철학에 맞게 살아가는 그런 분들과 함께 새롭게 나가고자 합니다. 돈을 우선하지 않는 학교 살림살이, 자본주의 삶의 방식으로 살지 않겠다는 실험적인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부금과 같은 교육비도 자율 납부하기로 했지요."
- 보통 대안학교에서는 기부금이 학교를 움직이는 데 큰 몫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어떤 상한선도 없습니까?"우리 학교 기부금에는 상한선, 하한선도 없습니다. 형편대로 받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살림살이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걸 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인연들, 벗들과 연대해야 하겠죠. 할 수 있는 일 다 하고 하늘의 뜻에 맡겨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여기에 만족해야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교사 급여가 학교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빚지지 않고, 돈에 허덕이거나 얽매이지 않는, 그런 삶의 근간으로 살고자 하는 교사들, 그런 학교의 살림살이에 맞는, 그런 철학을 가진 교사들을 모신 것이지요. 그동안 급여가 높은 교사들이 자신의 급여를 쪼개 급여가 낮은 교사들과 나누어 왔습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 학교의 철학과 살림살이에 맞춰가는 실천 중에 하나이지요."
김민해 교장 말대로 사랑어린학교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부끄럽지 않은 세월을 들려 줄 수 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50여 가족 모두가 뜻과 마음을 모아 자본에 예속되지 않는 학교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그 실험에는 인류사회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풀어 나가고자 하는 희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희망으로 새롭게 입학할 또 다른 가족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새로운 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랑어린학교 사람들은 다들 좋은 뜻과 마음을 모으고 있기에 충분히 좋은 터를 만나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학교를 세울 당시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 그런다고 합니다. '집도 절도 없는데 나가라고 한다 해서 나가냐'라며 바보들이라고 한답니다.
사랑어린학교 사람들은 바보 같은 두더지들입니다. 앞을 볼 수 없어 사자에게 달려드는 두더지, 돈이 없으면 잡아먹힐 수 있는 자본주의라는 잔혹한 눈빛을 가진 사자에게 덤벼드는 바보 같은 두더지. 하지만 마르코스의 할아버지가 들려준 우화처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혜로운 두더지들입니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을 위한 참교육인지를 잘 알고 있는 현명한 두더지들입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두더지, 김민해 교장에게 물었습니다.
"조만간 사랑어린학교를 지원할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어떤 말을 들려 줄 수 있을까요?""아이들 스스로 꽃을 피우길 바랍니다. 자신들의 길을 가라. 하지만 혼자서는 힘든 길입니다. 그 길이 외롭고 힘들기 때문에 함께 가자는 것입니다. 이 척박한 땅에서 손잡고 함께 가자는 것입니다. 사랑어린학교는 그 길을 가는 길벗입니다. 친구가 되어 주는 역할을 할 것 입니다. 입학하는 사람들에게 물을 것입니다. 이 길을 정말로 가고 싶은가요?"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걷기 명상에서 만났던 한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는 내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가을 들녘을 걸었습니다. 아이의 손은 따뜻했습니다. 지금도 그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