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된 한옥 성북동 '혜곡 최순우 기념관'

ㅁ자 구조의 전통문화유산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보존 관리

등록 2011.10.25 20:17수정 2011.10.2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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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옛집 내부 최순우 옛집의 대문에 들어서면 ㅁ자 구조의 전통한옥이 따뜻한 어머니의 품처럼 나그네를 반겨준다. ⓒ 허성수


서울 성북구 성북2동 126-20번지에 제4대 국립박물관장을 지낸 혜곡(兮谷) 최순우(崔淳雨) 선생이 살았던 옛집이 있다. ㅁ자 구조의 전통 한옥인데, 1930년대에 건축된 것으로 80년 이상 된 고옥이다. 최순우 선생의 본명은 희순(熙淳)이고 1916년 개성에서 태어났다.

골목에서도 오랜 세월의 때가 묻은 고풍스런 자태가 금방 눈에 들어왔다. 검은 기와지붕 아래 하얗게 회칠된 벽이 주변의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다. 사랑채가 딸린 대문을 들어서니 ㅁ자 구조의 한옥이 한 눈에 꽉 찬다.


집의 평면구조는 ㄱ자 형으로 안채와 ㄴ자 형의 바깥채로 돼 있다. 마당 가운데는 작은 정원이 있고, 그 사이로 방문객들은 방문 앞에서 서성거리며 전시된 혜곡의 유품과 방안의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예 사랑방에는 신발을 신은 채 들어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최순우는 1976년부터 198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그 후 유족들이 계속 살다가 2002년 이사를 가면서 이 집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사람에 넘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나선 것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뜻을 가진 시민들의 모임인 내셔널트러스트운동이었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기부, 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유산을 확보하여 시민 주도로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시민운동으로 2002년 12월 이 집을 사서 1년 넘게 복원하고 보수했다. 2004년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 최순우 옛집을 시민문화유산 1호로 등록하고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최순우는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한국의 도자기와 전통목공예, 그리고 회화사분야에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겼다. 우현 고유섭 선생과의 만남을 계기로 1943년 개성부립박물관에 입사한 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재직하였으며, 1974~1984 제4대 관장을 역임했다. 심미안의 소유자로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탐색하는데 평생을 바쳤다.

그의 대표적인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을 이 집에서 집필했다. 특히 이 책에 처음 시작하는 대목은 부석사의 아름다운 자태를 가장 잘 표현한 명문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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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옛집 뒤뜰 최순우 선생의 옛집 뒤뜰 툇마루에 앉은 시민들이 무성하게 자란 화초를 바라보며 쉬고 있다. ⓒ 허성수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안양문·조사당·응향각 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최순우 선생의 옛집 뒤뜰의 돌벤치에는 부석사 무량수전을 배경으로 이 글을 인용한 그림엽서가 비치돼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해놓았다. 그리운 사람에게 간단하게 사연을 적어 전달하면 된다.

뒤뜰 툇마루에 앉아 생전에 그가 가꾼 온갖 화초들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에 대한 시름도 잠시 잊을 수 있다. 노란 해당화, 단풍나무, 매발톱, 맥문동, 명자나무, 모과나무, 모란, 바위취, 벌개미취, 비비추, 산국 등 이 집 앞뒤 뜰에 자라고 있는 나무와 들꽃은 종류가 무려 30가지나 된다.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은 2004년 최순우 옛집(시민문화유산 제1호)을 출연하여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그 밖에도 시민문화유산 제2호 '도래마을 옛집'(전남 나주시 다도면 풍산리 199)과 시민문화유산 제3호 '권진규 아틀리에'(서울 성북구 동선동 251-13)를 관리하고 있다. www.nt-heritag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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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같은 한옥 콘크리트 주택에 익숙한 도시인들에게 고향집 같은 정취를 풍기는 최순우 옛집의 안채 ⓒ 허성수


#최순우 #성북동 #한옥 #내셔널트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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