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남자와 나이 어린 여자의 사랑이 나쁜 걸까?

[강신주의 철학 고전읽기 ②]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록 2011.10.29 15:38수정 2011.10.29 15:38
0
원고료로 응원
 강의하는 강신주 박사.

강의하는 강신주 박사. ⓒ 권우성


"니체는 선악을 넘어설 것을 강조했습니다. <선악을 넘어서>라는 책도 썼지요. 선악을 넘어선다는 것은 일체의 선(good)과 악(evil)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주어로 하는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 나에 좋은 것(good)과 나쁜 것, 싫은 것(bad)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입니다."

선과 악. 좋은 것과 싫은 것. <철학 VS 철학>의 저자인 강신주 박사가 꼽은 니체 독해의 기본적인 도구는 개인들 각자에 기준을 둔 사고방식이었다. 강 박사는 지난 24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린 '강신주의 철학 고전읽기' 수업에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교재로 강의했다.


강 박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노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며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낙타처럼 노예의 삶을 살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가면서 차례로 주체적인 사자와 어린아이로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모든 판단의 주어가 '나'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니체는 억압에 대한 탁월한 감각 가진 철학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신은 죽었다'는 경구로 유명한 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주요한 저서 중 하나다. 강 박사는 니체의 생애를 짚으며 '신의 죽음', '생성', '긍정', '영원회귀', '초인' 등의 키워드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니체는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여자들 사이에서 자랍니다. 니체는 자신의 주변에 있던 여자들에게 억압과 학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도망치다시피 공부해서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바젤 대학의 철학 교수가 되지요. 그래서 그의 철학 전반에서는 억압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포착됩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니체가 대중을 위해 쓴 문학입니다. 니체의 책은 잘 읽히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 책이 그럭저럭 팔리면서 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것이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인 '신의 죽음과 위버멘쉬'는 주인공인 차라투스트라의 설교가 들어 있다. 2부인 '힘에의 의지'는 설교 형식보다는 차라투스트라가 조우했던 다양한 만남들과 그로부터 이뤄진 대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3부인 '영원회귀'는 16개 장의 이야기를 통해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담고 있다.


마지막 순서인 4부는 차라투스트라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지만 오해하고 있는 실패한 자유정신들과의 만남과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강 박사는 수강생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을 때는 4부부터 읽고 1부, 2부, 3부 순으로 읽어나가기를 당부했다.

 강신주 박사의 '철학 고전읽기'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강신주 박사의 '철학 고전읽기'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선과 악, 좋음과 나쁨 구분할 줄 알아야 니체 이해"


강 박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설명하며 동시에 니체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구절을 소개했다. 그는 "니체는 '좋은 것'을 '힘의 느낌이나 의지, 인간 안에서 힘 자체를 증대시키는 모든 것'이라고, '나쁜 것'을 '약함에서 비롯되는 모든 것'이라고, 행복을 '힘이 증대된다는 느낌, 저항이 극복되었다는 느낌'이라고 생각했다"며 니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니체 이해에서 스피노자 윤리학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도덕을 가르켜 흔히 '모랄(moral)'이라고 합니다. 스피노자는 도덕에 '에틱(ethics)'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에티카>를 썼지요. 모랄은 어떤 집단, 떼거리의 도덕을 말하는 것이고 에틱은 나의 도덕을 말하는 겁니다. 철학자들 중에서 스피노자와 니체 전통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에틱과 모랄을 구분하지요."

'우리'가 주어가 되는 모랄에서는 선(good)과 악(evil)의 개념이 사회적으로 정해진다. 그러나 '나'가 주어가 되는 에틱에서는 좋음(good)과 나쁨(bad)의 개념이 각각의 개인마다 다르다. 강 박사는 "독은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한 것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나쁜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나의 입장에서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니체가 <선악을 넘어서>라는 책 등을 통해 강조한 것은 일체의 선(good)과 악(evill)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주어로 하는 선·악의 구분을 넘어서 나에 좋은 것(good)과 나쁜 것, 싫은 것(bad)를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철학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나의 입장에서 평가해야 합니다. 나에게는 좋은데 사회에서 그걸 '악'이라고 규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대표적인 사례가 소설 <롤리타>에 나오지요. 나이 많은 남자와 나이 어린 여자가 서로 사랑하고 사람들은 '롤리타 컴플렉스' 등의 표현을 통해 이 관계를 매우 '안 좋게' 표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는 사회에서 지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멋진 사랑인 거예요. 인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항상 모든 판단의 주어가 '나'라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이 감각을 관철시켰던 사람들이 항상 역사를 이끌어갑니다."

 강신주 박사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강신주 박사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강 박사는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사회의 선악을 그냥 받아들이는 존재를 노예, 낙타로 표현했다"며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간이 노예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는 낙타와 사자, 어린아이라는 이미지가 등장한다"며 "우리는 누구나 처음에는 낙타처럼 노예의 삶을 산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낙타는 의무의 존재입니다. 내가 질 필요가 없는 짐을 어떤 역할을 받았기 때문에 지고 가는 사람들이에요. 낙타가 지고 가는 술이 낙타가 먹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싫어! 라고 말 못하고 날라요. 자기만의 좋음과 나쁨의 기준이 없고 사회가 정해준 기준대로 사는 것이 낙타입니다. 낙타가 좋음과 나쁨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게 되면 사자가 됩니다.

아프리카 사자에게 감히 술을 나르게 할 수 없지요. 사자 등 위에 사자가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올려놓으려면 그를 죽여야만 돼요. 마지막 어린아이가 의미하는 것은 스타일입니다. 어린 아이가 해변가에 가면 모래성을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부수기를 반복합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얽매이지 않는 행동이 가능합니다."

강 박사는 "니체는 철학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며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가면서 차례로 주체적인 사자와 어린아이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니체 #철학 고전읽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3. 3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이러다 임오군란 일어나겠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대통령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