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 수 없으나, 살고 있는 땅 '독도'

독도에서 보낸 꿈같은 1박 2일 여행

등록 2011.11.02 09:22수정 2011.11.02 09:23
0
원고료로 응원
a

울릉도 사동항에서 독도행 177톤급 독도평화호 ⓒ 이재언


작지만 아름답고 큰 매력 덩어리의 섬, 역사와 자연과 생태가 숨쉬는 곳, 때 묻지 않은 그리운 독도에 상륙해 보낸 꿈같은 1박 2일 여행은 내 생애에 가장 감동적인 순간들이었다. 필자는 섬탐험가라는 타이틀 때문에 경북도청의 초청을 받아 독도에서 일박을 하며 특강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10월 28일 독도에 상륙하여 이영희 한복 패션쇼를 감상했다. 저녁에는 독도 주민숙소에서 경북도와 동해안 5개시군 해양수산과장 등 해양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이 있었다. 이 워크숍 이전에 TV에서나 접했던 패션쇼를 독도 물량장에서 보는 맛은 좀 색달랐다.


a

국내 최초로 독도 물량장에서 이영희 한복 패선쇼 장면 ⓒ 이재언


패션쇼 주제는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 독도사랑 한복 패션쇼'였다. 디자이너 이영희 선생님은 한국의 땅 독도를 배경으로 우리의 역사의 상징하는 삼국시대 왕과 왕비 조상들의 전통 의상 한복을 복원했다. 최초로 독도에서 시도된 이번 행사는 우리의 땅 독도와 한복의 우아함을 새롭게 세계에 알리는 기회였다.

이영희 한복 디자이너는 "우긴다고 독도가 일본 땅이 되지는 않겠지만 우리 국민들과 함께 힘을 보태고 싶어 패션쇼를 기획했다, 독도 현지에서 우리 옷을 입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우리 땅 독도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가슴이 뿌듯하고 자긍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독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에 희날리는 모델들의 옷자락이 보는 이들을 압도시켰다.

독도와 한복을 연관 짓는다면 둘 다 '우리 것'이다.

a

독도 물량장에서 독도 주민 김성도 이장님과 필자 ⓒ 이재언


10월 독도의 달을 맞아 열린 워크숍의 주제는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 및 해양 경북 발전 전략 공유와 미래의 해양개발 전망'이었다. 

경상북도 김남일 환경해양산림국장은 "독도가 개방된 이후 경상북도 공무원들이 독도에서 숙박을 하면서 워크숍을 개최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써, 도 차원의 독도수호 의지를 보여준 역사적 기록이 될 것"이라며 "해양 경상북도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독도에서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a

서도의 정상 대한봉 ⓒ 이재언


a

독도의 서도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동도 유인등대와 물량장 모습 ⓒ 이재언


독도는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남쪽에 위치한 동도는 유인 등대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해양수산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높이는 98.6m, 둘레 2.8km, 면적 73.297 평방km로 장축은 북북동 방향으로 450m에 걸쳐 경사가 60도로 뻗어 있고 중앙부는 원형 상태로 해수면까지 꺼진 수직 홀이 특징이다.

서북쪽 위치한 서도는 높이 168.5km, 둘레 2.6km, 면적 88.639평방km, 장축은 남북 방향으로 약 450m, 동서 방향으로 약 300m 가량 뻗어있다. 서도의 정상부는 험준한 원추형으로 이루고 있고, 주요 시설물로 주민 숙소가 있다. 


a

독도 주민 숙소 뒤로 난 물골로 가는 998 계단 ⓒ 이재언


독도의 최초 주민 고 최종덕옹이 작은 집을 짓고 해녀들과 함께 물일을 하며 사셨던 곳인데 지금은 현대화된 건물로 새로 지어져 있다. 필자는 저녁에 이 건물에서 특강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서도의 대한봉에 올랐다.

숙소 입구 계단에 '大韓領'이라는 글자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한국인이면서도 쉽게 올 수 없는 독도의 대한봉을 오른다는 감격에 눈물이 글썽거리며 가파른 정상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예전에 독도 최초의 주민 고 최종덕옹이 직접 식수를 구하러 반대편에 있는 물골로 넘어가는 998계단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길 위에 새로이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지금의 계단이 없던 시절에 가파른 절벽 길을 올라가서 밧줄을 타고 먹을 물을 길러오기도 하고 파도가 잔잔한 날은 식수만 배로 실어왔다고 한다.

최종덕옹의 손길이 살아 숨쉬는 998계단은 70도로 가파라 밑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다. 서도의 정상은 칼처럼 가파르기 때문에 더 이상 오를 수는 없었다. 물이 있다는 물골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 바닷가에 있는 샘을 둘러보고 물도 마시면서 곳곳에 있는 그 분의 삶의 흔적을 찿아보았다.

a

독도의 서도에 물이 있는 물골로 내려가는 가파른 나무 계단 ⓒ 이재언


필자는 섬탐험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556개 섬을 두 번이나 돌아보았지만 독도에서 집을 짓고 배를 타고 해초 채취를 하면서 사는 것은 거의 100% 불가능한 곳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독도는 동해 한가운데 떠 있어 바람과 파도가 몰아 닥치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다간 고 최종덕옹이 존경스러웠다.

"한국판 로빈스크루소"인 그는 개척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자립정신으로 이 험한 독도에서 사람의 냄새가 나도록 한 것이다. 독도는 작지만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땅이다.
#한국의섬 #독도 #한복패션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 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2. 2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3. 3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4. 4 요즘 6070의 휴가법은 이렇습니다
  5. 5 길거리에서 이걸 본다면, 한국도 큰일 난 겁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