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감금돼서 채찍질 당한 여학생, 그 진실은?

[리뷰] 조세핀 테이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등록 2011.11.14 10:42수정 2011.11.1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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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겉표지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겉표지검은숲
▲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겉표지 ⓒ 검은숲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희한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당시 18세였던 여성 엘리자베스 캐닝이 4주 동안 실종된 사건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친척집에서 어머니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실종되었고, 4주 후에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어머니의 집에 나타났다.

 

엘리자베스의 말에 의하면, 4주 전 자신이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낯선 남자들에게 납치되어서 어떤 집으로 끌려갔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그 집에 갇힌 채 매춘부가 될 것을 강요받으며 물과 빵으로만 끼니를 때웠다.

 

그렇게 4주를 보내다가 엘리자베스는 감시가 허술해진 틈을 타서 탈출에 성공했다. 그녀는 자신이 갇혀있던 장소로 한 집시의 집을 지목했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었지만 해당 집에 살던 사람들은 모든 혐의를 부정했고, 그 기간 자신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주장했다. 그 4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 달 동안 감금됐다고 주장하는 소녀

 

조세핀 테이의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은 바로 이 역사 속의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주인공인 변호사 로버트 블레어는 화창한 어느 봄날, 퇴근 직전에 어느 여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건 여성은 '프랜차이즈'라고 알려진 저택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매리언이다. 그녀는 로버트에게 자신의 집이 범죄사건에 연루되었다면서 급하게 프랜차이즈로 와줄 것을 부탁한다. 로버트는 망설이면서도 프랜차이즈로 향하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게 심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 달 동안 실종상태였던 15세 여학생 베티 케인이 얼마 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녀가 그 한 달 동안 프랜차이즈 저택에 감금되어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베티는 저택에 감금된 채로 매리언과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이 집의 하녀가 되줄 것을 강요받았다. 베티가 거절하자 매리언은 베티를 가두고 채찍으로 베티를 때리면서 강제로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티가 집에 나타났을 때 그녀의 몸에는 매 맞은 자국들이 있었다. 프랜차이즈 저택의 모녀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베티라는 여자도 생전 처음 보는 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베티는 저택 안의 구조와 창문으로 바라보는 전망 등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납치됐던 장소가 이 저택이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 사건을 바라본다. 지역의 황색언론은 선정적인 방법으로 이 사건을 보도하고 주민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뉜다. 베티가 터무니없는 거짓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에 프랜차이즈의 모녀를 사악한 괴물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안에서 변호사 로버트는 프랜차이즈의 편이 되어서 그들에게 씌워진 혐의를 벗기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역사 속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미스터리

 

사건의 진상도 궁금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흥미롭다. 프랜차이즈 모녀가 정말로 결백하다면 그들은 무척이나 억울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 억울함이 경찰이나 베티에 대한 분노로 폭발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매리언과 그녀의 어머니는 침착함을 유지한다. 매리언의 어머니는 매리언으로부터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나서 "그것 참 흥미롭구나. 우리가 뭐로 그 애를 때렸다니?"라고 묻는다. 언론보도에 자극을 받은 사람들이 저택 주위에 모여들어도 별로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분노하는 것은 오히려 변호사 측이다. 평소에 태평한 성격이던 로버트는 이 사건에 관한 생각을 할 때마다 살의를 느끼고, 로버트의 친척은 베티를 가리켜서 '독살스러운 계집'이라고 표현한다. 피로 얼룩진 살인현장은 없지만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살인사건 이상이다.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을 읽다보면 범죄소설의 소재가 꼭 잔인한 살인사건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 권영주 옮김. 검은숲 펴냄.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검은숲, 2011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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