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 사회를 뒤흔든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청춘콘서트'일 겁니다.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가 1막을 내리고 나서도 김제동, 김여진과 함께 청춘콘서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열정 가득한 청춘들의 모임 '희망서포터즈 청춘학교'(이하 청춘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청춘학교'는 청춘콘서트를 만들어가는 청춘들이 단순 행사 준비만이 아니라 자신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고민을 서로 나누고 대안을 모색해 나가는 공간입니다. 자원봉사하는 청춘들의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20대가 바라는 서울시장의 모습'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액션 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
현재는 김여진과 함께하는 '액션토크'를 준비하면서 대한민국 청춘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문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였고, 그 결과로 비정규직, 등록금, 취업, 주거, 물가, 청년정치참여 6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액션플랜(실천활동)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20대가 말하는 '통일 이야기'... "통일 이야기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지난 26일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보통의 대학생들이라면 친구들과 영화보러 가기 딱 좋은 시간이었지만 평화재단 강당에 모인 이 친구들은 남한과 북한의 통일 문제에 대해 함께 강연을 듣고 통일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누고 있었습니다. 통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거창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 전문가를 초청하여 북한의 현실에 대한 강연을 듣고,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 지수를 숫자로 표기하고 서로의 평균 점수를 매겨보고, 그리고 평소 통일에 대해 가졌던 자신들의 생각들을 편안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평화인권난민센터 좋은벗들 북한연구소의 한 북한전문가는 좋은벗들에서 발행하는 '오늘의 북한소식'을 인용하여 북한의 최근 실상에 대해 자세한 브리핑을 해주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사와 농사입니다. 북한은 화폐개혁 이후 자생적 돈주들이 몰락하고, 중국계 화교들이 주도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달리기 장사'라고 부르는 신흥 돈주들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각 부문별로 세대 교체가 이뤄지면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고, 사회적 불안감은 곧 통제와 검열을 강화하게 되었고 이는 장사를 위축하여 주민들의 생계를 더욱 위축되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사의 경우는 곡창지대의 연이은 홍수로 생산량이 급감하여 배급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심지어 평양 외곽지역까지 배급이 중단되는 사태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1년치 받아야 하는 배급량을 2~3개월치 밖에 못 받기 때문에 고리대업이 성행하게 되었고, 올 겨울이 지나고 내년 2월부터 춘궁기가 닥치면 초근 목피로 생명을 연명해야 하는 극심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이렇게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까 북한 정부에 대해서도 진저리를 내고 있고, 이는 민심이반이 만연한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세대 교체기에 차별을 받은 간부 계층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워낙 통치권이 강력하기 때문에 중동의 혁명과 같은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청춘학교 학생들은 북한에 대한 자세한 소식들을 경청하고 곧바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북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나니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졌지만, 토론은 좀 더 가볍고 즐거운 느낌으로 시작되었습니다. 7~8명씩 조로 나뉘어져서 토론이 진행되었는데, 토론 주제는 '우리 조의 통일지수는? 10점 만점에 점수로 매겨보기'와 '내가 원하는 통일, 통일이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였습니다. 통일지수를 매겨보면서 통일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되었습니다.
"통일을 꼭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지금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합니다. 해야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할 필요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되면 좋겠는데 막연해요."
"통일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나라 경제가 안정되어서 여유가 생길 때 통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우리나라도 많이 불안정하잖아요. 여기에 북한까지 통합해야 한다면 골치 아플 것 같아요."
"다들 경제적 문제만 이야기하는데, 저는 경제적 문제 보다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봅니다. 선거 때마다 전라도와 경상도의 지역갈등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수준에서 어찌 북한까지 포용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여당 야당이 맨날 싸운다는 것. 그런 정치 수준으로는 글쎄요."
"통일 이야기 하면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아요. 통일 되면 북한 사람들과 또다른 갈등을 불러올 뿐인 것 같아요. 전 통일에 대해 좀 부정적입니다."
"통일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생활하면서도 그다지 큰 필요성을 못느껴서요. 통일을 왜 해야하는지 누가 좀 합리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통일 이전에 문화적인 교류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서로 친숙해지고 우호적이 되는 것이 먼저일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같은 민족이니까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북한에서 굶어죽는 주민들 이야기를 들으니까 배고픈 사람은 우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통일은 그 다음 문제인 것 같고요."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요약하면 남한이 받을 경제적 부담이 크고 아직은 마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준비가 많이 안되어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렇지만 멀리 봤을 때는 통일을 해야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통일되면 김일성대학교 친구들과 미팅을..."
토론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가 "통일이 되면 무엇을?"이라는 주제로 서로의 상상력을 이야기해보는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통일이 되면 꼭 해보고 싶은 것에 대해 상상해 본 결과입니다.
"통일이 되면 한복을 자유롭고 편하게 입어보고 싶어요. 남한은 한복 잘 안입는데, 북한 사람들은 한복 잘 입잖아요."
"기차 타고 유럽까지 가보고 싶어요. 비행기가 아닌 육지로 국경을 넘는 기분, 생각만 해도 설레일 것 같아요."
"저는 김일성대학교 학생들과 미팅을 나가보고 싶어요. '조인트 엠티'는 어떨까요? 장소는 DMZ로 가는 겁니다."
"과학기술 교류를 위해 핵시설 견학을 해보고 싶어요. 남한보다 월등히 앞서 있을 것 같은데…"
"협동농장으로 농활을 가보고 싶어요."
통일이 되면 어떨까 대학생들의 상상력으로 나눠본 이야기입니다. 재미있지요?
다음은 한미FTA에 대해 액션 플랜을 연구하고 있는 'FTA'조의 토론 결과입니다. 통일 지수에 대한 평점은 5.25점이 나왔네요. 토론에 참여한 조 중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통일에 대해 "우리는 한민족이니까, 뿌리를 찾아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대답을 한 친구도 있었고요. 군입대를 앞둔 한 남학생은 "국방비를 줄인다면 통일비용이 충분히 충당 가능하다"는 의견도 주었습니다. 또, 경제학을 전공한 친구는 "정전국이라는 특성으로 인한 투기 자본의 위험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습니다.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으로 "통일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너무 높다. 60년 이상 분단되었기 때문에 문화적 충격이 클 것이다" 등도 나왔습니다.
통일이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더니, "매스 게임을 구경하고 싶다", "북한 전역을 여행 다니고 싶다", "북한 맛집 탐방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내었는데,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남남북녀의 진상을 꼭 규명하고 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주거, 정치무관심, 등록금" 문제에 대한 액션 플랜을 연구하고 있는 조의 토론결과입니다. 통일지수의 평점은 7.7점으로 토론한 조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통일이 되면 하고 싶은 일을 물어봤더니, 스키를 좋아하는 한 친구가 "개마고원에서 꼭 스키를 타보고 싶어요" 라고 했는데, 다른 친구가 "고산 지대여서 아마 힘들 걸…" 해서 순간 좌절하는 표정을 지어,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이 외에도 "백두산 종주를 해보고 싶다", "김연아가 북한의 자연 빙상장에서 트리플 악셀하는 것을 꼭 보고 싶다"는 재미난 상상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가장 청중들의 반응이 좋았던 의견은 "남북의 지도자를 서로 바꿔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청중들 중에 한 명이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서로 바꾼다고 해서 글쎄… 더 나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의 고통에 대한 무거운 주제에서 출발했는데, 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분위기가 유쾌하고 즐거워졌습니다. 북한과의 통일도 마찬가지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저 배고픈 북한주민들 어떻게 먹여 살리지? 아휴 돕긴 도와야 할 것 같은데 외면하고 싶어'라는 무거운 마음에서 시작하지만, 새터민들을 만나고 이산가족이 상봉하고 북한주민들과 한발자욱씩 가깝게 다가서서 교류를 하다보면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오늘 우리들과 같이 즐겁게 대화 나눌 수 있는 그런 날도 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요즘 20대 대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