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의 '히'씨 할아버지를 만나다

히말라야의 바람과 문명의 바람이 결전 중인 도시 마르파

등록 2011.12.07 19:12수정 2011.12.0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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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파는 고요하고 맑은 고대 도시다. 마르파 사과는 네팔인들에게 유명하다. 기자는 마르파도 두 차례 찾은 바 있고 이번이 세 차례다. 그들은 불심이 깊은 몽골리안들로 강한 결속력을 갖고 살아간다. 사실 산중에 대부분은 몽골리안들이다. 그들은 그 어느 곳에서 살아가도 강한 결속력이 최대 장점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그런 강인함이 척박한 산중에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을 듯하다.

 

a 좀솜에서 만난 더비 더비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일하다 쫓겨났다. 하지만 그녀의 여동생 산티는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전주의 한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눈줄기가 배경으로 보인다. 좀솜 공항에서

좀솜에서 만난 더비 더비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일하다 쫓겨났다. 하지만 그녀의 여동생 산티는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전주의 한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눈줄기가 배경으로 보인다. 좀솜 공항에서 ⓒ 김형효

▲ 좀솜에서 만난 더비 더비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 신분으로 일하다 쫓겨났다. 하지만 그녀의 여동생 산티는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갖고 전주의 한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히말라야의 눈줄기가 배경으로 보인다. 좀솜 공항에서 ⓒ 김형효

 

곧 좀솜 공항 인근에 숙소를 찾아온 여성 더비는 한국에서 일하다온 네팔 사람이다. 그녀의 여동생은 아직도 한국 전주의 한 일식당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에 살고 있는 동생에게 간단한 먹거리를 보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침 전주에서 온 김판용 시인과 성백선 신한은행 지점장께서 흔쾌히 전달해주겠다고 했고 마르파에 다녀와서 보기로 했다. 산중에 사람들은 좀솜에서 마르파까지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처음으로 좀솜에서 마르파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는 만만한 평지는 아니다.

 

a 이방인의 스케치 한 이방인 여성이 각배니 강을 바라보며 강바람과 마주 앉았다. 마치 바람을 그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곡의 바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멋지다.

이방인의 스케치 한 이방인 여성이 각배니 강을 바라보며 강바람과 마주 앉았다. 마치 바람을 그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곡의 바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멋지다. ⓒ 김형효

▲ 이방인의 스케치 한 이방인 여성이 각배니 강을 바라보며 강바람과 마주 앉았다. 마치 바람을 그리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곡의 바람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멋지다. ⓒ 김형효

 

왜냐하면 묵디낫 그리고 그 위 안나푸르나 히말라야에서 시작된 계곡의 바람이 세차게 불기 때문이다. 각배니 강이 흐르는 좀솜과 마르파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매우 심하다. 처음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마르파에 세 번째 찾아가면서도 그 바람을 경험한 사람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험난한 히말라야의 높이에만 고난을 떠올린다. 그러나 사람 살아가는 것이 매사에 평탄하지만 않은 것처럼 자연의 길도 그러하다. 험하다 믿고 간 삶의 길이 때로 평탄대로를 걷는 것보다 수월한 때도 있지 않은가? 그뿐인가? 평탄대로라 믿고 간 길에 뜻하지 않은 고난도 겪는 것이다. 마르파가 그러하다.

 

a 퇴적의 흔적을 보다 강가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파돌들이 엉켜 있다. 그 위에는 진흙들이다. 가끔씩은 탄화석들이 눈에 띠기도 한다.

퇴적의 흔적을 보다 강가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파돌들이 엉켜 있다. 그 위에는 진흙들이다. 가끔씩은 탄화석들이 눈에 띠기도 한다. ⓒ 김형효

▲ 퇴적의 흔적을 보다 강가나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파돌들이 엉켜 있다. 그 위에는 진흙들이다. 가끔씩은 탄화석들이 눈에 띠기도 한다. ⓒ 김형효

 

a 여유로운 산행 중에 웃음 산행 중 만나는 모두는 평화의 수호자들 같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항상 맑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로운 산행 중에 웃음 산행 중 만나는 모두는 평화의 수호자들 같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항상 맑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형효

▲ 여유로운 산행 중에 웃음 산행 중 만나는 모두는 평화의 수호자들 같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항상 맑고 밝은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형효

마르파는 어머니 품속처럼 안온한 곳이다. 마르파 뒷산은 해발 8000미터가 넘는 다울라기리 봉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는 잘 알려진 히말라야는 아니지만, 히말라야 봉우리 중에서도 8000미터를 넘는 봉우리니 이번 기회에 알아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르파는 네팔 사과의 주산지다. 작은 산골마을이다. 이곳에 사과는 일본인들이 투자해서 와인으로 생산되기도 하고 보드카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네팔 사과는 험한 산중에서 생산되어서인지 모르지만 매우 밀도가 높다. 보기에는 아주 작지만 사과를 먹어보면 한참을 먹을 만큼 밀도가 높다. 작은 사과를 오래도록 먹는 신기한 경험을 한 것이다. 

 

일본인들은 일찍 네팔과의 다양한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들의 투자는 마르파 마을을 가꾸는 일부터 사과 와인을 생산한 일, 보드카를 생산한 일이다. 일본인들이 생산한 자포니카라는 쌀은 네팔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찰기 있는 쌀이기도 하다. 그들의 협력은 경제 분야만이 아니다. 우리가 산악인들의 낭보를 들을 때 그들은 네팔사람들과 더 깊은 인연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몇 사람의 산악인이 히말라야를 올라 국민들이 그들의 이름을 떠올릴 때 일본인들은 네팔과 긴밀한 친분관계를 맺고 있었다. 생각을 깊이 해볼 일이다.

 

a 좀솜 공항 인근에 노점상 좀솜 공항 인근에도 노점이 생겼다. 버스가 다닌 후 바뀐 풍경이다.

좀솜 공항 인근에 노점상 좀솜 공항 인근에도 노점이 생겼다. 버스가 다닌 후 바뀐 풍경이다. ⓒ 김형효

▲ 좀솜 공항 인근에 노점상 좀솜 공항 인근에도 노점이 생겼다. 버스가 다닌 후 바뀐 풍경이다. ⓒ 김형효

 

염려했던 것처럼 마르파 인근에 도착했을 때 세찬 바람을 맞았다. 예상보다 긴 여정이었다. 2시간 30분은 걸린 듯하다. 곧 마르파의 지인인 디네스의 집을 찾았다. 그는 지금 동대문에서 네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네팔 산중의 청년이 한국에 새로운 성씨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해서 아들을 나았다. 그는 한국인 최초의 "히"씨다. 디네스의 성씨는 히라천이다. 그는 한국에서 20년을 살았다. 아들을 낳고 '히동구'라 가족관계부에 등재했다. 다울라기리의 장엄하고 마르파의 안온한 기운을 가진 한 청년과 그의 아들이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자는 그의 부모님을 만났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소개로 한 레스토랑을 찾아 네팔 와인 맛을 보았다.

 

짧은 시간 만남을 갖고 마르파 마을을 둘러보았다. 마을 중앙에 대형 불교사원을 중심으로 그 곁에는 마을회관이 있다. 마을의 중대사를 논하는 자리다. 마르파의 청년이라면 한번은 마을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외국에 거주하더라도 자신의 차례가 오면 마을의 세 명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그리고 마을의 주요사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몇 년 전 한국에 있는 디네스 히라천이 기자에게 자신이 마을의 지도자가 되었다면 전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마르파 청년의 의무라는 말을 덧붙였다. 디네스의 부모님과 짧은 인사를 마치고 곧 좀솜으로 발길을 돌렸다.

 

a 줄지어 선 당나귀 당나귀나 말이나 산 사람들에게는 공존하는 벗과 같다. 모두 삶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줄지어 선 당나귀 당나귀나 말이나 산 사람들에게는 공존하는 벗과 같다. 모두 삶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 김형효

▲ 줄지어 선 당나귀 당나귀나 말이나 산 사람들에게는 공존하는 벗과 같다. 모두 삶의 길잡이가 되기 때문이다. ⓒ 김형효

 

급하게 서둘러 돌아오는 길이다. 당나귀와 말, 야크와 염소, 거친 바람과 거친 삶을 이겨내는 네팔 산중의 사람들과 만났다. 그리고 숙소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하고 몸을 씻으려는데 오전에 만난 더비가 찾아왔다. 기자는 커피숍을 찾았다. 그 시간에 전주에서 온 일행 두 분은 더비네가 운영하는 안나푸르나 식당으로 그녀와 그녀의 가족이 전하는 먹거리를 받으러 갔다. 식사 초대를 했지만 우리는 이미 주문을 마친 상태였고 산중에 사람들에게 작은 부담이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정중히 사양했다. 히말라야 계곡에 커피숌 그리고 인터넷 지프차와 버스 낯설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히말라야의 거친 바람과 문명의 모진 바람이 히말라야 계곡에서 결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우리는 곧 산중의 여행을 마치고 경비행기를 타기 위해 좀솜 공항으로 들어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2011.12.07 19:12ⓒ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네팔 마르파 #한국인 최초 '히'씨 가족 #히동구 #김형효 #네팔 디네스 히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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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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