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 만나는 게 일...이 남자 부럽다

[책동네 새얼굴 - 12월 둘째 주] <내가 만난 술꾼> <정연주의 증언> 외

등록 2011.12.09 11:32수정 2012.02.1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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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만난 술꾼> 표지
<내가 만난 술꾼> 표지자음과모음
[새책①] <내가 만난 술꾼>
임범 씀, 자음과모음 펴냄, 2011년 11월, 232쪽, 1만3000원

<한겨레21>에서 임범의 글을 처음 봤을 때, 속이 뒤집어졌다. 너무 부러워서. 지금도 그렇지만, 취재를 빙자(?)해 술을 마시고 술을 빙자해 취재를 하는 게 내 꿈이었다. 하지만 주당도 아니고 '유명한' 친구도 없는 나는 매주 질투심을 느끼며 그의 글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대중문화평론가 임범이 그의 술친구들의 삶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한겨레> 문화부 기자 출신의 임범. 그가 술잔을 기울이며 만난 소설가, 영화배우, 영화감독, 미술가 그리고 보통 사람들의 삶을 '사적으로' 기록했다. 이제는 너무 흔해진 '취중 인터뷰'가 아니고 인물에 대한 저자의 느낌과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쓰인 '관찰기'라 더 생생하고 더 '따땃'하다.

 <정연주의 증언> 표지
<정연주의 증언> 표지오마이북
[새책②] <정연주의 증언>
정연주 씀, 오마이북 펴냄, 2011년 12월, 388쪽, 1만5000원

한때 보수언론은 그를 '노무현정권 코드인사의 대표주자'라 불렀다. 그가 2008년 KBS에서 쫓겨난 뒤, 지금 그는 'MB정권 언론장악의 대표사례'가 되었다. 1975년 <동아일보>에서 해직된 뒤 33년이 지나 다시 '해직 언론인'이 된 정연주. 이 책은 그가 왜 KBS에서 해임되었는지를 밝히는 생생하고 당당한 '자술서'다.

검찰, 감사원, 국세청, 한나라당, 보수언론, KBS 노조까지 하나되어 자행한 '정연주 제거작전'. 하지만 법원은 두 번이나 그의 해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MB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보고 기록했다.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에서 KBS 기자들이 쫓겨나는 까닭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베트남> 표지
<미안해요! 베트남> 표지푸른역사
[새책③] <미안해요! 베트남>
이규봉 씀, 푸른역사 펴냄, 2011년 12월, 351쪽, 1만7000원


우리는 역사적으로, 전쟁을 이야기할 때면 늘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가해자의 입장에서 서기 시작한 때가 바로 베트남전쟁이다. 그곳에서 한국군이 행한 민간인 학살은 오랜 세월 역사의 그늘 속에 숨겨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현장을 답사하며 쓴 '반성문'이다.

저자는 자전거로 1798킬로미터를 달려 베트남을 종단했다. 그 길에서 찾은 학살의 현장에서 그는 제주 4·3항쟁과 광주민중항쟁을 비롯한 우리 현대사 속 학살을 떠올리며, 그것이 '반공'이라는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음을 밝혔다. 베트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것은 곧 우리 현대사의 질곡과 화해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십대 마음 10대 공감> 표지
<십대 마음 10대 공감> 표지찰리북
[새책④] <십대 마음 10대 공감>
김미경·이수정·지현남 씀, 찰리북 펴냄, 2011년 12월, 224쪽, 1만2000원

한때 고등학생 독서지도 일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필독도서'라고 짚어준 책들은 하나같이 내가 읽기에도 어려웠고, 솔직히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십대들에게 자신과 세상에 대해 알려줄 '쉬운' 책들이 간절했다. 이 책은 그때의 나처럼 십대들과 책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어른들을 위한 독서교육 지침서다.

'책으로따뜻한세상을만드는교사들(책따세)' 소속의 교사 세 명이 십대들의 고민을 잘 담고 있는 성장소설 스무 권을 함께 읽었다. 십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나'를 알고 '너'를 이해하고 '사회'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함께 책을 읽고 대화의 초점을 정리하는 '활동지'가 있어 활용하기 편하다.

 <성공한 개혁가 룰라> 표지
<성공한 개혁가 룰라> 표지한울
[새책⑤] <성공한 개혁가 룰라>
백계문 씀, 한울 펴냄, 2011년 11월, 280쪽, 2만2000원

선반공 출신으로 2003년 브라질의 대통령이 된 룰라. 한쪽에서는 그를 '좌파 독재자'라 불렀지만, 다른 쪽에서는 '21세기 혁명가'라 칭송했다. 그는 우파 정당 등 12개 정당과 정책연합을 구성해 개혁을 추진했는데, 그 때문에 좌파 일각으로부터 '변절'이라 비판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룰라의 정치개혁에 대한 보고서다.

퇴임 직전 지지율 87%. 그가 8년 동안 남긴 성적표다. 저자는 그가 '통합의 리더십'으로 민중 정당을 제도 정치권에 세우고 국민경제를 외채의 늪에서 구제한 점에서 그를 '성공한 개혁가'로 평가한다. 논문 형식의 글이라 좀 어렵지만 내년 총·대선을 바라보고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한번쯤 공부해야 할 책이다.

내가 만난 술꾼 - 임범 에세이

임범 지음,
자음과모음, 2011


#새책 #신간 #책소개 #임범 #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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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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