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숙면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1초가 아깝다.
김지현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졸음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무실 안 내 자리는 사면초가를 방불케 한다. 회사의 막내에게는 보통 개방된 곳의 자리나 상사분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으로 자리가 배정되기 때문. 그 때문에 제대로 쉴 수 없다. 항상 주변의 분위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는 몰려오는 졸음을 쫓거나, 졸음에 굴복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잘만하면 이 두 가지를 모두 누릴 수 있다. 이럴 때면 나는 유유히 화장실로 향한다. 가급적 사람이 붐비지 않는 화장실을 택하는 것이 좋다. 함께 막내로 들어와 회사생활을 함께 하고 있는 내 동기는 이런 방법을 이용해 가끔 화장실에 가서 5분 정도 숙면을 취하는 자체휴식을 취하곤 한다. 어느 날, 잠깐의 숙면을 취하고 온 그녀는 졸음과 한바탕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변기 뚜껑을 닫고 변기 뒤쪽에 있는 선반에 머리를 대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아직 나는 그런 경지(?)까지는 오르지 못해 숙면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나름대로 졸음을 쫓는다.
나는 화장실에서 쉬다 오는 방법뿐만 아니라 또 다른 휴식 방법을 쓴다. 바로 복사실로 복사하러 가는 것. 내가 일하는 곳은 복사실이 사무실과 좀 떨어져 있다. 덕분에 복사실은 복사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쿨하게 쉬는 장소도 된다.
복사실에 가면 꼭 내가 코피스족이 된 듯한 기분이다(코피스족은 카페에서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업무를 보는 직장인을 의미하는 신조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보고 싶었던 책이나 자료들을 복사하면서 잠깐이나마 곤두섰던 촉수를 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복사할 일도 생기지 않거니와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이 꼼수를 부리지 않은 지 오래다.
주위를 살피고 감행한 산책... 참 괜찮네!앞서 고백한 나의 꼼수들이 좀 소극적인 그것이라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꼼수는 좀 대범(?)한 편에 속한다. 바로 밖으로 나가는 것. 밖으로 나갈 때는 실내에서 신고 있던 실내화를 신고, 반드시 서류를 챙겨야 한다. 돈도 지갑에 넣어가기보다 필요한 금액만 따로 주머니에 넣고 나가길 권한다.
이렇게 몰래 나가 무엇을 하느냐고? 나는 주로 회사주변을 산책한다. 가끔 간식도 사 먹지만 남들 일할 때 혼자 달콤한 것을 먹는 게 양심에 찔려 그만뒀다. 밖에 나가 시원하게 바람을 쐬며 회사 주변을 한 바퀴 걷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굳었던 몸도 어느 정도 풀려 다시 일할 기분이 샘솟는다.
물론 회사에 다시 들어갈 때는 조심해야 한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숨을 가라앉혀야 한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서류를 들고 다른 부서에 다녀왔거나, 복사실을 다녀왔다는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매번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은밀하고 신속해야 할 꼼수... 때로는 좀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