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사고, 관리감독원 5일 내내 없었나

사망자 수첩에 관리자 입회여부 미기입... 코레일테크"사실 확인 못 한다"

등록 2011.12.12 15:43수정 2011.12.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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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자정무렵 발생한 공항철도 사고와 관련 시공사인 코레일테크의 총체적 관리 부실 문제가 제기됐다. 사고 당일을 포함해 앞선 4일 동안의 작업에도 관리감독원이 입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

총 작업 5일 동안 감독원이 입회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망자들이 작업신고 등의 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선로에 들어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작업이 통상적으로 감독원이 입회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

'감독원 입회' 기록하지 않은 사망노동자의 수첩

공항철도 사고 사망자 정덕선씨가 기록한 작업일지. 매번 감독원의 입회여부를 기록해 왔다. 그는 감독원이 없는 날은(붉은 색 사각형) 기입하지 않거나 '감독 입회 취소'라고 적어 왔다. ⓒ 최지용


<오마이뉴스>는 12일 이번 사고로 사망한 정덕선씨의 수첩을 입수했다. 2011년 다이어리 형태의 수첩에 그는 현장위치와 투입인력, 작업내용을 비롯해 관리감독원의 입회 여부까지 일자별로 꼼꼼히 적었다. 그가 꾸준히 기록해온 습관을 보면, 관리자가 입회했을 경우 '감독입회'라고 썼지만 입회하지 않았을 때는 '입회 취소'라고 쓰거나 아예 기입하지 않았다.

사망한 노동자들이 투입된 작업은 지난 5일 시작해 9일까지 5일 동안 진행된 것으로, 정씨는 작업 초반인 5일과 6일 작업내용을 각각 4일과 5일 칸에 기록해 넣었다. 작업이 5일 새벽, 6일 새벽에 진행됐기에 작업투입 전날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일을 포함해 5일 동안 진행된 작업 관련한 정덕선씨의 기록. 그는 작업 첫날과 둘째 날에만 기록했고 그 뒤 사고가 난 9일까지는 하지 못했다. 정씨가 기록한 이틀에도 감독원의 입회 여부는 적혀있지 않다. ⓒ 최지용


문제는 이날 기록에 관리감독인의 입회여부가 적혀 있지 않은 것. 그의 앞선 기록에서도 감독인이 입회하지 않은 날이 수차례 발견됐다. 코레일테크 감독인들의 작업 미입회가 만연돼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선로 위에서 벌어지는 모든 작업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항상 열차감시원과 작업감독원의 입회하에 진행하게 돼 있다.

정씨의 유가족들은 "평소에 워낙 꼼꼼한 사람이라 안전이나 작업부분에서 무엇을 소홀하게 했을 사람이 아니"라며 "감독원이 없었으니까 적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씨가 7일부터 사고를 당한 9일까지를 기록하지 않은 것에 "업무량이 과도해져 기록하지 못한 게 아니냐"며 "검안 구간 작업에 투입되고 나서 몹시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평소 다른 구간을 담당하는데 이번 사고 구간 작업에 파견 근무를 했다.

말 바꾼 코레일테크... "작업일지는 보안사항"

이에 사망 노동자들의 소속회사인 코레일테크 측은 "감독원의 입회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고당일에만 감독원이 입회하지 않았다"는 당초 발언을 뒤엎은 것이다.

박흥수 코레일테크 사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고에 앞선 작업에서 감독원이 투입됐는지 여부는 보고받지 못했다"라며 "이 전에 입회했다고 한 것은 통상적으로 입회하는 게 원칙이라는 말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사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1~3일차 작업 시에는 임아무개 소장(불구속 입건 수사 중)이 현장에 입회했고, 4일 차는 확인을 못 했다"라며 "불행하게 사고가 발생한 날에는 (임 소장이 현장에 없었고), 손아무개 기술원과 오아무개 대리가 입회하도록 돼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코레일테크 측은 감독원의 입회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작업일지를 "경찰에 넘겼고 계약상 보안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공항철도 #인천공항 #송영길 #코레일 #코레일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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