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먹거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골학, 사토야마학(里山學)이 필요한 이유

등록 2011.12.21 09:47수정 2011.12.2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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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비 모형 전시품을 학생들이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 박현국

 따비 모형 전시품을 학생들이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 박현국

시골학, 사토야마학이라는 제목으로 시골 생활을 연구하고 전시회를 여는 곳이 있습니다. 류코쿠대학 사토야마학 연구팀에서는 그간 연구해온 연구결과와 학교 옆 마을에서 빌려온 농기구나 실타래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지난 12일부터 시작하여 24일까지 열립니다. 지난주 토요일 17일에는 여러 해 동안 목공예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 연구해온 전문가를 모셔서 초청강연을 열기도 했습니다. 이때에도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기도 했습니다.

 

사람은 땅에서 나는 열매와 푸성귀 등 먹거리를 먹고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농산물을 공장에서 만드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시화와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땅의 소중함과 먹거리의 가치를 외면하고 살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사토야마학이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토야마는 우리말로 말하면 시골이라는 뜻입니다. 사토야마학은 시골학입니다. 시골이 어떻게 학문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급격한 근대화, 서구화 등으로 농촌인구의 감소와 저 출산  등 비슷한 사회 현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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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여러 가지 농기구나 전시 판넬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농기구는 학교 가까이 마을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을 빌려온 것입니다. ⓒ 박현국

 학생들이 여러 가지 농기구나 전시 판넬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농기구는 학교 가까이 마을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을 빌려온 것입니다. ⓒ 박현국

농촌에 사람이 줄어들고 사는 사람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잘 가꾸어야 할 숲 역시 방치되고 있습니다. 숲에는 나무와 풀이 있고 짐승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떠나고, 짐승들이 사라지고, 방치된 숲에는 자연도 숨쉬기 어려운 곳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무 밑에도 햇볕에 들어서 나뭇잎이 마르고, 썩어서 걸음이 됩니다. 칡넝쿨이 자라면서 나무나 나무 밑에 있는 나뭇잎도 모두 삼켜버리고 있습니다. 옛날 숲에 있던 짐승들이 칡넝쿨이나 잎을 먹거나 소 먹이로 사용했기 때문에 칡이 나무를 덮는 것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러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옛날 소나무 잎이나 소나무 밑가지를 잘라서 연료로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숲에서 나무를 잘라서 숯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숯을 만들지 않습니다. 나무들이 너무 자라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값싼 동남아시아 숯이 시장을 덮고 있습니다. 경제 논리가 가져다 준 상처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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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공예 등 나무로 만든 수공예품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일본 목공예품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해온 시오노 요네마츠(?野米松) 선생님이 목공예품의 중요성과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강연하시는 선생님 옆에 놓인 것은 우리 키와 비슷하게 사용한 것입니다. 일본 것은 길이가 좀 짧습니다. 각 지역에 따라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목공예 등 나무로 만든 수공예품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일본 목공예품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해온 시오노 요네마츠(?野米松) 선생님이 목공예품의 중요성과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 강연을 하셨습니다. 강연하시는 선생님 옆에 놓인 것은 우리 키와 비슷하게 사용한 것입니다. 일본 것은 길이가 좀 짧습니다. 각 지역에 따라서 다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었습니다. ⓒ 박현국

근대화, 현대화된 지금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때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기록하고, 연구하고, 자료로 남겨서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삶의 원초적인 방식이었고,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소박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속에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서 품고 있던 자연관이 스며있고, 인간과 자연이 교류하던 원초적 사상이 숨쉬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쌀로 밥을 지어서 먹습니다. 논농사를 통해서 쌀을 얻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먹고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산 속에서 자라는 도토리, 밤, 감 등은 쌀보다도 더 먼 옛날부터 먹던 먹거리였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도토리를 주워다 가루로 만들어서 묵을 쑤어서 먹습니다. 일본에서도 도토리를 먹었던 흔적은 과거 유물이나 유적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먹지 않고 있으며 먹는 방법조차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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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이 전시된 판넬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들 전시판넬은 민속학이나 박물관 학예원 과정 학생들과 디자인 전문가, 고고학 연구가들이 지도 선생님과 공동으로 일년간 공들여 만든 것입니다. ⓒ 박현국

 학생들이 전시된 판넬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이들 전시판넬은 민속학이나 박물관 학예원 과정 학생들과 디자인 전문가, 고고학 연구가들이 지도 선생님과 공동으로 일년간 공들여 만든 것입니다. ⓒ 박현국

옛날 사람들은 산에 불을 놓아서 화전으로 밭을 일구었습니다. 그리고 그 밭에 메밀, 콩, 조, 수수, 피, 기장 등을 심고 그것을 거두어서 먹고 살았습니다. 오래 전 밭을 일구던 산자락 볕이 잘 드는 남향 밭들이 지금은 풀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산의 일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가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과 들, 논과 밭에서 땅을 갈고 밭을 일구던 농기구들은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지금은 트랙터나, 이양기, 제초제와 살충제로 농사를 짓습니다. 비록 지금 현대화된 방법으로 농사를 짓지만 땅에는 나쁜 짓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옛날로 갈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농기구나 돌도끼, 따비 등 이름이라고 기억해 주는 것이 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인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농사짓는 방식, 농기구, 산과 들의 본 모습을 자료로 남기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사토야마학, 시골학에서 시도하는 마지막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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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라켄립 가시하라 고고유물박물관에서 빌려온 전시품입니다. 이들은 농기구와 같이 출토된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무로 만든 새 모양, 남근형 목제품, 나무망치, 반달형 돌칼 등입니다. ⓒ 박현국

 나라켄립 가시하라 고고유물박물관에서 빌려온 전시품입니다. 이들은 농기구와 같이 출토된 것입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나무로 만든 새 모양, 남근형 목제품, 나무망치, 반달형 돌칼 등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2011.12.21 09:47 ⓒ 2011 OhmyNews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골학 #농기구 #따비 #화전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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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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