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내견보다 '갤럭시'에 신경쓰세요

[주장] 안내견 150마리 배출 '자랑'... 삼성 제품은 장애인 '차별'

등록 2011.12.24 18:25수정 2011.12.24 19:47
0
원고료로 응원
a  2008년 삼성안내견학교를 소재로 제작된 삼성화재 TV광고.

2008년 삼성안내견학교를 소재로 제작된 삼성화재 TV광고. ⓒ 영상화면 갈무리


삼성그룹의 대표적 나눔활동이라는 안내견 분양 사업이 지난 1993년 시작된 이후 누적 분양 149마리로, 150마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사실은 22일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삼성안내견학교는 삼성화재의 후원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안내견 양성 기관이다. 그동안 안내견 분양 사업은 삼성의 대표적 사회공헌사업으로 널리 알려졌고, 안내견 분양으로 많은 시각장애인이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보도를 접하면서 기쁘지만은 않았다. 삼성안내견학교가 장애인 복지보다는 기업 홍보에 이용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의 이익 추구는 당연한 일이다. 사회공헌을 하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전략을 나무랄 생각도 없다.

그러나 삼성이 장애인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면, 장애인에 대한 기업의 태도 역시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삼성은 지난해 안내견 사업 축소를 시도했다. 이는 삼성의 안내견 사업이 사회적 책임이 아닌, 단지 기업 이미지 홍보만를 위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갖게 한다.

장애인 고용 외면하는 삼성그룹

삼성은 안내견 사업 홍보에서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삼성안내견학교 누리집(http://mydog.samsung.com)에는 국내 양성기관에 의해 배출된 최초의 안내견은, 1994년 양현봉씨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게 분양받은 리트리버트종의 '바다'라고 나온다. 

그러나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삼성보다 먼저인 1993년 '나들이'와 '마실이'를 분양했다. 사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안내견 사업을 실시한 기관이다. 그런데 사업 시작 후 삼성이 물질적 대량 공세로 안내견 사업을 실시하면서 협회는 안내견 사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은 자신들이 마치 국내 유일의 안내견 양성기관인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협회 측은 안내견 사업이 어렵게 되자 1999년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양성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자 삼성도 청각도우미견 양성을 시작했다. 협회는 다시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으로 사업방향을 돌려야만 했다. 현재 협회는 시각장애인도우미견(안내견),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지체장애인 도우미견, 치료도우미견 등을 양성하고 있으나 삼성은 지난해 안내견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폐지했다.

a  2010년 11월 당시 '사회화훈련'(퍼피 워킹)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후보. 삼성의 로고가 선명하다.

2010년 11월 당시 '사회화훈련'(퍼피 워킹) 과정을 거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후보. 삼성의 로고가 선명하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겉으로는 경영 구조 개선을 구실로 내세웠지만, 더는 안내견 사업이 기업 홍보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인 듯하다. 실제 삼성의 관계자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간부와의 면담에서 "안내견은 더 이상 새로운 아이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1년 10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 회피를 질타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의무 고용률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으며, 이런 의무 조항을 돈으로 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삼성은 전체 대기업에서도 가장 많이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81억 원, 삼성그룹 전체는 해마다 대략 120억 원 이상의 고용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이는 30대 대기업 전체 고용부담금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장애인 의무 고용비율(공공부문 3%, 대기업 2.3%)를 지키지 않으면 납부해야 하는 일종의 벌칙금이다.

안내견보다 '갤럭시'에 신경쓰라

더욱 문제는 삼성이 생산하고 있는 각종 제품이다. 삼성은 현재 반도체와 휴대전화 분야에서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 제품은 시각장애인 등 정보 소외 계층이 사용하기에는 무척 어렵다.

애플의 아이폰에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이스웨버'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그러나 삼성의 대표적 제품인 갤럭시에서는 최근까지 이런 기능이 없어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었다. '보이스웨버'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글자를 음성으로 출력해 주는 기능이다.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a  삼성전자가 19일 홍콩에서 발표한 갤럭시 넥서스. 구글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4.0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레퍼런스 폰이다.

삼성전자가 19일 홍콩에서 발표한 갤럭시 넥서스. 구글 최신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4.0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탑재한 레퍼런스 폰이다. ⓒ 삼성전자 제공


현재 국내 시각장애인들은 삼성의 휴대전화를 거의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문자나 메뉴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있다면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삼성은 그동안 '나몰라'라고 외면했다. .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삼성이 언론에 홍보한 안내견 150마리에 관한 내용은 시각장애인 등 여러 장애인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것이다.

물론 안내견 사업 홍보 자체를 뭐라 하는 게 아니다. 다만, 시각장애인들도 누구나 갤럭시 삼성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을 위한 제품 개발에 좀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사회공헌 사업이 아닐까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일본 전문 뉴스 JPNews(jpnews.kr)에도 송고 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일본 전문 뉴스 JPNews(jpnews.kr)에도 송고 됩니다.
#안내견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갤럭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4. 4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명품백 불기소'에 '조국 딸 장학금' 끌어온 검찰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