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구릉족의 새해맞이, 로사르 아쉬말라!

용과 새의 해가 오고, 고양이의 해는 갔습니다

등록 2012.01.02 20:34수정 2012.01.0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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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0일 구릉족의 새해맞이 행사를 찾았습니다. 네팔 여인 먼주구릉과 결혼하고 처음 맞는 구릉족의 새해 로사르(Lhosar)를 맞은 것입니다. 이제는 사돈이 된 구릉족 사회에서 본의와 상관없이 유명인사가 된 저는 구릉족을 대표하는 아나운서 어니따 구릉으로부터 며칠전 행사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로사르라는 행사는 네팔에 사는 구릉족들의 대표적인 명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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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해가 오가 고양이의 해는 가고 올해는 용의 해이기도 하지만 새의 해이기도 합니다. 구릉족들은 용과 독수리를 동일시한다고 합니다. 하늘과 지상을 잇는다는 공통점을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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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켈에서 본 히말라야 카트만두 중심 둘리켈에서 새해 첫 히말라야를 보았습니다. 이날은 구릉족 새해맞이 로사르 행사가 열린 날입니다. 둘리켈 ⓒ 김형효



저는 행사 전날 아내와 처제가 장만해준 구릉족 전통의상을 선물 받았습니다. 처음 맞이한 설날, 설빔을 받은 셈입니다. 12월 30일은 같은 태양력을 쓴다고 하는 구릉족의 새해입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가 사용하는 양력보다 이틀이 빠른 새해맞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행사장인 둘리켈(Dhulrikhel)을 찾았습니다. 카트만두 시내 중심인 구왕궁을 지나면서부터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습니다. 교통혼잡이 극심한 휴일입니다. 네팔은 수많은 종족들의 전통 명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휴무도 많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네팔최고지도자인 바부람 버터라이 현총리도 참석해 축사를 했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는 구릉족을 대표하는 구릉족 인사들이 참석하였습니다. 몇몇 인사들은 저와도 인사를 나눈 분들이었습니다. 낯선 행사지만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꼭 낯선 기분만은 아니었습니다. 총리 바부람 버터라이는 구릉족 지도자들이 전해주는 전통의상을 입고 행사에 참여한 수많은 구릉족들에게 답례인사를 하고 축배를 들어 축원을 빌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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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원의 불을 밝힌 총리 바브람 버터라이 네팔 총리 바브람 버터라이가 구릉족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취재진으로 행사에 참여하여 근접촬영이 가능했습니다. 바브람 버터라이가 구릉족 대표인사들과 함께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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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켈 광장의 구릉족 둘리켈 광장을 가득 메운 구릉족들, 새해맞이는 어디에서라도 희망을 품게하는 것 같다. ⓒ 김형효




하늘과 지상을 잇는다는 용과 새의 새해가 다가온 것입니다. 또 하나 새로운 사실은 지난해 우리네 력에서는 토끼해였지만 그들은 고양이해였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구릉족들이 살고 있는 카트만두에서 네팔 각 지역별 구릉족들이 행진을 하면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전통춤을 선보였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각기 자신들의 재주를 선보였습니다. 첸첸쿵! 첸쿵! 첸첸쿵!이라는 구릉족의 장단은 우리네 장단과 유사한 울림으로 들려왔습니다. 아마도 동일시하고 싶은 제 마음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아내는 카트만두에 이렇게 많은 구릉족이 사는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매년 구릉족 행사에 취재를 하기 위해 참여했으면서도 새삼스러운 느낌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날 구릉족 새해맞이에 참여하여 처음으로 카트만두 시내 한복판에서 선명한 히말라야를 바라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둘리켈은 네팔에 주요행사가 있을 때 입장이 가능한 대규모 광장입니다. 이날 행사에 구릉족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참석했습니다.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돈으로 300원 정도의 입장료도 내야했습니다. 물론 저는 초대인사로 행사장을 찾았지만 우리네 돈으로 적은 돈이지만, 300원도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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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매의 새해 구릉족 자매가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V자 모양으로 자세를 잡았다. 그들 뒤로 멀리 히말라야가 수줍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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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단장한 구릉 여인들 둘리켈을 찾은 꽃 단장한 여인들이다. 새해를 맞은 그들의 표정이 밝다. ⓒ 김형효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접할 때마다 놀라움을 갖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미 드러나 있지만 우리에 눈길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거나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 뿐이란 생각도 듭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올해는 세 번, 네 번 아니 몇 차례 더 새해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네팔에서 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다가오는 새해를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양력외의 태양력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것도 네팔에서 말입니다. 더구나 태양력이라고 하는데 띠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구릉족의 지난해는 고양이의 해라고 합니다. 우리네 토끼띠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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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릉족 전통춤 공식행사가 끝나고 구릉족들의 전통춤과 노래 공연이 있었다. 느리고 신명나는 음악은 화려한 의상과 어울리는 것도 같고 색다른 느낌도 많았다. 정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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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산, 세상과 세상의 겁이 보인다. 하늘아래 히말라야다. 그러나 그 신비는 사원 위에 산과 그 산 위에 놓인 히말라야의 하얀 신비를 보는 느낌이다. ⓒ 김형효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새해가 용띠해인 것은 맞으나 그들은 새의 해라고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새들의 해라고 하는 새를 대표하는 새는 바로 독수리였습니다. 저는 매우 흥미롭게 이 사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구릉족의 대표적인 회관에 근무하는 로빈 터무(로빈 구릉, 34세)은 네팔어를 할 수도 있지만 요즘 젊은이답지 않게 그들 종족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문화전반에 이해가 깊은 사람입니다. 저는 그에게 용과 독수리는 서로 다른 데 동일시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저는 그의 답을 듣고 우리의 솟대신앙을 떠올렸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용이나 새는 모두 하늘과 지상을 잇는 상서로운 동물로 이해하기에 다르지만 서로 하나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만큼 하늘의 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공유 아닐까요?

희망과 발전을 기대하는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그들의 오래된 조상은 한국인과도 하나라고 믿습니다. 네팔에 사는 구릉족들의 새해 인사로 오늘 이야기를 마칩니다. 로사르 아쉬말라!(Lhosar Ashimalra!)라고도 하고 해피 로사르!(Happy Lhosar!)라고도 합니다. 혹시 주변에서  만나는 구릉족이 있다면 로사르 아쉬말라!(Lhosar Ashimalra!)라고 인사를 전해보십시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네팔 구릉족 로사르 #네팔 카트만두 #구릉족 새해맞이 #둘리켈 구릉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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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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