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통합 절차 잘못, 강제 결혼시키면 되나"

경남도, 통합 대상 시군 의견 들어 ... 전문가 "마창진 통합, 행정비용 절감 안 돼"

등록 2012.01.12 13:57수정 2012.01.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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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시·군·구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강제 결혼시키듯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광역자치단체를 통해 해당 시·군·구(의회)로부터 의견서를 받고 있는 중인데, 지역마다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명박 정부 들어 옛 창원·마산·진해가 '창원시'로 유일하게 통합됐다. 창원의 경우 통합 이후 시청사 문제 등 여러 현안 때문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속에 정부가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경남에서 지난해 말 통합건의서를 낸 자치단체는 진주시(통합대상 사천시), 김해시(통합대상 강서구), 통영시(통합대상 거제시․고성군), 함안군(통합대상 창원시)이다. 경남도는 통합대상 시·군에 의견서를 내도록 했는데, 12일까지 고성군과 부산 강서구만 제출했다.

고성군과 부산 강서구는 통합 반대 입장이다. 창원시는 13일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제출할 예정이며, 사천시(의회)도 의견서 제출 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을 빚고 있다.

당초 경남도는 대상 시·군·구에서 6일까지 의견서를 내도록 했지만 늦어지고 있는 것. 경남도청 담당자는 "1월 안으로 의견을 취합해서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의견서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 방침은 2013년 6월까지 행정안전부장관이 지방자치단체장한테 통합을 권고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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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문화원과 이통장협의회 등 44개 단체는 ‘사천진주통합반대추진위’를 구성해 거리 캠페인과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 뉴스사천


사천도 반대 분위기 ... 거제도 '통합 반대' 의견

지역마다 행정통합 찬반 논란이 뜨겁다. 사천은 대체적으로 통합 반대 분위기가 우세하다. 사천문화원과 이통장협의회 등 44개 단체는 '사천진주통합반대추진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과 11일 거리 캠페인을 벌였으며, 3만 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사천시의회는 의견서 제출 여부에 대해 13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5일 열린 간담회 때, 한대수 의원은 "절차가 맞지 않다. 지방의회 의견청취나 주민투표부터 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거제시도 통영·고성과 통합에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거제시는 "(거제도는) 지리적 조건과 재정자립도 등 자체 경쟁력이 확보돼 있다. 인근 시·군과의 통합시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한 시민들의 통합반대 여론이 지배적이어서 현행체제 유지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허정도 "지금 정부 방침은 절차가 거꾸로 됐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구역통합(개편)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민투표 절차 없이 지방의회 찬성만으로 이루어진 '마산창원진해'(통합 창원시)의 통합을 사례로 들고 있다.

허정도 경남도시디자인포럼 회장은 "통합해서 더 잃을 게 없다는 쪽에서는 하자고, 변화나 잃을 게 있겠다고 하는 쪽은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제시한 절차를 살펴보니, 모든 통합 절차를 마무리 짓고 난 뒤에 '통합추진위'를 구성해 명칭과 청사 위치 등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중요한 절차가 끝나고 난 뒤에 청사 위치 등을 결정하니 '마창진'과 같은 싸움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정도 회장은 "사람이 결혼을 하더라도 양가 집안에서 모든 결정을 하고 난 뒤에 하는 거 아니냐. 오랫동안 있어온 도시를 통합한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통합 이전에 중요한 것을 결정해 놓고, 결정사항을 시민들에게 알려 의사를 물어야 한다. 그래야 부작용이 없다. 정부는 거꾸로 한다. 만약 정부 방침대로 했다가 내년에 전국적으로 '마창진'과 같은 혼란이 생기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차윤재 "마창진 통합 이후 행정비용 절감되지 않았다"

차윤재 마산YMCA 사무총장은 "통합 창원시를 보면 통합 이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통합 준비 기간이 짧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것도 짧은 시간에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마창진'보다 더 많은 문제가 생긴다"면서 "한쪽에서 찬성한다고 해서 다른 쪽과 강제 결혼을 시키려고 한다면 통합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따졌다.

이어 그는 "마창진은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 지방의회 의견을 듣고 결정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있다. 통합 대상 지역민들은 지방의원들을 철저하게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사무총장은 "마창진 통합 이후 옛 마산과 진해는 창원의 주변부로 전락했고, 지역 상권 침체에다 경쟁력이 격화되고 말았다"면서 "기관단체도 창원이 본부가 되고 마산진해는 지부로 축소됐다. 특히 진해지역의 경우 통합 이후 집값과 전·월세 값이 폭등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통합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흔히 행정비용 절감과 행정서비스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창원의 경우 통합 이후 그렇지 않다. 구청이 생겨 나면서 행정계층이 늘어났다. 시의원과 공무원 숫자도 줄어들지 않았다. 행정비용이 절감되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구역통합 #행정안전부 #행정체제개편위원회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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