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점령'에 나선 한명숙, 박근혜와 '한판 승부'

[민주통합당 전대 분석] 스마트폰 든 시민들, '여풍당당'과 '친노 부활' 선택했다

등록 2012.01.15 22:15수정 2012.01.1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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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신임대표가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축하의 꽃다발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 뒤쪽으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최고위원이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신임대표가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축하의 꽃다발을 들어보이며 지지자들에게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한 대표 뒤쪽으로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영선, 문성근, 박지원 최고위원이 축하 꽃다발을 들고 있다. ⓒ 유성호


스마트폰을 든 시민들의 선택은 안정 속 변화였다.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시민 65만여 명을 포함해 80만 명에 이르는 선거인단은 한명숙 대표를 민주당의 새 얼굴로 선택했다.

'문성근 역전'이라는 이변은 없었지만 민주당의 변화를 원하는 민심은 넓고 깊었다. 민주당 점령에 나선 64만에 이르는 엄지들의 선택은 친노의 부활·여풍·세대교체 발판으로 요약된다.

모바일 투표  압승한 한명숙... 문성근과 함께 친노 전면에

한명숙 대표의 당선은 예상대로 모바일 투표에서의 압승이 결정적이었다. 한 후보는 총 47만8385명이 참여해 투표율 84.4%를 기록한 모바일 투표에서 23만7153표를(49.57%)를 얻어 2위 문성근 최고위원을 크게 따돌렸다. 한 대표는 39세 이하와 40세 이상 모두에서 1위를 기록해 세대별로도 고른 득표를 했다. 

한 대표는 대의원 투표에서도 5537표를 얻어 2위를 차지한 이인영 후보(3648표)를 2000여 표차로 따돌렸다. 경선 초반부터 당내 각 세력의 고른 지지를 등어 업은 한 대표는 문성근 후보의 막판 대추격을 뿌리치고 대세를 결정지었다.

한명숙 대표를 필두로 문성근 후보가 2위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서 당내 권력 지형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폐족'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가 위축됐던 친노(친노무현계)는 이번 경선을 통해 화려하게 당 전면에 나서게 됐다.

a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앞에서 문성근 후보 지지자들이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앞에서 문성근 후보 지지자들이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야권의 대선 주자 중에서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김두관 경남지사도 대권 도전 가능성이 열려있는 등 친노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내 최대 세력을 형성하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손학규 상임고문의 경우 이인영, 김부겸 후보를 적극 지원해 최고위원에 모두 당선시켰지만 각각 5위와 6위로 지도부에 턱걸이 하는데 그쳐 분루를 삼켰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변화 요구를 등에 업고 등장한 시민통합당 후보들은 현실 정치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3명의 후보 중 문성근 후보만 최고위원에 당선되고 이학영(7위), 박용진(9위) 후보는 탈락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 통합 과정에서 반통합론자라는 낙인이 찍힌 박지원 최고위원은 4위를 기록해 체면치레는 하게 됐다.


거셌던 여풍... 3위 돌풍 박영선, 차세대 간판 굳혀

이번 지도부 경선에서는 여풍도 거셌다. 과거 민주당 지도부 경선에서는 여성 후보가 자력으로 지도부로 입성 쉽지 않아 지명직 최고위원에 여성몫 1명을 배려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명숙 대표와 박영선 최고위원이 자력으로 모두 지도부에 진출했다.

특히 박영선 최고위원은 모바일 투표에서 문성근 최고위원을 3위로 밀어내고 한명숙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박 최고위원은 최종 15.74%의 득표율로 3위로 지도부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재벌개혁과 검찰개혁 브랜드로 문성근 후보에 이어 3위로 최고위원으로 입성하면서 차세대 간판의 위치를 굳히게 됐다.

a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앞에서 박영선 후보 지지자들이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민주통합당 첫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15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 앞에서 박영선 후보 지지자들이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유성호


세대 교체 발판도 마련됐다. 민주당 출신 486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이인영 후보가 초반 여론조사의 열세를 딛고 당 지도부 입성에 성공했다. 이 최고위원은 박영선 최고위원과 함께 당의 젊은 얼굴을 대표하면서 당 개혁을 꾀할 전망이다. 

올 4월 총선에서 대구 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최고위원의 지도부 입성으로 전국정당화의 가능성도 열렸다는 평가다. 김 최고위원의 당선으로 민주통합당은 영남지역 최초로 선출직 최고위원을 배출하게 됐다. 특히 김부겸 최고위원이 지도부 당선을 구름판 삼아 총선에서도 선전할 경우 민주당은 전국정당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박근혜와 맞대결하게 된 한명숙... 총대선 승리 과제 산적

새로 선출된 지도부의 최대 과제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승리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총선에서 공천혁신과 통합진보당과의 연대가 한명숙 대표가 풀어야할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우선 공천 문제와 관련해, 4월 총선이 박근혜 대 한명숙의 대결로 압축되면서 한명숙 대표를 필두로한 민주당 지도부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와 혁신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 못지 않은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이 대두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천  문제에 대해서는 경선에 참여한 9명의 후보자 모두 가치와 인물 중심의 공천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또 당이 총선 공천의 70%를 국민참여경선을 통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외형적인 틀은 이미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레 공천 과정에서 물갈이를 둘러싼 각 계파간 세력간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를 어떻게 수습해 내느냐가 한 대표의 1차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전략 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국민경선으로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공천혁명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들이 확실하게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보당과 민주당은 모두 총선에서 승리해서 정권교체 해야한다는 절체절명의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이런 위기의식과 사명감을 놓고 허심탕회하게 이야기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돈봉투 규명, 당내 화학적 결합도 숙제... 한명숙호 대장정 시작

당 쇄신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당까지 번진 '돈 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가 시작된 만큼 새 지도부는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한 대표는 이날 당선 직후 "돈 봉투 사건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검찰에 민주통합당을 수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시민선거인단의 변화 요구를 등에 없은 새 지도부가 파장을 우려해 돈 봉투 사건 덮기에만 급급할 경우 당 안밖의 반발이 예상된다.

당내 화학적 결합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학영, 박용진 후보가 지도부에서 탈락하면서 통합의 한 축인 시민사회를 어떻게 포용하고 받아안을지도 관심거리다. 한 대표는 "이번 경선 과정에서 시민사회계, 민주당, 노동계 모두 화학적 결합 이뤄냈다"며 "정책 실현하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의견은 화합과 통합, 갈등 조정이라는 한명숙의 장점을 발휘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과 함께 "2012년을 점령하겠다"는 '한명숙호'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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