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영웅'...살인사건 만나는 게 이리 설레다니!

[서평]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등록 2012.01.17 11:00수정 2012.01.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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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겉표지 ⓒ 황금가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셜록 홈즈에 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초등학교 시절에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들이었다.

당시에 계림문고에서 출간된, 큼직한 활자로 인쇄되고 군데군데 삽화까지 들어간 그 문고판 책들이 나에게는 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책을 읽는 것이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야구를 하거나 TV로 만화영화를 보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셜록 홈즈 덕분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책읽기에 눈을 뜨는 것처럼 나는 셜록 홈즈에게 열광하며 추리소설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을 때면 내 마음은 안개 자욱한 런던의 뒷골목을 거닐고, 지옥의 개가 나타나는 골짜기를 누비고, 증기선을 타고 템즈 강을 달리며 범인을 추적하곤 했다.

어린 시절의 나에게 셜록 홈즈는 영웅이자 우상이었다. 추리소설은 그 영웅이 뛰어다니는 거대한 모험담이고 가슴 벅찬 활극이었다. '사립탐정'이란 단어가 일종의 로망으로 다가온 것도 초등학교 시절이었을 것이다.

위대한 탐정 셜록 홈즈의 부활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작가 코난 도일이 마지막으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발표한 것은 1927년이다. 셜록 홈즈는 1887년 작품인 <주홍색 연구>부터 시작해서 무려 40년 동안이나 왕성한 활동을 펼친 셈이다.


1927년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다른 작가들이 셜록 홈즈를 등장인물로 한 작품들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소위 말하는 '짝퉁' 셜록 홈즈인 셈이다. 지금이라면 원작자가 소송을 걸 정도로 심각한 문제일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그런 개념도 그렇게 분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2011년 작품인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이하 <실크하우스>)도 역시 그런 작품 중의 하나다.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이 작품은 코난 도일의 유가족들이 관리 운영하는 '코난 도일 재단'에서 처음으로 출간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실크하우스>에서는 코난 도일 재단에서 인정할 정도로 셜록 홈즈의 생전(?) 모습을 제대로 복원하고 있다는 의미다. 셜록 홈즈가 영원히 사라졌다는 것, 오래전에 발표된 원작으로만 그를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추리소설 마니아들에게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앤터니 호로비츠도 그래서 셜록 홈즈를 되살려냈을 것이다.

지금은 최첨단 과학수사로 무장한 탐정과 형사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셜록 홈즈야말로 모든 수사기법의 원조이니,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물리치는 것처럼 홈즈도 그 안에서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무튼 셜록 홈즈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많은 작가들의 패러디 또는 모방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는 탄생 100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셜록 홈즈가 만나는 가장 잔인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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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있는 셜록 홈즈 박물관. '베이커가 221B번지'라는 가상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 오두환


<실크하우스>는 1890년 런던, 잊을 수 없는 주소인 베이커 거리 221B번지에서 시작된다. 홈즈가 하숙집에서 친구이자 조수인 왓슨과 대화를 하고있을 때 에드먼드 카스테어스라는 미술상의 방문을 받는다.

에드먼드는 얼마 전에 미국 보스턴에서 자신의 미술품들을 모조리 잃게되는 사고를 겪었다. 현상금을 내걸어서 그 사건을 일으킨 주범들을 잡아들였지만, 그중 한 명이 경찰의 손길을 피해서 영국으로 건너왔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을 맴돌면서 무언의 협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홈즈와 왓슨은 함께 에드먼드의 집에 가서 가족들을 만나보고 에드먼드의 가게에도 찾아가며 수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수사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잔인한 살인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한다.

<실크하우스>에는 홈즈와 왓슨 이외에도 셜록 홈즈 팬들의 향수를 달래줄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우직한 경찰 레스트레이드, 부랑아들을 이끌고 거리를 뛰어다니는 '베이커가 특공대' 대장 위긴스, 훗날 홈즈와 피할 수 없는 결전을 벌이게 되는 천재 수학자이자 범죄자인 모리어티 교수까지.

아무래도 현대에 새롭게 쓰여진 작품이다보니 <실크하우스>에서 홈즈와 왓슨의 모습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런 사소한 차이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살아 숨쉬는 셜록 홈즈를 다시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씀,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400쪽, 1만2000원


덧붙이는 글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씀,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펴냄, 400쪽, 1만2000원

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황금가지, 2011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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