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에서 수행자들과 길을 걸으니 잔잔해진다

수행은 일상을 사는 모두의 일이다

등록 2012.01.28 17:03수정 2012.01.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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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들의 세계에서 법륜은 거역할 수 없다. 법륜은 또한 진리 추구의 상징이다. 법륜의 세계를 벗어남 없이 묵묵히 걷는 사람들이 수행자다. 나는 룸비니 동산에서 축복받은 기분이 들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진리 추구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걷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물론 모자란 일상, 모자람을 알아가며 나 역시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람 그 누구도 수행자가 아닌 사람도 없는 것 같다.

a 룸비니를 걷는 수행자들 성지를 걷는 수행자들 그리고 빈 의자, 함께 간 수행자 한 사람이 그 길을 가르고 있다. 그들이 배워온 가르침을 따라 배우러 가는 길이다.

룸비니를 걷는 수행자들 성지를 걷는 수행자들 그리고 빈 의자, 함께 간 수행자 한 사람이 그 길을 가르고 있다. 그들이 배워온 가르침을 따라 배우러 가는 길이다. ⓒ 김형효


a 수행자들의 발걸음 마치 몽환속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 싸늘한 기운을 막아보려고 몸을 칭칭 감았다.

수행자들의 발걸음 마치 몽환속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 싸늘한 기운을 막아보려고 몸을 칭칭 감았다. ⓒ 김형효


새삼스럽게도 한 곳에 모여든 수행자들을 보며 어린 날의 고향, 다시 내 주변의 세상 사람들을 세세히 기억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그들도 모두 수행자다. 그들은 나의 스승이다. 그들은 나의 부처다. 물음의 시작이 답이 되었다. 이것이 수행자들이 설하는 묘법과도 통할까?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는 수행자들의 모습을 보면 모두가 잔잔해진다. 봄바람, 가을바람에 잔잔한 샘물이 흔들리는 결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은 묵묵히 맑고 푸르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차근차근 은은한 명상 같은 길을 간다. 몽환 속을 걷는다는 표현이 이럴 때 적절한 비유가 될까? 궁금하다. 지상에서는 아늑한 물안개를 피어 올렸다.

a 고개 숙인 연밥 오래지 않은 물이 맑게 향기를 피우는 느낌이다. 룸비니 맑은 물가에 연밥이 부끄럽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 숙인 연밥 오래지 않은 물이 맑게 향기를 피우는 느낌이다. 룸비니 맑은 물가에 연밥이 부끄럽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김형효


a 맑은 물가의 흰 새 룸비니 맑은 물 위에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르고 있다.

맑은 물가의 흰 새 룸비니 맑은 물 위에 한 마리 새가 날아오르고 있다. ⓒ 김형효


그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책임진 사람들이다. 각각의 삶의 터전에서 자기 자신만의 역할들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을 것이다. 수행자는 수행을 통해 범인은 범인이 수행하는 삶을 통해서 말이다. 나는 또 여행자로서 충실히 여행을 수행하는 것이다.

억지 같은 말법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잘못된 사명이 세상을 등지게 한다. 그것이 세상을 궁핍하게 하는 현실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은 옳고 곧고 정직하고 이치에 맞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가야 하는 것이리라 그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 참된 수행자의 일이란 생각이다.  

오래지 않은 룸비니의 맑은 물가에 연꽃이 지고 그 자리에 연밥이 고개를 수그렸다. 고적한 산사의 절간같이, 사색 깊은 비구니의 부끄럼 같이 말이다. 그 곁에서 흰 새 한 마리가 날개를 폈다. 훨훨 날아오른다. 물안개가 피어오른 룸비니 동산의 물안개 사이를 헤엄치듯 날아간다. 사람들의 명상이 그처럼 기운차게 깊어지기를 바라본다. 물론 그 바람은 내가 더 원하는 바다.


a 룸비니 아쇼카 석주 앞  룸비니 동산에 부처님 탄생석이 모셔진 박물관 앞이다. 노점상들 뒤로 아쇼카 석주가 보인다.

룸비니 아쇼카 석주 앞 룸비니 동산에 부처님 탄생석이 모셔진 박물관 앞이다. 노점상들 뒤로 아쇼카 석주가 보인다. ⓒ 김형효


a 박물관 위,  붓다의 눈(Budha Eye)에 까마귀 부처님 탄생석이 모셔진 박물관 제일 정상인 지혜의 샘, 붓다의 눈(Budha Eye)이라고 하는 곳에 까마귀 한마리가 제왕처럼 앉아 있다.

박물관 위, 붓다의 눈(Budha Eye)에 까마귀 부처님 탄생석이 모셔진 박물관 제일 정상인 지혜의 샘, 붓다의 눈(Budha Eye)이라고 하는 곳에 까마귀 한마리가 제왕처럼 앉아 있다. ⓒ 김형효


오래지 않은 물 맑음을 보고 운하를 한답시고 파헤쳐놓은 4대강 줄기의 슬픔이 떠오른다. 물안개도 짙은 연기처럼 눈물 빛이 된다. 손대지 말라! 그냥 두라! 대한민국의 시인들이 4대강을 그냥 두라고 아우성치던 지난날의 슬픔이 지금 다시 북받쳐 오른다. 함께 간 수행자도 함께 간 이방의 화가도 각기 자신의 안타까움과 기쁨을 그렇게 가슴에 품고 사색을 깊이 하리라.

삶이 흐르는 물 같고, 부는 바람 같고, 맑게 비춘 햇살 같기 바란다면 그렇게 행동하면 될 일이란 생각이 다시 절실해진다. 그렇게 절실한 것들을 마음에 담고 있는 나의 사색은 룸비니를 바로 떠나지 못한다. 한 스님이 아쇼카 기둥과 부처님 탄생석을 모신 박물관을 뒤로 하고 메모를 하며 걸어오고 있다. 나는 그 스님의 메모를 찾아 기억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다. 


a 스님의 메모 한 스님이 자신의 메모를 살피며 걸어오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간다. 스님의 메모는 무엇일까?

스님의 메모 한 스님이 자신의 메모를 살피며 걸어오고 있다. 우리는 그 길을 간다. 스님의 메모는 무엇일까? ⓒ 김형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네팔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 동산 #수행자들 #법륜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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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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