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비키니, 진보남 마초적 태도 문제"

[인터뷰]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등록 2012.02.05 19:13수정 2012.02.0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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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남소연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 남소연

"나꼼수가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를 벗어던지는 데는 역할이 컸다. '쫄지마' 이 한 마디로 억압적 사회분위기를 돌파해준 힘도 엄청났다. 그러나 아무리 자유주의라고 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 기준이 있다. 여성인권 존중은 사회적 합의다. 이건 지켜야 한다."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라디오 방송으로 촉발된 '비키니 수영복 응원시위'로 우리 사회가 후끈 달아올랐다. 욕설과 외모차별적 발언 등 그 방송은 원래 '잡놈들의 그렇고 그런 방송'이라는 주장과 커진 영향력이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희롱에 대해서는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나꼼수 진행자의 여성비하발언 유감입니다. 비키니 응원논란은 표현의 자유 문제가 아니라 여성비하발언을 하고 유통시킨 진보 남성들의 마초적 태도가 문제입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응원을 모욕하지 말기를 바랍니다"라고 글을 올린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위 위원장)을 찾아갔다. <나꼼수> 비키니 응원시위에 대한 여성 정치인의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나꼼수 진행자가 성욕감퇴제를 얘기하고 여성의 시위를 성적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은 문제"라며 "자기들끼리 그런 사진을 보고 낄낄 거릴 수는 있겠지만 그걸 트위터에 올려 유통시키고 소비하면서 여성비하를 하고 성적 대상화 했다는 데 대해서는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과 <동아> 등 보수언론의 공격에 대해서는 "의도가 너무나 뻔하다"며 "평소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여성인권 문제를 다룬 매체라면 당연히 이런 지적도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지만 그들은 여성인권문제를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는 매체"라며 "그런데 이걸 상당히 정치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남윤인순 최고위원은 "진보남성의 마초이즘이 이걸 계기로 변화됐으면 좋겠다"며 "솔직히 그냥 사과하라는 것도 맞지 않아 이 문제가 왜 심각한가 그들과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성운동가 출신인 남윤 최고위원은 "나꼼수 여성인권편을 한 번 다루시라"며 "나와라 정봉주 1인시위에 참가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데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꼼수> 팀과 만나 지나치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상업화 하는 부분,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이번 문화현상에 대해 토론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나꼼수, 여성의 시위를 성적 대상으로 본 게 문제"

 

- 여성단체연합 대표 출신이자 여성정치인으로 첫 발을 내딛었는데, 이번 <나꼼수> 비키니 시위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여성들의 유쾌한 시위방식에 대해서는 거론할 생각이 없다. 다만 이것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잡년들의 시위'도 언론에 났었지만 여성들이 야한 옷을 입는다고 성폭력이나 성희롱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 부분도 처음에는 그런 발상 같았는데 나꼼수 진행자가 성욕감퇴제를 얘기하고 여성의 시위를 성적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기들끼리 그런 사진을 보고 낄낄거릴 수는 있겠지만 그걸 트위터에 올려 유통시키고 소비하면서 여성비하를 하고 성적 대상화 했다는 것은 당연히 문제다. 나꼼수 진행자들이 발언의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 심의나 규제를 받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지금 그들의 영향력을 생각해보시라. 일반 공중파에 비해 훨씬 커진 영향력을 본인들도 인정할 것이다. 정치적 아젠다를 만들고 있다. 공적 책임이 부여된 상황에서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그런 것에 대해 회피적인 것 같은데 일반방송처럼 규제할 필요는 없지만 여성인권 존중에 대해서는 합의해야 한다. 여성인권 존중은 사회적 합의이인데 이마저 안 지키겠다고 하면서 여성에 대한 희롱을 하고 비하하는 것은 안 된다."

 

- 원래 그 방송에선 욕설도 있고 다른 외모차별적 발언도 많았는데.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를 벗어던지는 데는 나꼼수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 '쫄지마'로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돌파해준 힘도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자유주의라도 지켜야할 최소한의 가치 기준이 있다. 그것이 충돌할 때는 사회적 합의로 돼 있는 여성인권 존중 같은 것은 지키면서 조화를 이뤄야 한다."

 

- 정작 비키니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나꼼수 진행자들의 발언이 성희롱적이라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그 사진을 유통하고 소비하는 남성의 시각이 문제인 것이다. 다만 그런 시위방식에 대해 우리가 성찰할 부분은 없나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 사회의 엔터테인먼트를 가만 보면 성희롱적인 게 굉장히 많다. 그런 것을 그대로 흡수하면서 그 문화방식대로 시위를 하는 것이 옳은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상업화 된 연예계에 퍼진 섹시댄스도 사실은 성희롱적 요소가 많다. 그런 것을 집회에 그대로 차용해도 되나 싶다. 우리 사회 전체가 여성에 대한 섹슈얼리티가 너무 지나친 사회다."

 

- 보수언론의 공격은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언론은 너무나 의도가 뻔하다. <조선>과 <동아>가 우리 사회에서 꾸준히 여성인권 문제를 다룬 매체라면 당연히 이런 지적도 동의하고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여성인권문제를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는 매체다. 그런데 이걸 상당히 정치적으로 키우고 있다.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행동이다."

 

- <나꼼수> 비키니 시위에 대해 진행자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사과 안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진보남성의 마초이즘이 이걸 계기로 변화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그냥 사과하라는 것도 맞지 않다. 다만, 나는 이 문제가 왜 심각한가 그들과 얘기하고 싶다. 나꼼수 여성인권편을 한 번 다루시라. 나와라 정봉주 1인시위에 참가하는 수많은 여성들은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이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 문제로 찬물을 끼얹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여성단체들과 만나 얘기 좀 하자. 지나치게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상업화 하는 부분,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이번 문화현상에 대한 토론도 좋다!"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위... 젊은 정당으로 가는 중요한 기획"

 

- 청년대표 국회의원 선출 특위 위원장을 맡으셨다. 어떻게 맡게 됐나.

"민주통합당이 새 지도부로 교체되면서 모든 특위 위원장을 다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것은 시민통합당 시절에도 중요하게 제기했던 기획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 연으로 하게 됐다. 이것은 민주통합당 총선 전략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이다. 새로운 젊은 층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하게 하고 정치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냐, 젊은 정당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성에도 매우 중요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 처음에는 참여가 저조했으나 막판에 참여율이 높아졌다. 이유는 뭐라고 보나.

"원래 이런 공모는 마지막 날 몰린다. 미리 자료를 오픈하면 노출되기 때문에 대개 마지막 날 몰리게 돼 있다. 신청자 마감 날 3분에 한 번씩 사이트가 업데이트 되는 것을 보면서 안심했다. 당초 예측했던 숫자는 1000여 명이라는 설도 있었지만 기획단 진행팀에서는 350~400명 정도 예상했고 결과적으로 그 예측이 맞은 셈이다."

 

- 총 389명이 지원했다. 남성이 322명(82.77%)으로 67명(17.23%)이 지원한 여성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상대적으로 남성지원율이 높은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 모든 분야, 기업이나 다른 직종에서는 여성의 장벽이 많이 무너졌다. 그런데 아직 정치분야는 여성에 대한 장벽이 있고 그것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이 14.7%이고, 이중 비례대표를 빼고 또 지역구 공천 신청비율은 늘 10%가 안 됐다. 그런데 이번 청년비례 여성 응모율이 17%니까 기성 여성정치에 비해 참여율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 참가자 중 민주통합당 당원 비율이 생각보다 낮다. 7.7%던데. 왜 이럴까?

"사실 정당인이 좀 더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당인들이 생각보다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이번 경연이 당 내부인사들에게 유리하지 않겠나 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번 지원비율이 공개되면서 그 자체가 불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당 내부인사들은 경연방식으로 진행되는 청년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로 자신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도 존재하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또 이번 청년비례 국회의원 선출은 목표가 국회의원이 된다는 것도 있지만 과정 자체가 좋은 정치인이 되는 트레이닝인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의 도전의식이 훨씬 많을 것 같다."

 

- 김영경 청년유니온 대표는 청년비례대표에 도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지원했나.

"청년유니온 내부에서 대표의 정치참여와 정당가입 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시기를 놓친 것 같다. 아직도 토론 중이라고 들었다. 군대 내 금서 문제를 제기해 법무관 시절 고초를 겪었던 박지용 변호사, 랩퍼, 군인권센터 소장이자 성적 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는 임태훈 소장, 카이스트 출신 과학기술분야 여성들 다양한 분들이 지원했다."

 

- 서류와 심층면접으로 1단계 심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의 구성은 어떻게 되나.

"1차 서류심사는 7~8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심사위원은 당내 인사, 시민사회, 문화예술인 등을 모실 생각이다. 주로 청년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인사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면접심사는 블라인드 테스트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기 때문에 심사위원을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 심사위원이 공개되면 로비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다. 심사위원장 정도만 공개할 생각이다. 그렇게 압축된 인원들을 대상으로 청년정치캠프를 꾸리고 멘토단을 결합시켜 교육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하면서 그들을 평가할 것이다. 청년모의국회도 열고 2박3일 캠프도 떠난다."

 

- 멘토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멘토는 신인 청년정치인의 후견인이 되는 것이다. 현역 정치인이 될 수도 있고 정치컨설턴트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을 키워 청년리더십을 갖게 할 것이고, 이번 도전에 실패할지라도 다음 지방선거에 도전할 수 있도록 계속 리더십훈련을 해나갈 것이다."

 

- 400명의 청년들이 지원한 것은 어떻게 평가하나.

"구린 한국정치에도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었다. 청년들이 도전해서 정치를 해보겠다는 것을 보면서 동기부여를 잘 끌어내면 우리 정치에도 미래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주니어들이 정치로 입문하는 경로가 별로 없었는데 이런 경로가 후진적인 한국정치를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책콘테스트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나.

"토론회가 될 수도 있고 그밖에 재밌는 방식은 없을까 논의 중이다. 방식은 전문가와 협의하고 있다."

 

- 슈퍼스타K 방식의 경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느 단계부터 적용되나.

"슈스케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경연방식으로 정치인의 입문을 돕겠다는 것이지 그 프로그램과 똑같이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멘토가 있다는 것이 슈스케와 닮은 점이라면 닮은 점이다. 최종 단계에서 16명에 대한 인물정보나 정견을 담은 웹에 가서 19세-45세 미만 청년층만 투표해서 최종 4인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 세대를 대표하는 사람을 그 세대들이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히 모바일 경선 시스템으로 한다. 무엇보다 이번 경연이 딱딱한 시험이 아니라 청년축제 방식으로 되는 큰 이벤트도 기획 중이다. 선거인단은 모집 중이다."

 

- 새로 정치에 도전했는데 '남윤인순표 정치'는 무엇인가.

"키워드는 평등이다. 우리 사회가 자유는 수용이 됐지만 평등은 아직도 진보의 이론으로 치부한다. 우리 사회가 평등의 문제로 좀더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급간 문제, 성별간, 소수자 문제 등등이 우리 사회 전면의 아젠다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문제, 일과 가정의 양립, 보육, 일자리 문제, 돌봄이 다 여성의 일인데, 이것을 사회적 돌봄으로 가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뤄야 한다. 평등과 돌봄. 결국 이것은 우리 사회를 치유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치유의 정치가 내가 하고 싶은 정치다."

 

- 끝으로 하고픈 말은?

"정말 새로운 정치를 하고 싶다. 새로운 정치를 하려면 시민정치가 계속 활성화돼야 하고 담론확산을 위한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이 새로운 정치의 풀로 계속 존재해야 한다. 개인 남윤인순이 정치인이 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여성주의, 시민적 가치가 계속 묶여서 움직일 때 새로운 정치가 가능하다. 한 개인으로 정치에 팽개쳐진다면 현재의 정치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시민사회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당하고 싶다. 소환도 받고 싶다. 정치권의 논리와 속도는 굉장히 빠르고 간파하기 힘든 세력관계도 있기 때문에 그 논리에 나조차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

#나꼼수 #비키니 #마초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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