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몸에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대의 진정한 춤꾼] 김정숙 무용단 단장에게 새해 포부를 듣다

등록 2012.02.06 20:42수정 2012.02.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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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어난 고통의 꽃 그의 얼굴을 본다. 그 얼굴은 폭풍의 내부처럼 고요하고 그리고 아름답다. 그의 눈은 눈물의 내부에 비친 기쁨의 빛 넘치는 그릇이다. 자연의 폐의 향기를 향해 깊이 열려 있는 그의 숨결. 운명의 모습처럼 반쯤 열려 있는 저 입의 심연의 고요. 회오리바람 기둥의 중심에 모인 힘으로 기쁨을 향해 열려 있는 얼굴. 오. 피어난 고통의 꽃 그대의 얼굴. -정현종의 시,<한 고통의 꽃의 초상-니진스키에게> 중에서

a  우리시대의 진정한 춤꾼, 김정숙 씨

우리시대의 진정한 춤꾼, 김정숙 씨 ⓒ 송유미


김정숙 춤꾼(사진)은 제 7회(2004) 울산무용제에서 <타래 Ⅲ-끈>작품으로 대상을, 같은 해 제 13회 전국 무용제에서 <타래 Ⅲ-끈>작품으로 연기상을, 연이서 제 8회(2005) 울산 무용제에서 창작 작품 <쇳대>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정숙 무용단의 <쇳대>는 "지킴과 닫힘의 의미를 갖는 자물쇠의 본질을 여인들의 시대적 사상과 마음으로" 표현했다. 김정숙 춤꾼은 그동안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쇳대>를 비롯 <타래 Ⅲ-끈>,<옹기>,<화로> 등과 같은 작품을 해 왔다.

a  뉴욕으로 한국춤을 수출하겠다 ? 큰 포부를 가진 김정숙 춤꾼

뉴욕으로 한국춤을 수출하겠다 ? 큰 포부를 가진 김정숙 춤꾼 ⓒ 김정숙 무용단


김정숙 무용단의 <타래 Ⅲ-끈>은 "인간의 삶의 연결고리를 춤의 언어로 표현, 특히 삶의 동적이면서 정적인 면을 형상화해 이해를 돋운 한편 마지막에 자정 기능을 갖춘 물을 등장시켜 정화된 삶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희로애락으로 인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나(我)"라는 주체 이미지로 형상한 <타래 Ⅲ-끈>은 평자들로부터 상찬을 받은 바 있고, <쇳대>는 "맺힌 데 없는 춤사위였다. 무용수 일곱 명의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졌다"는 심사평을 받아 대상을 수상했다.

김정숙 춤꾼은 줄곧 울산과 부산을 무대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교 무용학과 졸업, 부산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현재 후학을 양성하는 학구적인 춤꾼으로 울산대, 부산대, 부산예술대, 울산예고 등에 출강하고 있다.

a  김정숙 창작 무용 <옹기>

김정숙 창작 무용 <옹기> ⓒ 김정숙 무용단


2010년 오페라 <아이다>를 연출해 주목을 받기도 했고, 최근 정귀인 무용단 <역>에 출연하여 좋은 춤을 관객에서 선물한 바 있는 김정숙 춤꾼. 그에게 2012년 새해 포부를 듣기 위해 지난 2월 1일 김정숙 무용단 사무실 근처 한 찻집에서 만났다.


눈부신 무용제의 수상 경력을 가진 촉망 받는 춤꾼이기에 약간은 화려한 모습을 기대했으나, 무대 밖의 그녀는 너무나 검소한 모습이라 약간은 놀랐다. 짧은 단발머리에 낡은 청바지 차림.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그러나 눈빛만은 맑고 빛났다.

a  김정숙 춤꾼의 대표작품 <쇳대>여성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김정숙 춤꾼의 대표작품 <쇳대>여성의 삶을 형상화하였다. ⓒ 김정숙 무용단


- 춤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저는 춤이란 몸에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춤에 대한 생각은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네요. 그러니까 10년 전 내가 추었던 춤은 지금 와서는 춤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식이라면 미래에 생각하는 춤은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저는 춤을 추고자 하는 주제와 테마가, 내 몸의 의미가 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춤의 주제가, 제게 다가와서 몸의 의미로 발전 되는 것이 매우 신비롭다는 생각을 번번이 합니다. 춤을 통해 몸의 근육을 느끼고 마음의 이완을 느낍니다. 춤의 영감을 좋아하는 미술과 음악 등을 보면서 얻습니다. 특히 저는 오페라 음악을 좋아합니다. 모짤트의 생을 그린 영화<아마데우스> 볼 때마다 경이로움을 전율처럼 느낍니다. 모짤트의 음악은 제게 절로 몸의 움직임과 춤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러한 감동이 너무 큰 나머지 현재 모짜르트 생애를 토대로 오페라 무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 교내 방송국 피디를 한 경험이 오늘에 많은 도움을 받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춤과 음악은 뗄 내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궁합이 맞은 예술 같습니다.

뭐라고 할까요. 음악의 리듬을 춤에 싣게 되면 절로 무대 위에 어떤 아름다운 음표가 뛰어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빗나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춤은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본연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예술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a  김정숙 무용단

김정숙 무용단 ⓒ 김정숙 무용단


- 김정숙 선생님의 춤의 세계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면 합니다.
"저의 춤 세계는 매우 간단해 졌다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멋진 춤만 추고 싶었지요. 앞에서도 얘기 했지만, 10년 전에 추웠던 제 춤은 춤이 아니라고 생각한 계기가 있습니다. 10년전 영국에서 월리암 포사이드 프랑크푸르트 발레단 예술감독을 만났습니다. 그의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저의 춤의 세계관은 변했습니다.

그의 작품을 보면서 아, 이런 작품이 다 있었구나, 이런 작품을 해보고 싶다, 그런 선망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One Flat Thing, Reproduced>는 28분의 아주 짧은 무용영화입니다.
거의 줄거리가 없습니다. 강한 이미지만 있습니다. 영화에서 마치 도둑이 건물 내부의 난방 도관(duct)을 기어가는 듯 한 이미지가 대개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인상 깊은 작품 하나가 있어요.

a  꽃의 초상을 그리다... 김정숙 춤꾼

꽃의 초상을 그리다... 김정숙 춤꾼 ⓒ 김정숙 무용단


겐조 상표가 찍힌 천들이 무대 뒤쪽에 펼쳐져 있는데, 그것들이 조화가 되어서 춤을 추는 거에요. 상표도 춤이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분의 작품은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제가 런던에서 월리엄 포사이드 무용단의 특강을 받고 그들과 같이 공연을 했던 것이, 지금의 저의 춤 세계를 정립해 준 것입니다.

한국적인 것은 정귀인 선생님한테 좋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월리암 포사이드, 그분의 새로운 무용 기법에의 구사가 너무 놀라웠고, 그때 교육 받은 것이 지금의 내 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겠지요(웃음)?"

- 선생님의 작품들은 대개 옛것을 형상화한 작품이 많은 데요. 현대 무용으로 이를 작품화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요 ?

"전 무용을 하면서 한 번도 어렵다거나 무용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습니다. 제 할 일은 춤이라고 생각하고 많은 작품 만들기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전 작품을 현대무용화 시키는 일에 무한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페라 <아이다> 연출을 한 것도 이런 연장선의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출하는 오페라 작품의 경우, 기존 오페라와 달리 춤이 작품을 돋보이는 역할에 많이 중심을 둡니다. 춤을 추거나 무대 작업에의 어려움은 없으나,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공연에 드는 제작비 마련에 항상 어렵습니다.

a  이 시대의 진정한 춤꾼, 김정숙 씨

이 시대의 진정한 춤꾼, 김정숙 씨 ⓒ 김정숙 무용단


그래서 요즘은 마케팅 홍보에도 관심을 가지고 뛰고 있습니다. 관객이 외면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무대 위에 올려 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무엇보다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연 예술을 하고 싶은 것이 바램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지구인이라면 누구라고 애정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자연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환경 무용' 공연을 자주 갖을 계획입니다. 서울에 모든 문화예술이 집중된 지금이지만, 미래에는 부산이 뉴욕처럼 문화의 중심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인데 뉴욕이 더 문화가 발전되어 있듯이 말입니다. 국제 시대를 맞이하여 뉴욕을 향하여 부푼 꿈을 갖고 뉴욕에서 춤 공연을 갖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웃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a  김정숙 작품 <옹기>

김정숙 작품 <옹기> ⓒ 김정숙 무용단


춤꾼 김정숙은 누구?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무용학과 강사(현대무용, 발레 외) 부산대학교 평생교육원 책임강사(움직임을 위한 요가 외) 울산대학교 음악대학 강사 (무대동작), 2002월드컵 안무감독, 2002월드컵 조추첨 기념공연, 2002아시안게임 안무감독, 제 35회 전국소년체전 안무감독(상임안무), 2010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안무감독 외 창작 무용 대표작품으로 <타래>, <옹기>, <쇳대> 등 다수가 있다.

2002 아시안게임 문화축전공연 안무, 2006 제 35회 전국소년체전 상임안무, 2008년, 오페라<사랑의 원자탄> 연출 및, 2010년, 오페라 <아이다>를 연출했다. 2008 울산문화재의 넋을 위한 굿춤(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제 11회(2008) 울산무용제 참가(최고 연기상 수상,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008 경남문화재를 위한 공연(의령군문화회관), 제17회, 18회 부산무용제 참가(연기상 수상, 부산문화회관 중강당), 제 10회 울산무용제 참가(최고 연기상 수상,울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제9회 울산무용제 참가(최고연기상수상, 울산문화예술회관대극장) 제 7회, 8회 울산무용제 참가(대상 수상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극장), 제 13회 전국무용제 참가(연기상 수상, 대전예술의 전당 대강당)

#김정숙 춤꾼 #김정숙 무용단 #타래 #옹기 #쇳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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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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