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좇는 언론인? "보복하고 사죄하게 해야죠"

시사IN 토크콘서트 '언론잔혹사'

등록 2012.02.08 10:16수정 2012.02.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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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입기자들이 입이 댓 발 나와 있더라고요."

2월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사IN 2012 토크콘서트 - 언론난민 3인방이 말하는 언론잔혹사'에 출연한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에게 고재열 <시사IN> 기자가 던진 말이다. 언론계 대선배가 대변인이 됐기 때문이다. 신 대변인은 2008년 MBC에서 '뉴스데스크' 앵커를 하면서 날카로운 클로징 멘트들을 날린 바 있다.

신 대변인뿐 아니라 정연주 전 KBS 사장, 노종면 YTN 해직기자 등 출연자들은 모두 언론인 냄새가 채 가시지 않았다. 정치인처럼 에둘러가지 않는 말버릇이 우선 그랬다. 애매하거나 오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 발언에는 바로 반박과 정정 표현이 뒤따랐다.

 지난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사IN 2012 토크콘서트-언론난민 3인방이 말하는 언론잔혹사'.
지난 5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시사IN 2012 토크콘서트-언론난민 3인방이 말하는 언론잔혹사'. <시사IN> 제공

   
"원래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으셨죠"라는 탁현민 진행자의 질문에 신 대변인은 "실직상태였기에 일을 구해야 했다"고 대답했다. 탁 진행자는 웃으며 "생계형 정치인이시군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신 대변인은 바로 정정했다.

"생계형 정치인이라는 말은 나쁜 것 같고요. 2012년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도 비슷했다. 탁 진행자는 "KBS 사장은 500만 원 한도의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사장으로 있을 때 항상 30% 정도 쓰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사장은 "30%를 넘을 때도 있었지. 맞다고 하면 거짓말한 것이 되잖아. 평균 30퍼센트를 썼다는 얘기죠. 아니, 30~40%"라고 정정했다.

MB정부 3년간 180명 징계, 60명 기소


건조하고 적확한 표현만이 통용되는 언론인들이 모인 토크 콘서트.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너무 재미있었다. 언론잔혹사에 대해 할 얘기가 넘쳤기 때문이리라. 탁 진행자도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생긴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실, 토크콘서트를 기획하면서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초대 손님을 찾느라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근데, 셋째 날은 초대할 사람이 너무 많았어요."


이명박 정부 3년 차인 2010년 하반기까지 '미디어악법 반대' 'KBS 특보 사장' 'YTN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한 대가로 180명에 이르는 언론인들이 해고·정직·감봉·경고 등 보복징계를 당했다. 또한, 60여 명이 업무방해나 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객석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이춘근 MBC 시사교양국 PD는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인 탄압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줬다.

"사실, 저도 나름대로 고초를 겪었기 때문에 무대 위로 초대해주지 않은 것이 섭섭했습니다. 근데 해직, 해고 등을 당한 선배님들 앞에서 감봉 6개월이 감히 명함을 내밀려고 하다니…. 정말 잘못했습니다. 이근행 전 MBC노조위원장은 해고된 지 1년 반이 넘었고, 조합원 1천 명 중 1백여 명, 즉 10% 가량이 징계를 받았어요. 이번 파업을 주도한 박성호 기자회장과 양동암 영상기자회장도 해고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그는 MBC의 급박한 상황을 알린 뒤 "이명박 정권하에서 지난 4번의 파업은 다 졌지만, 이번 파업은 승리하길 바란다"며 "노조의 투쟁을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민주화는 피곤한 것... 감시 게을리하면 죽어"

 객석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이춘근 MBC 시사교양국 PD가 MBC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객석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이춘근 MBC 시사교양국 PD가 MBC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시사IN> 제공

    
언론장악의 현실과 대안에 대해 얘기하던 공연은 '언론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넘어갔다. 초대손님인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피의 보복'을 주장했다.

"언론인만큼 권력에 대한 안테나가 세워져 있는 계층이 없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바로 권력을 찾아갑니다. 이런 언론인은 일제강점기에 정신대와 창씨개명을 종용했던 사람과 같습니다. 이들에게 피의 보복을 하고 사죄하게 만드는 절차가 꼭 필요합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와 신경민 민주통합당 대변인도 잇달아 한마디씩 받았다.

"언론 자유를 지키는 것은 절대 언론인들끼리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습니다. 주 기자가 얘기한 것처럼 언론인은 권력에 예민합니다. 그러나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여러분이 감시한다면, 언론 자유가 지켜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노종면 YTN 해직기자)

"민주화는 항상 배반하고 역설로 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피곤합니다. 4대강 사업처럼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방심한 사이에 진행된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민주화를 게을리하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신경민 대변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단비뉴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시사인토크콘서트 #언론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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