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어제 제관에 뽑히면 부부관계도 못했죠"

군산시 비응항에서열린 '제2회 만선풍어제'

등록 2012.02.12 11:14수정 2012.02.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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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군산시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의 식전 풍물공연

군산시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의 식전 풍물공연 ⓒ 조종안

군산시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의 식전 풍물공연 ⓒ 조종안

어부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2회 만선 풍어제'가 11일(토) 오전 10시 30분 군산시 비응항 수협공판장에서 열렸다. 어민들로 이루어진 '(사)군산연안 자망 복합어민 발전협의회'(회장 강영술)가 주최한 풍어제는 지역주민과 어촌계, 관광객 등 5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강영술 회장은 "군산항은 서해안 중심의 어업전진기지로 1700여 관내 어선과 100여 척의 다른 지역 어선이 연간 800억이 넘는 어획량을 올리고 있다"며 "갓 잡아온 싱싱한 수산물은 국내는 물론 외국까지 유통되고 있으며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회장은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리 고장의 전통문화가 무관심 속에 잊혀가는 게 안타깝다"며 "풍어제 재현행사를 통해 항구도시의 특색을 살리는 문화예술로 승화 발전되고 나아가 우리의 민속 문화로 잘 보존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풍어제는 군산지역에서 옛날부터 전해져오는 민속풍습으로 산신과 용왕신의 내림굿으로 시작된 세습무들의 흥겨운 가락으로 용왕신을 달래 육지와 해상을 오가는 사람들의 무사고와 풍어를 기원하는 전통문화다.

 

a  풍어를 기원하는 소지를 올리기 전 용왕님께 큰 절을 하는 군산수협 최광돈 조합장

풍어를 기원하는 소지를 올리기 전 용왕님께 큰 절을 하는 군산수협 최광돈 조합장 ⓒ 조종안

풍어를 기원하는 소지를 올리기 전 용왕님께 큰 절을 하는 군산수협 최광돈 조합장 ⓒ 조종안

 

행사를 후원한 군산 수산업협동조합 최광돈 조합장은 "예로부터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우리 어민들은 거센 파도와 싸우며 지역경제의 일익을 담당해왔으나 최근 어획량 감소와 출어경비 상승 등으로 어업환경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러나 험난한 파도와 싸워 이겨왔듯 위판실적 1천억 목표를 달성하며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어민들을 격려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풍어제가 시작되기 전 비응도 공판장에 도착, 참석자들에게 "여러분의 모든 소원이 바다를 지키는 수호신들에게 전달되어 올해에는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만선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며 새해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어 "직면한 수산업 위기 극복과 우리 후손에게 '풍요롭고 건강한 바다!', '쾌적하고 아름다운 어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수산업에 종사하는 여러분과 관련 단체들이 슬기를 모아 서로 협력하고 전력을 다 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시장은 "군산 경제를 이끌었던 수산업이 각종 해양개발 사업과 해양환경 변화, 자원고갈 등으로 어민들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시에서는 중·장기 발전 전략으로 '수산업 5개년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특성화, 차별화, 명품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있는 고부가 가치 수산업 육성에 역점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산지역 용왕굿의 특징과 유래

 

a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이 돗자리로 죽은 사람의 옷을 만들어 씻김굿을 하고 있다.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이 돗자리로 죽은 사람의 옷을 만들어 씻김굿을 하고 있다. ⓒ 조종안

용왕굿 보존회 회원들이 돗자리로 죽은 사람의 옷을 만들어 씻김굿을 하고 있다. ⓒ 조종안

a  무녀가 독 위에서 머리에 떡시루를 이고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무녀가 독 위에서 머리에 떡시루를 이고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 조종안

무녀가 독 위에서 머리에 떡시루를 이고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 조종안

 

1부 개회식을 마치고 중식 후 2부 행사로 '군산 용왕굿 보존회' (회장 김요화) 회원 30명이 펼치는 '풍어 용왕굿'이 재현되었다. 용왕굿은 상고축원, 산신굿, 용신굿, 씻김굿, 조상 해원굿, 길닦음굿, 대감놀이 순으로 진행되었다. 

 

용왕굿을 하는 목적은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의 원혼을 달래어 하늘로 인도하며 용왕님과 서낭님의 은덕으로 여름의 태풍을 무사히 넘기고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하며 고기를 많이 잡고 뱃길의 안전을 꾀하는 데 있다고 전한다.

 

군산지방의 용왕굿은 내륙과 섬지방의 특징이 혼합되어 있는데, 이는 지리적 조건과도 상관이 있다고 한다. 군산은 무당들 구역이 둘러 나뉘어 동부 당골과 서부 당골로 지역을 지켰는데 용왕굿 행사는 전체 고을을 위한 큰 행사이기 때문에 두 당골이 합동으로 거행하였다.

 

용왕굿은 날짜를 잡으면 선주와 어부들에게 쌀과 과일, 무명베 등을 거두어 제물을 장만하고 굿을 여는 당일에는 지금의 해망동 선창 근처에 고 군산 쪽을 바라보고 볕가래기를 쳤으며 산신과 용왕을 함께 모시는 의미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월명산 산신을 모시는 대잡이굿을 했다.

 

"풍어제 제관은 부부관계도 못 했어요!"

 

a  풍어제가 열리는 비응항, 오색 깃발은 풍어, 만선을 상징한다고 한다.

풍어제가 열리는 비응항, 오색 깃발은 풍어, 만선을 상징한다고 한다. ⓒ 조종안

풍어제가 열리는 비응항, 오색 깃발은 풍어, 만선을 상징한다고 한다. ⓒ 조종안

 

용왕굿 재현을 관심 있게 바라보던 김평운(50)씨는 "제가 사는 하제(포구)에서는 어촌계 차원에서 풍어제를 올렸는데 포구에 어선이 200여 척 정도가 정박하던 30~40년 전에는 이틀에 걸쳐 성대하게 열렸었다"며 옛날을 회상했다.

 

"마을에 우환이 끼거나 고기잡이 나간 배가 풍랑을 만나 어부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고기가 잘 잡히지 않을 때, 그리고 배들이 만선을 하고 들어와도 고마운 마음에 고사를 지냈는데 온 마을이 잔칫집처럼 굉장했어요.

 

풍어제는 3년~5년에 한 번씩 지냈는데 마을에서 덕망이 높은 어른 가운데 제관을 두 분 뽑아서 지냈죠. 제관이 부정한 짓을 하면 부정을 타서 그 해에는 풍어와 풍년을 기대할 수 없고, 마을 사람들이 질병에 걸린다며 육식을 금하고, 며칠 전부터 부부관계도 못 했어요."

 

김씨는 "교회보다 미신을 더 믿던 시절에는 모두가 가난했고, 풍어제 비용도 많이 들었기 때문에 자주 열리지 못했으며 마을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집에서 떡이 가득 담긴 작은 시루를 하나씩 가져와 바다로 나가 고사를 지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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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2012년 만선 풍어제 축문

유세차~~2012년 임진년 정월 스무날. '(사) 군산시 연안자망복합 어민협의회'(이하 '자망협회') 일동은 서해바다 용왕님께 삼가 고하나이다. 길일인 오늘, '자망협회' 회원들이 목욕재계하옵고 마음고이 비응항에 모여 만선에 풍어와 안전운행 할 수 있도록 모든 어선들을 보살펴주시기를 바라나이다.

저희는 지난 수십 년간 경건한 마음과 몸으로 바다와 함께하여 왔습니다. 오늘 2012년 정월 스무날 이곳 비응항을 찾아서 '자망협회' 회원들의 풍어와 안전운행을 빌고, 회원간의 우애를 더욱 두터이 하고자 합니다.

서해바다 용왕님이시어~ 오늘 다지는 이 각오가 무서운 태풍, 매몰찬 비바람, 혹독한 눈보라, 아래서도 감싸주셔서 언제나 만선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그리고 어려운 나라를 굽어 살피시고, 회원 각 가정과 이웃에 행복이 가득하도록 하여 주소서~ 오늘 이 자리가 많이 부족하옵지만 저희 '자망협회' 회원의 깊은 정성으로 준비하였던 점, 너그러이 이해 바라옵고, 저희 자망협회 회원들의 우애와 결속을 다지는 자리가 되도록 부디 굽어 살펴 주소서~

2012년 정월 스무날, 군산시 비응항에서 '자망협회' 회원 일동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군산 비응항 #풍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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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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