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신당' 국민생각 창당... 장기표는 '결별' 선언

박세일 단독대표 체제로 본격 출범... "FTA 파기세력과 선진통일세력 맞붙어야"

등록 2012.02.13 18:41수정 2012.02.1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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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왼쪽)과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11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국민생각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인사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표 대표는 2월 13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생각 창당 불참의사를 밝혔다. 반면, 박세일 이사장은 13일 창당대회에서 국민생각 단독대표로 추대됐다. ⓒ 권우성


합리적 진보세력과 개혁적 보수세력의 결합을 표방하는 '국민생각'이 13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당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4월 총선 체제에 본격 돌입했다. 지난 1월 11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연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국민생각은 창당 발기인 대회 이후 각 지역별로 돌며 이미 전국 9개 시·도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국민생각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창당을 주도한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국민생각의 단독대표로 추대됐다. 박 이사장과 함께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민생각 창당대회에 불참하며 결별 의사를 밝혔다. 국민생각 내에서 '합리적 진보세력'을 상징했던 장 대표가 빠지면서 '중도신당'이란 외연 자체가 무색해진 셈이다. 

장 대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여러 정책적 이견이 있었지만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정책을 조율하고자 많이 노력했다"면서 "그러나 FTA와 재벌개혁, 부자증세 등 주요 정책에서 제 철학까지 접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더는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함께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창당대회를 앞두고 박 이사장 측은 박 이사장 단독대표를 주장하고 저는 공동대표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를 조정·협의한 약속이 결렬됐고, 결국 견해의 일치를 보지 못했다"며 "앞으로 시대정신에 부응할 수 있는 길을 깊이 모색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박세일 단독대표 체제... '중도신당' 표방했지만 보수적 색채 강화

이와 관련, 박 대표는 이날 창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대표가 창당대회에 불참한 것은) 본인이 오면 (단독 대표가 된 내가) 여러 가지 불편하게 생각할까봐 안 오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본인이 단독대표에 추대된 것에 대해서도 "창당 캠페인 단계에서는 공동대표를 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정당이 창당되고 총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단일 지도체제가 필요했다"며 "(단독대표가 됐다고) 진보적 가치를 멀리한다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장 대표와 한미FTA 등을 놓고 정책적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장 대표는 한미FTA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산업과 지역에 대한 보상 및 정부대책 등이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합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날 "FTA를 반대하는 건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라며 "(민주통합당이)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 건 '반(反)정부'를 넘어선 '반(反)국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미FTA 등 일부 정책에 있어 자신의 견해를 굽힐 뜻이 전혀 없음을 드러낸 것이었다.

특히 그는 "총·대선에서 FTA 파기세력과 선진통일세력이 맞붙을 수밖에 없다"며 "필요하다면 다른 세력과 연대해서라도 FTA 파기세력을 막는 것이 애국의 길이자 구국의 길"이라고 말했다. 또 "FTA를 누가 반대하느냐면, 북한이 반대한다"며 "종북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는 대한민국을 구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생각은 이날 열린 창당대회에서도 그 보수적 색채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국민생각 홍보위원장으로 인선된 김경재 전 의원은 이날 "중도보수를 표방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요새 좌클릭을 계속하고 있다"며 "국민생각이야말로 중도보수의 새 보수이고 진짜 보수"라고 강조했다. '친정' 민주통합당 안에서 한미FTA 폐기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미국과 FTA를 폐기하면 그 어느 나라가 우리나라와 FTA를 맺으려 하겠느냐"라며 "우리는 종북좌파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마포안보포럼' 위원장 박승부 예비역 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종북좌파들이 쇠고기 파동, 민란프로젝트 등으로 국가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며 "국민생각의 창당은 자유대한민국의 미래, 안보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강조했다.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장관은 "지금이 포퓰리즘 복지 할 때인가, 진보와 보수가 갈려서 싸워서 할 때인가"라며 연신 박 대표를 추켜 세웠다. 그는 "박세일 대표만큼 나라의 장래를 내다보고 나라를 사랑하고 자기자신을 초월해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며 "제일 밑바탕에서 여러분과 같이 국민생각을 돕겠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전면 내세운 국민생각, '보수대연합' 가능성 열어놔

김경재 전 의원,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등 '올드보이'들이 대거 당 전면에 나섰다는 점도 '한계'로 보인다. 국민생각은 이날 박계동, 김경재, 이신범, 배일도, 윤건영, 이신범, 이원복 등 전직 의원을 중심으로 주요 당직을 인선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자유선진당 등 보수정당의 현직 의원들은 이날 창당대회에 한 명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전여옥 새누리당 의원만이 이날 행사장에 축하 화환을 보냈다. 전 의원 외에 축하화환을 보낸 정치인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 등에 불과했다. 이는 박 대표가 지난 창당 발기인대회 당시 "총선 전 제3당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던 것과 비교된다.

현재 국민생각은 4월 총선에서 전국 245개 지역구 중 200곳 이상에 후보를 내고 비례대표까지 포함 최소 3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현직 의원들의 합류가 미미할 경우,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물론, 향후 공천심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탈락 인사들이 합류하며 몸집을 불릴 가능성도 크다.

일단, 박 대표는 "새로운 분을 많이 모실 계획"이라며 "여성과 30~40대 젊은층을 30% 이상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정치인을 원한다면 평상시 모르는 분한테 표를 모아주시는 게 필요하다"며 "유권자들이 평소 잘 모르는 인물이 나오더라도 선거공보를 자세히 살펴서 찍어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다만, 그는 "정치는 신인만 갖고 안 된다"며 "정치인 나름대로 노하우와 경륜이 있기 때문에 가치와 정책에 대한 소신이 같다면 여·야 관계없이 모셔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생각 합류에 대해)솔직히 여러 분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직이든 전직이든 간에 대한민국 정치가 이래선 안 된다는 분이 늘어나고 있다"며 "논의하고 있지만 (합류 여부는) 그 분들의 결단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자유선진당 등과 총·대선 과정에서 연대할 가능성에 대해선 "가치연대나 정책연대는 가능하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선진통일'을 향해 같이 힘을 합쳐나가자는 정치세력이 있다면 여당이든, 야당이든 같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력기반이나 정책노선도 다른 당들이 선거에 이기기 위해 연대하는 민주통합당 식의 '선거야합'은 할 생각이 없다"며 "창당을 막 했고 선거전략도 이제 짜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합당이나 선거연대를 생각한 적 없다"고 말했다. 
#국민생각 #박세일 #장기표 #보수대연합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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