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정서의 서정적인 표상

조상지 개인전 '기억의 편린'개최

등록 2012.02.26 16:04수정 2012.02.2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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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72.7×91cm_2012 ⓒ 조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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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91×116.7cm_2011 ⓒ 조상지


중세 이후 회화는 신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매개체에서 탈피해 예술가의 미에 대한 주관 및 세계관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특히 19세기 사진이 발명되면서부터는 현실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외부세계를 상상력에 의지해서 재구성하거나 예술가의 표현의지가 투영된 결과물이 생산되었다.

또 20세기 초반에 등장한 다다이즘 및 현실주의가 미술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끼치면서부터는 현실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서 현실을 탈피한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작가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보다는 감정적이고 무의식에 의존해서 자동 기술된 결과물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실재와 가상,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가 화폭을 채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중요한 수사적인 장치로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갤러리 아트사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는 조상지는 수족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식물을 다루었다. 작가 자신이 수족관의 단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림을 그린 것이다. 또 작가가 선택한 재료는 동양화의 재료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동양화와 같이 단색화를 그린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색채를 사용하였다.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는 검정색, 푸른색, 노란색 등 지극히 제한적이다. 또 역동적으로 화면을 구성하지 않고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정적이고 차분하다.

그런데 작가가 재현한 수초와 꽃들은 생기발랄한 밝은 분위기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왠지 모르게 고독하고 쓸쓸하게 다가온다. 또 역동적인 화면은 아니지만 미세한 물결의 흐름 때문에 시간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러한 표현으로 인하여 세월의 무상함 혹은 허무감이 환기되기도 한다. 작가는 대상을 통해서 자신의 내밀한 정서와 정체성을 표현하고 있다. 수족관을 채우고 있는 식물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 자신을 대체해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전시 작품 중에는 모노톤의 식물로만 화면이 채워져 있는 작품도 있지만 포인트처럼 채색되어 있는 식물이 홀로 존재하면서 단색의 식물들로 둘러싸여 있는 그림도 있다. 하지만 전자나 후자 모두 쓸쓸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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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91×116.7cm_2012 ⓒ 조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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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91×116.7cm_2012 ⓒ 조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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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100×170cm_2011 ⓒ 조상지


인간은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늘 외롭고 혼자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이 있다. 특히 복잡한 사회구조와 조직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시대인들은 더욱 더 그러하다.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르게 치열한 경쟁 사회를 견뎌나가면서 외롭고 우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현대인들의 삶과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읽혀진다.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 톤, 푸른색 물결, 홀로 채색되어 있는 꽃 등이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서 더욱 더 고독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고독한 동시대인들의 자아를 재현한 정서적인 그림이다. 또한 그러한 결과물 자체가 작가의 정신적인 영역의 표출이기도 하다.

동시대 회화는 개념화되어 있다. 또 표면적인 이미지가 작품의 구조를 이루는 전부가 아니라 이미지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자리 잡고 있다. 상징적인 수사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가 이중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조상지의 작품도 이러한 동시대 회화의 경향을 반영한다.

덧붙이는 글 | Fragments of Memories 기억의편린
조상지展 / JOSANGJI / 趙祥禔 / painting
2012_0301 ▶ 2012_0313

갤러리 아트사간
GALLERY ART SAGAN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 영정빌딩 3층

Tel. +82.2.720.4414


덧붙이는 글 Fragments of Memories 기억의편린
조상지展 / JOSANGJI / 趙祥禔 / painting
2012_0301 ▶ 2012_0313

갤러리 아트사간
GALLERY ART SAGAN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 영정빌딩 3층

Tel. +82.2.720.4414
#조상지_나를 잊지마세요_장지에 채색_100×17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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