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 분란 확대? 열쇠는 '탈박' 김무성

공천위 계파공천 여론 우려로 고심...김무성 "우파분열 불러올 공천"

등록 2012.03.07 20:28수정 2012.03.07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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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새누리당 정홍원 공천위원장이 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한때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한 보드게임 '젠가'는 길쭉한 직육면체 나무벽돌을 탑처럼 쌓아두고 게임 참여자들이 돌아가며 탑이 무너질 때까지 한 장씩 빼 다시 탑 위에 올려놓는 게임이다. 반드시 벽돌 한 장을 빼야 하지만 탑이 무너지면 패배한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벽돌로 쌓은 '젠가'가 있다. 새누리당 공천위원회는 이 탑에서 25%의 벽돌을 빼면서도 탑이 무너지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천위는 당초 '시스템으로 판단해 벽돌을 빼겠다'고 공언했는데, '친박근혜계 벽돌만 남겼다' 혹은 '주로 친이명박계 벽돌만 뺐다'는 여론이 조성되면 이 '젠가'는 와르르 무너진다. 

 

7일까지 3차에 걸친 공천자 발표에서 공천위가 뺀 벽돌 중엔 친이계가 많았다. 특히 이재오 의원은 남겼지만, 핵심 측근들을 과감히 빼버려 '18대 총선 공천에 대한 보복'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까지는 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천결과를 발표하다 보니 생긴 결과일 수 있다. '공천 아닌 사천'이라 불렸던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에 공천된 이들은 친이명박계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공천위가 어떤 벽돌을 빼내야 할지 가장 고심하고 있는 지역은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와 부산이다. 7일까지 대구는 선거구 12곳 중 3곳만, 부산은 18곳 중 9곳만 경선실시 또는 공천자를 확정지었다.

 

대구보다 어려운 게 부산이다. 신공항 백지화,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지역 민심이 악화됐다. 이런 상황은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부산의 민주당 지지율이 새누리당 지지율에 근접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또 야당이 '낙동강 벨트'를 교두보로 확보할 태세여서, 자칫하면 '공천 때문에 부산이 함락됐다'는 평가가 나올 우려가 있다.

 

공천위가 검토하고 있는 '25% 컷오프' 즉, 교체지수와 지지율 등에 기반해 현역 의원 중 하위 25%를 교체한다는 기준에도 부산 현역 의원 상당수가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언론은 남구을 지역구의 김무성 의원도 이 컷오프 대상인 것으로 보도했다.

 

'시스템'으로 김무성 배제해도 바깥에서 보기엔

 

a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그런데 이 '김무성 벽돌'을 빼내기로 결심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민은 '탈박근혜'로 요약되는 그의 상징성에서부터 출발한다.

 

김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좌장역할을 했다가 18대 총선 공천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무소속 출마 뒤 당선돼 한나라당으로 돌아온 그는 세종시 문제로 박근혜 위원장과 의견대립을 하면서 결국 박 위원장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되지 못했다.

 

예전엔 친했는데 대립관계로 바뀐 관계는 원래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았던 사이보다 더 안 좋은 게 인지상정이다.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도 김 의원의 공천 배제는 바깥에서 볼 땐 친박계의 '배신자 응징'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다수의 친이계가 공천 탈락한 상황도 '김무성 벽돌 빼기'를 어렵게 만든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가 탈당했고, 일부 친이계 탈락자들이 연대해 출마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기다 수도권에서 이재오계가 대부분 탈락한 상황이어서 '탈박 김무성 공천 탈락'이 '계파 공천'이라는 평가에 힘을 더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정홍원 공천위원장은 7일 3차 공천자 명단을 발표한 뒤 "약속을 하면 시간에 쫓기게 된다"며 다음 발표가 언제라고 밝히지 못했다. '김무성 벽돌'을 뺄까 말까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중과 구조를 계산해 논리적으로 벽돌을 빼더라도 '계파공천'이라는 비판적 여론의 바람이 불면 '젠가'가 무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선 공천위가 비대위의 '정치적 결정'에 의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무성 "우파분열 불러올 공천, 대사 그르치지 마"

 

자신에 대한 공천 여부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김무성 의원은 현재까지의 공천 결과에 실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7일 낮 트위터에 "우파정권 재창출에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인사들이 결과적으로 (공천에서) 배제돼 우파분열을 불러올 공천이 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정치는 현실이다. 현장 경험 없는 기준 설정이 대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 후회 없는 공천이 되길 충언드린다"고 썼다.

 

'우파의 분열'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공천 탈락시 자신도 새누리당이 아닌 다른 보수세력의 형성에 합류할 생각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된다면 김 의원으로선 18대 총선에 이어 또다시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는 것. 

 

김 의원의 한 측근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박근혜 위원장과 틈이 벌어져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건 박 위원장에게 달려있다고 본다"며 "공천을 못 받으면 무소속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탈락한다면 이번 공천을 '비박근혜계 인사 대한 공천 배제'로 호칭할 수 있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조직적 반발이 움직임이 덜한 친이계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은 물론 구심점도 생긴다. 많은 공천 탈락자들이 김 의원의 공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박' 김무성 의원 공천 여부가 새누리당의 '시스템 공천'이 별 탈 없이 관철되느냐를 결정할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03.07 20:28ⓒ 2012 OhmyNews
#김무성 #새누리당 #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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