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공천 논란 "정치 욕하다가 이제 기득권 안으로..."

'나꼼수' 김용민 전략공천 놓고 찬반 논란

등록 2012.03.15 11:43수정 2012.03.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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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한명숙 대표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 출마를 공식 선언한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통합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한명숙 대표로부터 축하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에 김용민씨를 공천한다고? 푸틴이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키던 모습이 떠오르는구만."(@stjack******)

14일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김용민 PD가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전략공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은 이 같이 일갈했다.

그가 예로 든 러시아의 상황은 이렇다. 러시아의 황제를 꿈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00~2008년 두 차례 대통령직을 지낸 후 총리로 물러났다. 3선 연임을 금지한 법 때문이었다. 이에 푸틴은 자신의 심복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앉혔다. 둘 간의 관계가 '심복'이 아닌 '동지'더라도 자리를 내주는 일련의 과정들이 김씨의 노원구 전략공천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누리꾼 'stjack******'은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 의사가 사유화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김 PD의 전략 공천에 대해 누리꾼들의 여론은 대체적으로 우호적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에서도 비판론은 존재한다. 그 중 중 하나가 바로 '정치의 사유화'다. "'정봉주의 뜻을 받들어' 김용민 공천이라니, 지역구가 자기 영지냐"(swyun****)는 것이다.

김용민 "지역구의 사유화 비판, 어깨에 짊어지겠다"

실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도 "노원구 갑은 사실상 정봉주 자치구 아니냐", "나꼼수를 통해 20~40대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찬성론과 "인기가 있다고 해서 검증 없이 전략 공천하는 것은 맞지 않다", "왜 꼭 정봉주 의원 지역구여야만 하냐"는 반대론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찬성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고 김 PD의 전략공천이 확정된 것이다.

김 PD도 이러한 반발을 의식한 듯 <나꼼수>에서 밝힌 '출마의 변'에서 "지역구의 사유화, 정치의 희화화, 이런 비판들을 그대로 어깨에 짊어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 역시 제기되는 비판을 감수하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봉주 공천이냐는 반론도 있지만, 1000만 명 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며 정치에 관심을 일으킨 나꼼수를 새로운 정치 현상으로 보고 당에 수렴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SNS 등을 통해 20~40대와 소통하기 위해 김 PD를 공천했다는 것이다. '지역구의 사유화'에 대해서 그는 "김용민 PD가 후보가 아니었어도 지역의 협조를 얻기 위해 노원 갑의 전직 의원이었던 정봉주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 순리"라며 "정봉주가 '김용민 공천하라'고 해서 된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노원갑에 김 PD가 공천된 것은 정 전 의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중론이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정봉주 전 의원이 교도소로 면회 간 당직자에게 김용민 교수의 노원갑 공천을 강하게 추천했고 이것이 당의 판단에 굉장히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노원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김 PD가 노원 갑에 전략공천된 것은 정봉주 전 의원의 추천 없이는 불가능했을 터다.


"정치가로서 김용민은 전혀 검증되지 않아"

김 PD 공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또 다른 지점은 '정치가로서의 검증 없이 인기에만 영합한 결정'이라는 데 있다. '20~40대와의 소통을 위한' 공천이라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그가 비례대표후보가 아니라 지역구민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지역구의 후보이기 때문이다. 지역구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김 PD가 총선을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현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냐에 대한 것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SNS나 나꼼수 청취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열정과 바람을 반영했다면 비례대표를 주는 게 맞다"며 "지역구 의원은 지역 대표성을 기반에 둬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교감은 없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나꼼수가 폭로를 많이 했어도 대안을 제시한 적은 없다"며 "정치인은 현안에 대해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정치가로서 김용민씨는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밖에서 정치 욕하다가 이제 와서 기득권 안으로 들어오겠다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이에 대해 우 본부장은 "김 PD는 비판적 지성들에게 정치 해설을 하는, 신선한 정치를 할 수 있다"며 "김 PD의 정치력은 나꼼수를 통해 검증됐고 이미 훈련됐다, 기존 정치와는 다른 자유분방한 정치를 이미 한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자체의 '상징성'과 해당 지역구에 '당선 가능성'을 우선에 두는 전략공천의 경우, 지역 연고나 정치적 경험보다는 다른 지점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김용민, 노원 갑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문제는 김 PD의 전략공천에 지역의 분위기가 우호적이지만 않다는 데 있다.

이미 노원 갑에는 6명의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선거를 준비하며 열심히 지역 기반을 닦고 있었다. 이들에게 '김용민 전략공천'은 마른하늘의 날벼락일 수밖에 없다. 우 본부장은 "열심히 뛴 동지에겐 미안하지만 선거에서 전선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예비후보들의 분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형남 노원 갑 예비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봉주 자치구가 한명숙 지도부의 공천 원칙이냐"며 울분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김용민의 낙하산 공천 얘기가 주민들의 관심사다, 지역 대표성이 없는 국회의원 후보에 대한 반감이 의외로 크다"며 "지금이라도 공천권을 주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병철‏ 예비후보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김용민씨가 훌륭한 분이긴 하지만 노원에서 자란 나로선 경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후보가 경쟁력 있을 수 있지만 지역 선거구제의 취지가 지역 주민들의 뜻을 받아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라면 인지도가 후보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아닐 것"이라고 꼬집었다.

예비 후보자들뿐 아니라 지역의 민심도 환영일색은 아니다. 한 민주통합당 노원구 구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김용민 교수가 정치를 한 사람도 아니라 지역에서 상당한 거부감이 있다"며 "나꼼수로 김 PD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뜬 건 사실이지만 정봉주 전 의원이 밀어서 공천된 것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노원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의 반발이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인이 노원구 주민이라는 누리꾼 'vanqui*****' 역시 "기왕에 나가는 거 김용민이 이겨야 한다"면서도 "노원은 지역 특징상 개발에 대한 염원이 커 개괄적 정치 상황보다는 지역 현안에 관심이 쏠린다, 김용민이 타 지역인이라는 것은 매우 마이너스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지역 여론에 대해 우 본부장은 "미권스와 나꼼수 팬들, 정봉주의 지역 조직이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김 후보가 경쟁력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등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파악했는지 여부에 대해 그는 "정치신인의 경우 단순 지지도는 큰 의미가 없다"며 "후보가 가진 색깔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정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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