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경선에 돌입한 17일(토) 용산에서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후보 사이에서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후 8시가 넘은 늦은 시간에도 김종민 통합진보당 후보는 효창공원 근처 용문시장 상가를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상가 입구 청과물 가게에서 상인 부부를 만난 김 후보는 "아직 (야권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전화를 못 받았다"는 상인의 말에 "야권단일화 후보를 묻는 전화가 오면 꼭 저를 지지해 주셔야 해요"라며 상인의 손을 잡았다.
시장에서 유아용 의류를 판매하는 강모씨는 인사를 건네는 김 후보를 반갑게 맞이했다. 강씨는 "20대와 30대가 무조건 김 후보를 지지할 것인데 뭐가 걱정이냐"며 "당선되면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강씨는 순천에서 용산으로 지역을 옮긴 조순용 민주통합당 후보를 의식한 듯 "김 후보는 우리 동네 사람이기 때문이다"라며 "조 후보는 외지에서 왔기 때문에 김 후보가 지역문제에 더 밝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민 후보를 수행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청년이었다. 김 후보측 자원봉사자 권장진아(26)씨는 "상가를 돌며 유권자를 만나다 보면 뉴타운 문제나 대형마트의 횡포에 맞서 온 김 후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많다"며 김후보의 우세를 주장했다.
김종민 후보 "지역구 바꾼 조 후보에 대한 주민 불신 커"
상가방문을 마치고 시장 입구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던 김종민 후보는 야권단일화 경선 전망을 묻는 질문에 "민주통합당의 조직력이 만만치 않아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렇지만 김 후보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순천에서 갑자기 지역구를 이곳으로 옮긴 조순용 후보에 대한 불신이 있다"며 "재래시장 상인회 결성 등을 도우며 대형마트 문제 등 민생현안을 챙겨온 저에 대한 믿음이 더 클 것이다"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4·26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단일화 후보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선정된 것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던 조 후보의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경에는 박원순 시장이 야권단일 후보로 결정된 것을 인정하고 박 시장의 공동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함께 했기 때문이다"라며 조 후보의 행보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김종민 통합진보당 예비후보의 의뢰로 지난 2월 17일 용산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단일후보 지지율에서 민주통합당 조순용 예비후보는 29.7%, 통합진보당 김종민 예비후보는 21.4%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3월 10일 조순용 예비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공천이 확정되면서 양 후보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3월 6일부터 9일간 <중앙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하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조순용 후보가 30.9%의 지지율로 8.6%의 지지에 그친 김종민 통합진보당 후보는 물론 이 지역 현역의원인 진영 새누리당 후보(29.7%)까지 오차범위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야권 단일화 경선을 이틀 앞두고 김종민 통합진보당 후보 측은 단일화 적합도에서 조순용 민주통합당 후보에 우세를 보인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박빙우세'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후보 측이 윈스리서치에 의뢰하여 3월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서 김 후보는 57.09% 조 후보는 42.91%로 나타났다. 조 후보는 김후보 측의 주장에 대해 "세대별 가중치가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임의적으로 설정되는 등 잘못된 여론조사 자료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조순용 후보 "급이 다른데... 승리는 기정 사실"
"컷오프를 통과하여 힘겨운 당내 경선을 거쳤더니 급이 다른 후보와 마주하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구청장급과 맞붙었다고 이야기한다. 승리는 기정 사실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조순용 민주통합당 후보는 김종민 후보 측이 주장하는 '박빙우세'라는 표현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조 후보 역시 늦은 시간까지 삼각지역 근처 선거 사무실에서 야권단일화 경선에서 지지를 부탁하는 전화 통화에 여념이 없었다.
조순용 후보는 "18대 총선과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 지지가 강하게 나타난 용산에 도전하여 민주통합당의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싶었다"며 출마 이유를 강조했다. "순천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용산으로 지역구를 옮긴 것이 아니다"라는 해명이었다.
이어 조 후보는 "국회의원의 지역연고를 따지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다"라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국회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중요하다"며 대통령 정무수석 등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강조했다.
김종민 통합진보당 후보측이 비판하는 지난해 순천 보궐선거 무소속 출마 강행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선거결과를 기쁘게 받아들이겠다는 나의 트위터 멘션에 진심이 담겨있다 "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 후보는 또한 "현재 김 후보 측이 일방적 자체 여론조사를 근거로 우세를 주장하는 행태나 나에 대한 비방에 법적 대응을 주문하는 참모들을 오히려 내가 만류하고 있다"며 "야권 단일화 이후 김 후보와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용산지역의 야권단일화 경선은 양당 경선관리위원회가 17일과 18일 2일간 ARS 방식과RDD 방식으로 각각 600명을 대상으로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에 대해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결과는 19일 오전에 공식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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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이 다른데..." vs "순천에서 용산까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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