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어디쯤 왔나요?

아내를 닮은 매화에서 봄을, 들풀에서 생명을 보다

등록 2012.03.29 10:01수정 2012.03.29 10:0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여름·가을·겨울' 중 어느 계절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2~3년 전까지만해도 겨울을 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마흔다섯을 지나자 따뜻한 봄이 더 좋아집니다. 쉰 살도 안 된 사람이 벌써 늙은 몸이 된 것 같습니다.

 

겨울이 가고 싶지 않은지 아직 아침은 영하로 내려가는 잎샘 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녘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은 이미 봄이 왔음을 곳곳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집 건너편 작은 공원에는 벌써 꽃 중의 꽃, 고귀함을 상징하는 매화가 활짝 폈습니다.

 

매화를 닮은 아내, 아내를 닮은 매화

 

a  꽃 중의 꽃 매화.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꽃 중의 꽃 매화.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 김동수

꽃 중의 꽃 매화.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 김동수

a  매화. 가장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꽃 중의 꽃입니다

매화. 가장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꽃 중의 꽃입니다 ⓒ 김동수

매화. 가장 고귀한 자태를 뽐내는 꽃 중의 꽃입니다 ⓒ 김동수

매화를 볼 때마다 정말 고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매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데 아내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아내 자랑하면 '팔불출' 소리를 듣는데 고귀함이 꼭 아내를 닮았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 매화를 보니 벌써 봄이 왔음을 느낍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백목련 꽃망울

 

매화 옆에 백목련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직 꽃망을 다 터뜨리지 않았습니다. 며칠만 있으면 긴 겨울을 이겨내고 꽃망울 터뜨려 활짝 필 것입니다.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합니다.

 

a  백목련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입니다. 긴 겨울은 이겨낸 백목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백목련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입니다. 긴 겨울은 이겨낸 백목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김동수

백목련 꽃망울이 터지기 직전입니다. 긴 겨울은 이겨낸 백목련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김동수

백목련은 활짝 피면 굉장히 큽니다. 눈이 큰 사람은 순하다고 합니다. 백목련도 그런 것 같습니다. 큰 꽃처럼 순백을 자랑합니다. 흰꽃은 깨끗함을 상징하지요. 백목련 앞에는 산수유가 피었습니다. 노란 산수유, 사람이 과연 이런 색깔을 만들 수 있을까요. 인간이 만든 디지털 카메라는 그만 노란 산수유 색깔을 망쳤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될 것인데, 카메라에 담는 순간 그만. 자연이 빚은 산수유 색깔이 사라지니까요. 그래도 아름다워 담았습니다. 백목련과 산수유를 보면 봄이 지금입니다. 지금이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a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산수유.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산수유.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아직 활짝 피지 않은 산수유.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a  노랗게 핀 산수유. 더 이상 겨울이 머물 힘을 잃은 듯합니다

노랗게 핀 산수유. 더 이상 겨울이 머물 힘을 잃은 듯합니다 ⓒ 김동수

노랗게 핀 산수유. 더 이상 겨울이 머물 힘을 잃은 듯합니다 ⓒ 김동수
 
메타세콰이어 "벌써 봄이라고요?"
 
하지만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이가 있으니 메타세콰이어입니다. 아직도 앙상합니다. 앙상 가지 뒤로 햇볕이 비칩니다. 아마 메타세콰이어는 저 햇볕을 몇날 며칠을 더 지나야 새싹을 피울 것입니다. 
 
"매화가 피었다고? 백목련 꽃망울이 보송보송하다고 봄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직 저는 춥습니다. 봄이 아니라구요."
"매화가 피면 봄 아닌가."
"아니 매화 중심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나를 보세요. 이렇게 앙상하잖아요. 새싹이 보이세요?"
"아니."
"그럼 아직 봄은 아니예요."
 
a  아직 메타세콰이어에게 봄은 아직입니다. 저 햇볕을 몇 주는 더 받아야 푸르디푸른 모습을 자랑할 것입니다

아직 메타세콰이어에게 봄은 아직입니다. 저 햇볕을 몇 주는 더 받아야 푸르디푸른 모습을 자랑할 것입니다 ⓒ 김동수

아직 메타세콰이어에게 봄은 아직입니다. 저 햇볕을 몇 주는 더 받아야 푸르디푸른 모습을 자랑할 것입니다 ⓒ 김동수

분홍 동백꽃 "봄이 왔다고요!"
 
메타세콰이어 반박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데 동백이 가만이 있지만 않았습니다. 봄은 이미 왔다고 말합니다. 붉은빛 동백이 아니라 연분홍 동백입니다.
 
"아니예요. 벌써 봄은 왔어요."
'그래, 너를 보니 봄이 왔네."
"봄이 아니면 제가 이런 꽃을 피울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동백 너는 겨울에도 꽃을 피우잖아?"
"…."
"아무 말 못하네. 메타세콰이어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야."
 
a  동백꽃이 붉다구요. 아니면 연한 연분홍도 있답니다

동백꽃이 붉다구요. 아니면 연한 연분홍도 있답니다 ⓒ 김동수

동백꽃이 붉다구요. 아니면 연한 연분홍도 있답니다 ⓒ 김동수

아파트에 둘러쌓이 밥, 생명냄새 가득
 
메타세과이어와 분홍 동백이 봄이 왔네 오지 않았네 다투었지만 농부는 손길은 바쁩니다. 아파트로 둘려쌓이 밭에 농부는 이미 밭갈이를 끝내고 거름을 줄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농부는 시금치를 심을까요. 아니면 참깨를 심을까요. 봄배추를 심어 사람들 입맛을 돋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아파트에 둘러쌓이 밭, 생명 냄새가 가득합니다.
 
a  도심 속 밭. 땅은 생명입니다. 손 바쁜 농부는 벌써 밭갈이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도심 속 밭. 땅은 생명입니다. 손 바쁜 농부는 벌써 밭갈이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 김동수

도심 속 밭. 땅은 생명입니다. 손 바쁜 농부는 벌써 밭갈이 준비를 다 끝냈습니다 ⓒ 김동수

땅은 생명입니다. 어린아기가 씨앗을 뿌려도 싹이 틉니다. 하지만 콘크리트는 칠십 평생을 땅과 함께 살아온 농부도 싹을 틔울 수 없습니다. 생명인 땅을 이 나라 지도자는 콘크리트로 덮어버렸습니다. 그것을 '살리기'라고 우기니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놀라운 생명력을 봤습니다.

 

콘크리트 틈새을 뚫은 들풀, 흙은 생명

 

처음에는 콘크리트를 뚫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콘크리트는 생명이 아니었습니다. 콘크리트 틈새를 뚫고 나왔습니다. 대단했습니다. 연하디 연한 들풀은 콘크리트 작은 틈새가 생명길임을 알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콘크리트 아래는 흙입니다. 흙이 생명임 들풀은 증명했습니다. 4대강이 사는 길도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것임을 작은 들풀이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a  땅을 뚫은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빈틈을 뚫고 나온 들풀

땅을 뚫은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빈틈을 뚫고 나온 들풀 ⓒ 김동수

땅을 뚫은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빈틈을 뚫고 나온 들풀 ⓒ 김동수
2012.03.29 10:01ⓒ 2012 OhmyNews
#봄 #매화 #산수유 #백목련 #메타세콰이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꼭 이렇게 주차해야겠어요?
  5. 5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