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고 친구집서 살아...화장실도 맘대로 못가"

[현장] 노동자와 학생이 하나된 시청광장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등록 2012.03.31 12:41수정 2012.04.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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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등록금 인하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광장으로 달려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대회가 열렸다. ⓒ 김지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청계광장으로 행진한 30일 오후, 같은 시각 서울 시청광장에도 학생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광장을 둘러보면 '대학생들'만 온 것이 아니란 점이 눈에 띈다.

빗자루를 놓고 시청까지 걸어온 학교 청소노동자 아줌마들, 음식을 만들어 돌리는 철거민 연합회원과 노동조합원들, 대학 비정규직 강사와 학습지 선생님, '희망광장' 행사를 진행한 청년들, 그리고 'Occupy 여의도'에서 보았던 수십 개의 텐트들이 광장에 모두 모여 있었다. 이윽고 광장에는 이 모두가 함께 외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노동자도 대학생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등록금은 내리고, 임금은 올려라!"

이날 '광장으로 달려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대회에는 그간 대학 내외에서 생활운동을 해온 활동가들과 서강대, 동국대 등 17개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등록금, 구조조정, 비정규직과 생활임금은 모두 서로서로 이어진 문제이기 때문에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연대해서 풀어가야 한다"며 등록금 인하와 임금 인상, 교육공공성 확보 등 다양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사람다운 대학 만들기 위해선, 학내 청소노동자와 함께"

오후 4시, 시청광장의 주인공은 학생들과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었다. '청소노동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사전집회'에는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와 얼마전 학생들과의 연대로 노동조합 설립에 성공한 홍익대와 경희대 등 6개 사업장 노동자·학생들이 참여했다.

발언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학교는) 우리 등록금을 내릴 때마다 청소노동자들 임금까지 내려야 한다는데 이 말이 거짓말인걸 너무 잘 안다"며 "등록금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학교가 돈이 없고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기 때문이 아니라 '대학의 기업화' 때문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대학이란 공간을 사람답게 만들려면 같은 공간에서 고통을 겪는 분들을 먼저 바라보고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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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에서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김순자 후보(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 강혜란


지난 16일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도 이날 마이크를 잡았다.

김 후보는 "월 60만 2천 원을 받고 연장근무수당과 휴게공간이 없었음에도 말을 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도 세상을 바꿔주지 않는다"라며 "함께 연대해준 학생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우리가 전부 세상을 바꾸려 노력한다면 정말 바뀔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율동과 노래, 풍물놀이를 하며 학내 청소노동자의 삶과 간접고용, 복수노조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추운 날씨에 시청광장까지 걸어온 6개 대학 40여명의 청소노동자들도 참여한 학생들에 방한담요를 나눠주고 손을 맞잡으며 집회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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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무한점령 프로젝트-청소노동자와 대학생이 함께하는 사전집회'에서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함께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 김지수


시간강사, 노동자, 대학원생... "등록금, 학부생만의 문제 아냐"

"구조조정 투쟁에 연대하라, 반값등록금 투쟁에 연대하라,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라."

5시부터는 같은 장소에서 본격적인 '학생판'이 벌어졌다. 실업난과 등록금난에 제대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몸짓공연과 발언을 통해 '불편한 현실'을 토로했다.

한 학생이 "대학에 와서 등록금을 내고 나니, 돈이 없어 친구 집에 얹혀사는데 화장실도 맘 편히 못간다"며 "나도 하루만 빛 잘 드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아니 그것보다 제발 똥이라도 마음껏 누고 살고 싶다"고 고통을 털어놓자 학생들은 "연대해, 연대해"를 연신 외치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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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무한점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내주체 및 노동자와 학생들이 연대하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 김지수


시청광장 무대에서는 대학생들 뿐 아니라 학교 내에서 등록금과 법인화 문제에 고민하는 대학원생, 계약직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시간강사 등 다양한 '학내 주체'들이 함께 학내문제 개선을 외쳤다.

발언대에 오른 성균관대학교 류승완 박사는 얼마 전 '강의에서 삼성과 성대에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다'는 이유로 강의자격을 박탈당한 '비정규직 교수'다. 이후 228일째 교내에서 1인 시위 중인 류 박사는 "시간강사들은 기본적으로 교원의 지위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예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며 "학생 여러분의 등록금으로 이런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니 고통스럽다, 이제는 학교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인화 반대투쟁에 연대중이라는 서울대 한 대학원생은 "대학원생들도 높은 등록금에 고민하다가 학부생들을 보고 자극받았는데, 단순히 이러한 운동을 학부생들만의 의무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혁명공동행동의 한 선생님은 "나는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교사인데, 요즘 대학생들이 생활비를 걱정하는 모습에 제자들이 찾아와도 내가 술을 사주곤 한다"며 "생각해보면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대학에 왜 등록금을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현하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 외 재능지부 학습지 교사와 금속노조 쌍용차 조합원 등 현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희망광장' 인사들도 연대에 참여했다. 지난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했던 진보신당 정진우 비정규노동실장은 발언대에서 "학생 여러분들과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새로운 세상을 기획하는 추동자로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3.30 대학생 무한점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오후 9시 문화제를 마친 후 시청광장에서 명동 방향으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편 같은 날 반값등록금을 외치며 학생행진을 한 한국대학생연합 주최 '등록금 고통진'행렬이 시청광장을 지나가자 모두 일어서서 구호와 환호성으로 이들의 행진을 응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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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대학생 무한점령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이 발언에 앞서 공연과 몸짓을 관람하고 있다. ⓒ 김지수


대규모 집회에 처음 참여해 본다는 새내기 대학생 최휘엽(20)씨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TV에서 희망버스 문제를 접했을 때 나는 고3이어서 참여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대학생이 되면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집회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최씨는 "아까 김순자 후보가 '대학생과 청소노동자의 연대가 거의 없다'고 하신 말씀을 듣고 정말 놀랐다"며 "다같이 즐기는 연대가 되어야 하지 않나? 대학생 등록금과 비정규직 임금의 문제는 우리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정호(20)씨도 "입학금은 부모님이 내 주셨지만 내 아래에는 동생들이 많아서 다음 학기부터는 혼자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집회에서 정말 감명받았던 부분은 우리 대학생들의 일들에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와 선생님과 노동자분들이 가장 먼저 귀기울여 주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모든 계층들이 서로 모이면 기자들도 더 많이 촬영 와주고, 사회적으로 우리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집회에) 더 오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지수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330 무한점령 프로젝트 #대학생 #등록금 #비정규직 #시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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