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꾼들과 지식인들, 다 와서 들어야해"

[노나메기 문화관 건립 벽돌쌓기 첫 대중강의]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

등록 2012.04.05 14:30수정 2012.04.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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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 민중미학 특강 이 열리는 경향신문 강당

백기완 선생 <민중미학 특강> 민중미학 특강 이 열리는 경향신문 강당 ⓒ 이명옥


이 시대의 마지막 이야기꾼이며 담론자 백기완 선생이 낡고 부패한 사회를 넘어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실현해낼 바랄(이상)을 제시하는 <민중미학 특강>을 시작했다. '바랄(이상)이란 일구지 않으면 죽는 것, 죽기 살기로 일궈야 해 피눈물로 일궈내는 꿈'을 말한다.

a 열강중인 백기완 선생님 '용이냐 이심이냐'에서 민중들의 힘을 일깨우는 선생

열강중인 백기완 선생님 '용이냐 이심이냐'에서 민중들의 힘을 일깨우는 선생 ⓒ 이명옥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냐. 그  이야기들 속에는 민중들이 피눈물로 일궈야 할 바랄(꿈. 이상)이 있어. 분노를 넘어 해방의 알기(주체)가 되게 만드는 새롬(정서)을 일깨우는 힘이 있다 이거야.  우리는 지금까지 <춘향전> <심청전> <콩쥐팥쥐> <장화홍련> 그런 이야기만 이야기인 줄 알고 살아왔잖아. 그건 다 지식인들과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져 온 거야.


내가 말림(온몸으로 풀어내 꾸려가는 이야기와 예술)으로 들려 줄 이야기는 신화나 전설처럼 영웅이나 잘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야. 내가 간장 탄 물 한사발로는 돼지기름을 먹고 싶은 헛헛함을 달래지 못할 때 어머니가 들려준 무지렁이 민중들의 이야기야. 이것이 진짜 민중들의 문학이고 예술이지. 내가 젊었을 때 이런 이야기꺼내면 그건 이야기도 예술도 아니고 망발이고 망동이다. 바랄(이상)이 아니라 망상이라며 말도 꺼내지 못하게 했어.  그렇게 싹이 나기도 전에 짓이겨버리는 바람에 아예 싹을 틔워보지도 못했어. 그 이야기 문학을 이제 해 보려는 거야."

선생은 선생이 하는 <민중미학 특강>을 말림(온몸)으로 말하는 이야기 문학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민중미학 특강> 첫 번째 강의 '용이냐 이심이냐'는 제일 작고 힘 없고 착한 물고기 이심의 이야기다. 바닷속 물고기들은 수억 수천년 동안 바랄(이상)을 억압당한 채 굴종하며 살아가다 죽어갔다. 이에 이심은 물고기들을 일깨워, 용궁은 없으며 그건 뜨거운 용기와 열정에 녹아버리는 얼음이이라는 것을 알린다. 이후 이심은 물고기들이 모두 일하고 모두 잘 사는  일궁(함께 일하고 함께 잘살되 올바르게 잘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든다.

a 김정우 쌍차 지부장과 백기완 선생님  쌍용자동차 헤고노동자   김정우 지부장이  백선생과 대화하고 있다.

김정우 쌍차 지부장과 백기완 선생님 쌍용자동차 헤고노동자 김정우 지부장이 백선생과 대화하고 있다. ⓒ 이명옥


이심은 누구인가. 독재권력과 독점자본에 속고 있는 민중들을 향해 굴하지 않고 외치는 백발 노옹 백기완 선생이요,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어머니며,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분신 항거한 청계천 피복 상가의 전태일이다. 또 85호 크레인 위에 올라 정리해고 철회를 외친 한진의 김진숙이며, 희망버스를 기획한 시인 송경동이며, 쌍차, 재능, 유성, 현대 해고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죽으면 죽으리라 결심하고 죽을 힘을 다해 피눈물과 목숨을 걸고 바랄(꿈)을 일궈온 꿈쟁이들이며 세상에 굴복하지 않아 세상의 권력과 압박 자본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심이 물고기들에게 "지금까지 속고 있었던 것이다, 용왕은 자비롭지도 않고 용이 행운의 패박(상징)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지만 여전히 용왕의 수라상에 오르는 횟감이 되는 것이 명예라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물고기도 있고, 돌가루 떡이나마 못 얻어먹을까 두려워 쓰레기라도 치우며 시키는 대로 살겠다는 물고기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많은 민중들이 한미FTA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필요하다, 독점 자본과 독재 권력, 비정규직, 해고, 사회 양극화를  운명이라고 체념하고 산다. 민중들에겐 뚤매(부활)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힘을 다해 저항하지 않는 한, 죽은 뒤에도 썩은 지배계층의 영구지배를 꿈꾸는 세습 세력에게 계속 기대어 사는 한, 민중들이 함께 일구는 노나메기 세상과  변화와 변혁은 꿈꿀 수 없다.


a 특강이 끝나고 특강에는 이애주 교수, 김세균 교수, 임진택님,  이시백 작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강이 끝나고 특강에는 이애주 교수, 김세균 교수, 임진택님, 이시백 작가,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 이명옥


<민중미학 특강>은 민중들이 무엇에 속으며 바랄(이상)을 빼앗겨 왔는지 깨우치게 만든다. 이심은 물고기 중에서도 제일 힘이 없고 제일 작고 착해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다른 물고기들을 피해 도망을 다닐 수밖에 없었다. 도망을 다니느라 어느 물고기보다 헤엄을 잘 치게 됐고 슬픔과 외로움을 달래느라 노래를 불러 노래로 다른 물고기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었다.

이심이 부르는 노래는  단순히 슬픔을 위로하는 노래가 아니라 슬픔을 뚫고, 슬픔을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삶의 결기를 다지게 만드는 노래다. 민중들 사이에서 불려지던 노래들, 투쟁의 현장에서 부르는 노래들, 인생의 짠맛과 애환을 담은 날노래(유행가)들 밑바닥에서 일군 예술이야말로 민중들의 삶 속에 흐르는 투혼을 일깨우는 가락, '뚱땅' 뚤매(부활)의 가락이다.


a 민중미학 특강을 경청중인 청중들 100 여 명의 청중이  민중미학 특강 첫회인 '용이냐 이심이냐'를 경청하고 있다.

민중미학 특강을 경청중인 청중들 100 여 명의 청중이 민중미학 특강 첫회인 '용이냐 이심이냐'를 경청하고 있다. ⓒ 이명옥


선생은 제국주의에 정치와 경제의 노예만 된 것이 아니라 문화마저 노예가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오랫동안 한자와 일본어 잔재, 외래어를 우리말로 바꿔쓰는 운동을 해온 선생으로선 심각한 언어 오염과 서양문화사대주의에 매몰된 현실이 염려될 것이다.

"민중미학 특강은 이명박 그리고 민주화 운동 좀 했다며 정치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정치꾼들, 지식인들 예술을 안다는 시인, 글쟁이들도 다 와서 들어야 해. 지식인들이 말하는 문학, 지배계급의 입맛에 맞춘 이야기 안에 무리 무지렁이들을 으랏차 일으켜 세울 힘이 어디에 있어. <민중미학 특강>은 그런 썩은 지배계층의 영구 지배를 노리는 관념을 깨부수고 제 힘으로 간들(운명)을 박차고 일어나 어기찬 민중의 새롬(정서)의 새뚝이(현상타파의 계기)이가 되게 하려는 거야. 참사람의 바라지(원형)을 찾자는 5천년 미학의 뿌리는 더듬은 거다 이말이야."

선생은 민중들이 함께하는 곳엔 어디든 달려간다. 쌍차 해고노동자들의 위령제에, 85호 크레인 아래, 공무원 노조, 은행 조합원들, 노동자와 농민들이 간들(운명)을 박차고 막심(폭력)에 맞서 어기차게 일어서려는 곳엔 어디든 달려간다. 그기로 바랄(이상)을 일궈내 해방의 알기(주체)가 되라고 격려하고 응원한다.

"죽을힘을 다해 간들(운명)에 맞서니 어떻게 됐어. 죽는 게 아니라 간들(운명)이 바뀌잖아. 여러분에겐 그런 힘이 있다니까!"

덧붙이는 글 | 백기완 선생의 <민중미학 특강>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경향신문사 본관 5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수강료는 없으며 노나메기 벽돌쌓기(1회 5천원)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백기완 선생의 <민중미학 특강>은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30분 경향신문사 본관 5층 강당에서 열립니다.
수강료는 없으며 노나메기 벽돌쌓기(1회 5천원)에 참여하시면 됩니다.
#백기완의 민중미학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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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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