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과를 모른다. 결과가 나오면 얘기하자."
거의 비슷하다. 앞의 말은 지난 5일 이상일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이 문대성 부산 사하갑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 언급한 것이고, 뒤의 말은 불법사찰 문건 공개 이전에 청와대 대변인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말한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이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문 후보에 박사학위를 준 국민대측이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심사를 벌이기로 했으니,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후보 사퇴 등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것. 결과가 나오기까진 2~3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선 굳이 대학 심사까지 가기도 전에 논문 내용을 살펴본 대중의 결론이 이미 나 있다. 표절 대상이 된 논문과 오·탈자까지 일치해 표절을 넘어 복사 수준의 논문이어서 문 후보는 인터넷상에서 '문도리코'라고 불릴 정도다. 문도리코는 '문대성과 복사기 제조업체 신도리코의 합성어다.
현재 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 후보가 당선된다고 가정하면, 표절 의혹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에 임용된 뒤 총선에 출마해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되는 셈이다. 만약 국민대가 논문이 표절됐다는 결론을 내면 '논문표절 및 학위박탈 국회의원'이 탄생하는 셈.
김용민 후보 '막말'에 집중 공세 펴고 있는 새누리당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가 인터넷 시사평론가 시절에 한 막말을 집중 부각시켜 집중 공세를 펴고 있다. 김 후보에 대해 "영입대상이라고 하면 한 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를 영입하는 게 정상적인데, 이 분의 발언들과 생각이 과연 민주당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가"(6일 이혜훈 선대위 상황실장)라고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 말대로라면 문 후보도 새누리당의 전략공천으로 후보가 됐으니 새누리당의 정체성은 논문표절이라고 봐야 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재연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여론의 지탄을 받는 '문제 인사'들이 공천된 것으로 나타나자 가차없이 공천을 취소해 잘못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이던 때와는 전혀 다른 대응이다. 여야의 박빙 선거구도 속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한 명이라도 아쉬운 상황이 사태 대응을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문 후보 논문표절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의 대응이나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이나 결론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민간인 사찰 문건 내용이 보도되면서 최대의 선거 악재로 떠오르자 "전 정권도 사찰했다"고 대응 기조를 바꿨다.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전 정권이 사찰한 자료'라며 익명의 언론플레이를 펼치기도 한다.
문 후보가 당선되고, 국민대가 '표절 논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린다고 가정하면 새누리당은 '야당 후보들도 논문표절 했다'고 대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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