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지 않았습니다, 대한문 앞으로 갑시다

[현장]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8일차 풍경

등록 2012.04.13 11:27수정 2012.04.1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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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쌍용자동차 22번째 죽음 추모기도회 기도회를 인도하는 방인성 목사

쌍용자동차 22번째 죽음 추모기도회 기도회를 인도하는 방인성 목사 ⓒ 이명옥


12일 늦은 7시 30분,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이 주관한 '쌍용자동차 스물두 번째 희생자 이윤형씨 추모기도회'가 서울 광화문 대한문 앞에서 열렸다.

a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박점규씨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투쟁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박점규씨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의 투쟁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다 ⓒ 이명옥


첫 연대 발언을 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박점규씨는 "현대자동차 울산 해고노동자들이 노조사무실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회사 앞에서 투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법원은 지난 2월 21일 '2년 이상 근무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부자가 지난해만 주식 배당금으로 678억이나 받았다. 그 돈이면 비정규직 3000명을 정규직화 할 수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는 "함께 살자고 외친 대가가 정리해고로 인한 22명의 죽음"이었다며  "정리해고의 상징 쌍용자동차와 비정규직의 상징인 현대자동차 노동자가 연대해 함께 투쟁해 나가자"고 말했다.

a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이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이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 이명옥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11일 총선 개표 현황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갈기갈기 찢겨진 정국을 어떻게 수습하고 12월을 향해 갈 것인가 고민했다. 스물두 명의 한을 풀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2012년 안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바늘구멍만한 희망이라도 만들어 내겠다. 함께 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a  최헌국 목사가 '울지 마라, 일어나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최헌국 목사가 '울지 마라, 일어나라'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 ⓒ 이명옥


최헌국 목사는 "'희망뚜벅이'를 시작하던 날 스무 번째 죽음 소식을 들었고 1000일을 하루 앞둔 날 21번째 죽음 소식을 들었다. 지난 3월 30일 스물두 번째 죽음 소식을 들어야 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그는 성경을 인용하며 울지 말고 일어나 투쟁하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너희들은 좋겠구나
이젠 5.18 광주에서처럼
총으로 곤봉으로 대검으로 때려죽이고 찔러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죽어가니

좋겠구나
이젠 한진중공업 박창수처럼 YH무역 김경숙처럼
굳이 끌고 가 떠밀어 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떨어져 죽어가니


너희는 참 좋겠구나
이젠 용산에처럼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망루에 가둬두고
짓밟고 태워죽이지 않아도
저절로 피 말라 죽어가니

너희는 정말 정말 좋겠구나


최 목사는 14명의 죽음의 소식을 듣고 송경동 시인이 쓴 시 <너희는 참 좋겠구나>를 낭송한 뒤 총으로 곤봉으로 대검으로 때리고 찔러 죽이지는 않았지만 77일간 옥쇄파업에 참여했던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라는 사실은 '죽음의 낙인'이 되어 그들을 죽음의 행렬에 서게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이것은 우리 시대 모두를 향한 자본의 테러다
우리는 더 이상 묻힐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물러서야 하는 것은 너희다
(중략)
그러니 우리 일어서자
더 이상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엄마, 아빠 제발
죽지 말고 일어서자
여보, 제발 쓰러지지 말고
죽지 말고 일어나 싸우자
이 시대의 악성종양
이 시대의 흡혈귀
저 자본과 권력을 죽이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일어서자
일어서자 일어서자

최 목사는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되돌려 놓을 '생명의 행렬'에 함께하라. 노동자 농민 우리 스스로 우뚝 일어나 우리 스스로 행동하고 생명과 평화를 주는 그분의 도움으로 승리를 향해 나가자. 울지 맙시다. 일어납시다. 다시 손에 손 꼭 잡고 해고노동자를 고이 보내기 위해 투쟁! 투쟁! 투쟁!"하자고 외쳤다.

a 22배 중인 기도회 참석자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도 제목에 따라 차가운 길바닥에서 22배를 하고 있다.

22배 중인 기도회 참석자들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기도 제목에 따라 차가운 길바닥에서 22배를 하고 있다. ⓒ 이명옥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고 이창근 기획실장이 제안한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 땅의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 제목 22개에 따라 22번 큰절을 하는 특별한 의식으로 이날 행사를 마쳤다.

한편 정동영·진선미·송호창·김기식 등 야권 인사들도 대한문 분향소를 찾아 분향했다. 그러나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집회는 49제인 5월 18일까지 매일 오후 7시에 대한문 쌍용차 분향소 앞에서 이어진다.

a 쌍용차 노동자의 바람 이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죽음의 행렬에 줄세우는 '주홍글씨'를 우리 모두가 떼내주어야 한다.

쌍용차 노동자의 바람 이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죽음의 행렬에 줄세우는 '주홍글씨'를 우리 모두가 떼내주어야 한다. ⓒ 이명옥


a  쌍용차 분향소 앞에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쌍용차 분향소 앞에 평소보다 많은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 이명옥


자본과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 땅의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한 기도
1.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라는 사회적 타살로 생을 마감한 고 이윤형 동지를 위해.
2. 동료들의 잇따른 죽음을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며 투쟁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위해.
3.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을 위해.
4. 1600일이 다가가도록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교사노동자를 위해.
5. 재벌의 무한탐욕에 맞서 싸우는 용기 있는 노동자와 시민을 위해.
6. 강정마을의 평화의 상징 구럼비를 지키는 수많은 평화의 꽃들을 위해.
7.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며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살아가는 200만 민중을 위해.
8. 한미FTA폐기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양심세력을 위해.
9. 노동자 서민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역행시키는 이명박 정권규탄을 외치는 이 땅 양심세력을 위해.
10. 입시와 무한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숨 쉴 수조차 없는 우리 어린 학생들을 위해.
11. 실업의 고통과 비정규직 삶을 강요당하는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12. 청년실업과 취업의 좁은 문에서 인간존엄을 위협받는 청년학생들을 위해.
13. 방송과 언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언론노동자들을 위해.
14. 농토를 뺏겨 농사지을 땅을 잃고, 식량주권뿐만 아니라 생존권의 위협에 놓여있는 농민을 위해.
15. 국가공권력의 무차별 폭행과 폭력으로 지금도 차가운 감옥에 갇혀있는 수많은 양심수들을 위해.
16. 재개발 정책으로 살해당한 용산철거민과 철거민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17. 민생치안의 부실로 희생되고 불안에 떨고 있는 수많은 여성을 위해.
18. 교통사고보다 많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을 끝낼 수 있기 위해.
19. 아파하고 연대하고 고통을 덜어주려 오늘도 함께 한 우리를 위해.
20.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 노동탄압 막아내기 위해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위해.
21. 쌍용차 노동자 해고는 사회적 학살이다. 이명박 정권이 살해했다. 쌍용차 노동자 해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투쟁 승리를 위해.
22.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울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우리들의 사랑을 위해.

덧붙이는 글 | * 총선이 끝난 12일을 기해 사측은 100여 명을 동원 평택 쌍용자동차 앞 분향소를 침탈했습니다. 서울 중구청은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문 앞 분향소는 5월 18일 (49제)까지 지속됩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켜냅시다.


덧붙이는 글 * 총선이 끝난 12일을 기해 사측은 100여 명을 동원 평택 쌍용자동차 앞 분향소를 침탈했습니다. 서울 중구청은 대한문 앞 분향소를 철거하라는 계고장을 보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한문 앞 분향소는 5월 18일 (49제)까지 지속됩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켜냅시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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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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