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씨가 자신의 하우스에서 다른 아낙과 함께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돈삼
정씨 부부는 관행의 벼농사를 벗어나 새로운 작목 찾기에 나섰다. 채소에 느낌이 꽂혔다. 수입개방의 파고에 견딜 수 있는 품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친환경 재배를 하기에도 맞춤이었다. 1985년의 일이다.
상추와 함께 로즈마리, 애플민트 같은 허브채소를 심었다. 88서울올림픽을 겨냥한 선택이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허브채소 재배는 순탄했다. 판매도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순조로웠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정씨 부부는 녹즙용 채소로 영역을 넓혔다. 케일, 신선초, 돈나물 등 녹즙용 채소는 마침 불어 닥친 '녹즙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렸다. 그러나 잠시뿐. 녹즙을 짜는 녹즙기에서 쇳가루가 섞인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녹즙용 채소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쌈채소 재배는 1990년부터 시작했다. 밀려드는 수입 농산물에 맞서 경쟁할 수 있는 작물이라 판단했다. 정씨는 관련 교육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선진기술을 익혔다. 농사가 주업인지 교육 수강이 본업인지 모를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