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장관출신 전재희 누른 힘은? '필부필부' 전략

[당선자 인터뷰] 이언주 민주통합당 경기 광명을 지역 당선자

등록 2012.04.29 16:04수정 2012.04.3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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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기 광명을에서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이언주 민주통합당 당선자.

경기 광명을에서 전재희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이언주 민주통합당 당선자. ⓒ 남소연


"4만 표 넘게 얻었다. 그 한 표 한 표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을까 생각했다. 지지한 사람들의 '기대'들이 모인 상징적 대상이 나인 것이다.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다."

'골리앗'을 누른 순간, 이언주(경기 광명을) 민주통합당 당선자의 어깨엔 책임감이 내려  앉았다. 지난 2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기쁠 줄 알았는데 도리어 엄청 걱정이 되더라"며 이렇게 말했다.

18년 동안 광명의 터줏대감이었던 3선의 전재희 새누리당 의원과 이제 막 지역에 발 디딘 '초짜' 정치인의 대결. 어찌 보면 결과가 뻔한 승부였다. 그럼에도 그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염증을 느낀 터라 이 정부를 대표하는 새누리당 후보와 붙고 싶었"기에 주저없이 광명을로 향했다. 총선을 두 달 남짓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어려운 데 가서 이겨 나오겠다"는 이 당선자의 각오는 현실이 됐다. 4.11 총선의 최대 이변이었다.

"18년 동안 정치하며 손 안 잡아본 광명 시민이 없을 것"이라는 전 의원과 싸우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 수밖에 없었다. 광명 곳곳을 돌아다니며 워킹맘이자 월급쟁이인 '인간 이언주'를 알렸다. 유세를 다니면서 "아들이 시립어린이집에 순서에 밀려 못 들어갔다, 어린이집 부족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당선자는 "시민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 아내, 딸, 며느리로 봐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장관 출신의 상대 후보에 맞서 평범한 워킹맘으로 다가간 것. '필부필부' 전략인 셈이다.

사실, 변호사 출신으로 대기업 최연소 임원을 지낸 이 당선자는 평벙함 워킹맘만은 아니었다. 그는 "내 삶의 질 측면에서는 대기업 임원을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좋다"며 "그러나 어머니가 간암을 돌아가시자 예전에 등록금이 없어 고생하던 때가 생각났다, 이제와 나 혼자 편히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비판적 지지에 머물렀던 것에서 벗어나 "나라도 나서자"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경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당선자는 "일단 집권부터 해야 구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총선 패배 원인을 '미래 비전의 부재'에서 찾은 그는 "김용민 막말 파문, 민간인 사찰 파문보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먹고사는 문제였다"며 "이에 대한 비전을 보여줘야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한 특혜가 판치는 경제구조를 되돌려 놔야 한다"면서 "당내 경제민주화특위에서 활동하며 몇 가지라도 중요한 것들을 이뤄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정부를 대표하는 사람과 맞붙고 싶었다"

다음은 이 당선자와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 3선의 전재희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이 같은 결과 예상했나.
"낙관적이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자체 여론조사 지지율이 상승하는 추세였고 막판에는 분위기가 좋아 희망은 있다고 봤다. 일단 인사를 하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저녁에 호프나 식당에 가면 특히 지지자들이 많았다. '될 거다, 걱정 말라, 파이팅' 등 응원해주는 이야기도 갈수록 많이 들었다."

- 주로 지지해 준 층은 30~40대인가.
"광명을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다. 자체 여론조사 할 때도 30대~40대는 전재희 의원과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게 이겼다. 내게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이자, 아내이자, 딸이자, 며느리' 이런 느낌을 받은 것 같더라. 사실 워킹맘이고, 월급쟁이였고 아들 키우는 입장은 똑같다. 선거 운동 하다가 밤에 장 보고, 저녁 때 남편에게 아이와 함께 나오라고 해서 아들 얼굴 보는 등 워킹맘 살듯이 선거운동했다. 우리 아들도 시립 어린이집에 밀려서 못 들어갔다. 그걸 보고 어린이집 부족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감기에 심하게 걸려 병원에 갔는데 시설이 마땅치 않더라. 응급실에 가면 많이 기다리게 되고. 그래서 아동 전문병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엄마로서 아이가 이런 세상에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유권자에게 많이 했다. 계층을 떠나서 사회적 갈등이 첨예한 세상에 사는 게 좋지 않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 하시더라."

- 광명을 공천은 어떻게 이뤄졌나.
"수도권 공천을 희망하긴 했다. 나는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염증을 느낀터라 이 정부를 대표하는 새누리당 후보와 붙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야 오기도 생기고 열심히 할 거라고 봤다. 또 전략공천이니 쉬운 데 갈 명분도 없어서 어려운 데 가서 이겨서 나오겠다는 각오도 있었다. 당에서 광명을 지역을 얘기했고 공천을 받게 됐다."

- 흔히들 골리앗을 꺾은 자객으로 표현하던데, 전재희 의원의 세가 지역에서 그만큼 강했나.
"전재희 의원의 경우 일단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 국회의원에 시장까지 그 지역에서 18년을 했으니 그동안 전 의원 손을 안 잡아 본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인지도 면에서 엄청난 격차를 느꼈고 조직도 아주 탄탄하더라. 난 조직 선거는 기대도 안 했고, 밖으로만 돌았다. 진정성을 보여주고 열린 자세로 얘기하면서 즐겁게 돌아다녔다. 마지막에는 72시간 유세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악수할 때도 쭈뼛쭈뼛하고 그랬다. 그런데 그게 또 달라보였나 보다. 어떤 유권자가 '정치인들은 손부터 불쑥 내미는데 눈인사부터 하고 손을 내밀어 신선하다'고 말하더라. 상대방이 3선 의원에 장관까지 해서 그런지 뻣뻣하게 손을 딱 내밀고 '전재희입니다' 이런다고 하던데, 비교가 많이 됐을 거다. 또 전 의원이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까지 했고 새누리당의 반서민적 법안에 대해 표결에도 참여했으니 이에 대한 비판 정서도 있었다고 본다."

- 당선이 확정됐을 때 기분이 어땠나.
"기쁠 줄 알았는데 도리어 엄청 걱정이 되더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사실 대기업 임원 했을 때가 내 삶의 질 측면에서 훨씬 편하고 좋다. 정치인이 된다는 건 나에게 기대를 건 표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4만 표 넘게 얻었는데 그 한 표 한 표를 어떤 심정으로 줬을까 생각했다. 당선되니 '고맙습니다'라고 하시는 분이 있었다. 축하한다는 건 내 개인의 명예의 얘기지만 고맙다는 건 내가 당선된 게 그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나를 지지한 사람의 기대들이 모인 상징적 대상이 나인 것이다. 큰 부담과 책임감을 느꼈다."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한 특혜가 판치는 경제구조... 되돌려 놔야"

- 대기업 상무로 일하다 정치권에 입문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민주당 입당 제의는 2년 전부터 받았다. 그렇지만 현실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사실 안 했다. 그러다 작년 가을에 어머니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젊었을 때 집안이 힘들어서 간염을 앓았는데 제대로 치료도 못 받았던 게 원인이었다. 모르는 사이에 병이 악화됐고 치료 시기를 놓쳤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더라. 등록금 때문에 친척집에 가서 돈을 빌리러 다니고 여기저기서 아르바이트 하고 고생했던 때를 생각하니 이제와서 나만 편하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권 밖에서 비판적 지지만 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일단 나라도 해보자 결심하게 됐다."

- 어떤 의정 활동을 하고 싶은가.
"몇 가지라도 정말 중요한 것을 이뤄내는 게 중요하다고들 한다. 의원이 되기 전에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많이 갖고 있었다. 현 경제는 제대로 된 시장 경제의 모습이 아니다. 70~80년대 성장일변도 경제 정책에 취해서 너무나 오랫동안 절름발이 경제가 됐다. 짧은 기간 동안 성장했다고 자화자찬 했지만 성장의 그늘과 부작용을 돌보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수습해서 건강한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 일단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한 특혜가 판치는 구조를 되돌려 놔야 한다. 그런 뜻에서 당 내 민생 특위 중에서 경제민주화특위를 택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 문제는 같이 봐야 할 문제라서 상임위를 경제 쪽으로 택할지 복지 쪽으로 택할지는 아직 고민이다. 경제 구조를 바꾸려면 집권해야 하니까 이를 위해서도 힘써야 할 것이다."

- 민주통합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보나.
"민의는 우리 쪽으로 기울여져 있다고 느낀다. 그러나 집권하기 위해서는 수권 능력과 미래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소홀해 총선에서 패했다고 본다. 이번 총선의 핫 이슈가 민간인 사찰파문과 김용민 막말 파문이었다. 두 사건 다 조금씩 영향을 미쳤지만, 사실상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민생문제였고 먹고사는 문제였다. 누가 경제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에 관심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접근에 우리 당이 소홀했다.

사찰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지만 교묘하게 가려져 일반인들은 실감이 잘 안 나는 문제였다. 김용민 막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도 있어 지지율 하락에 영향 미쳤겠지만 '나와는 상관 없다'는 인식들도 있었다. 결국 민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비전이 있었어야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겼던 것도 무상급식 이슈를 선점했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은 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든 상황이다. 대선에서도 민생 이슈를 이끌어야 한다. 곧 있을 원내대표 선거에도 대선에서 우리의 정책적 이슈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여당과 야당이 국가 자원과 세금을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시각과 입장이 명확히 다름에도 사람들에게 각인이 잘 안 된 것 같다. 이런 부분을 각인시켜서 '내가 투표를 함으로써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내가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가장 많이 얘기한 게 부자감세다. 투표가 재원 배분 방향을 정하고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강조했다.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

- 총선 패배 이후 '좌클릭'이 문제였으니 중도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당 안팎에서 나왔다.
"우리가 뭘 좌클릭했는지 모르겠다. 한미 FTA 폐기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그런 거라면, 이는 좌클릭과 중도의 문제가 아니라 접근 방식의 문제였던 것 같다. 폐기는 조금 과격하고 재협상은 현실적인 방식일 뿐이지 한미 FTA 재협상이 문제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매한가지아니었나. FTA를 반대하면 무조건 좌파인가. 다수가 공감하는 바는 일단, 한미 FTA 비준 과정에서 국민이 무시됐다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결정 권한이 도둑질 당한 채로 비준이 됐으니 재협상해야 한다고 하면 좌파인가. 이는 이념을 떠나서 기본적인 민주주의 원칙에 공감하냐의 문제다. 이를 두고 색깔론으로 몰고가는 정치권의 논쟁 수준 자체가 한심하다."

- 지난 19일 검찰이 당선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자원봉사자가 금품을 받았다고 신고했다던데 수사는 진행 중인가.
"그렇다.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자원봉사자가 선거 운동원에게 일당을 법 기준보다 더 줬다고 한다. 사실인지, 얼마를 받았는지 밝혀봐야 한다. 안타까운 측면이 있지만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번 수사 자체가 선거관리위원회 고발이 아니라 전재희 후보 캠프에서 고발한 것이라고 들었다. 유독 야당 당선자에게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이미 내 명예가 많이 손상됐지만 일단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4년 뒤, 어떤 국회의원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의원이었으면 좋겠다. 국민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 누리고 싶다. 화만 내다 끝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위로도 해줄 수 있는, 나를 보면 희망이 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으면 한다."
#이언주 #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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