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오바마를 통해 본 한국 정치의 신념

등록 2012.05.20 17:26수정 2012.05.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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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 커플이 결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밝히고 확인하는 것이 내게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현지시각으로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 ABC > 방송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동성 결혼을 지지했다. 이로써 오바마는 동성 결혼 합법화를 지지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것을 11월 미국 대선에서 어차피 보수층에게 표를 얻지 못할 오바마가 확실한 자기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정치적 꼼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단지 대선을 위한 술수라고 보기보다는 그가 가지고 있는 인권에 대한 정치적 '신념'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번 발언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인권을 중요시했던 오바마의 신념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임기 전 선거 유세 때부터 동성 결혼자의 권리를 옹호했다. 그가 개신교 신자임에도 말이다. 동성 결혼자 권리 옹호에서 발전된 동성 결혼 합법화 지지 역시 종교를 넘어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에서 오는 자기 발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이를 두고 정치적 꼼수라는 말은 적절치 않은 것이다. 물론, 시기상 그렇게 비추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오바마가 반드시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미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동성애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다. 그러니 이번 일을 대선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오바마의 정치적 신념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면서, 미국과 마찬가지로 올해 대선을 치르는 현재 한국 정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는 오바마가 보여주는 이런 신념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일명 '말 바꾸기' 식 정치가 있다. 처음 보여줬던 신념과 발언, 행동들은 어디로 갔는지 정치인들은 상황에 맞게 말 바꾸기에 급급하다. 신념 없는 이런 정치 행태는 국민에게 정치 불신과 무관심을 낳게 한다. 그리고 나아가 이런 불신과 무관심은 민주정치의 핵심인 투표율을 저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신념 없는 정치인 탓에, 정치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정치인 그들만을 위한 것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신념을 지닌 사람은 이익만 좇는 10만 명의 힘에 맞먹는다." 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기 혹은 자기 주변의 이익만 좇았다. 이제 신념을 지닌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 물론 신념을 내세운다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념이 있다는 말은 적어도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안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신념 없이 말 바꾸기에 여념이 없고, 상대방의 발언을 정치적 꼼수라며 깎아내리기 바쁜 그들에게 국민이 관심을 둘 리 만무하다. 지금 정치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누가 술수를 쓰고 있는지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신념을 가지고 지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 국민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겨레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한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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