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수의 갈매기 떼갈매기들은 장명수의 물때를 정확히 알고 있고, 어떤 때 먹을 것들이 많이 실려오는지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지요하
요즘은 대규모 갈매기 떼를 보곤 한다. 사리 때는 아니지만 어지간히 들어오는 바닷물이 잔 새우와 새끼물고기 등 먹을 것들을 많이 실어오는 모양이다. 평소에는 많지 않던 갈매기들이 며칠새 갯벌에 하얗게 깔린 듯이 많았다. 갈매기들이 특별히 많이 모이는 때가 있다. 갈매기들은 물때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하다. 본능에다가 정보 체계도 잘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평소에는 별로 보이지 않던 갈매기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수히 몰려들어 장관을 이루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저 갈매기들이 대체 어디에 있다가 오늘 저렇게 갑자기 많이 나타난 것일까? 저 갈매기들이 밤에 잠자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마냥 궁금하다. 매번 같은 의문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곤 한다.
갈매기들은 매우 영리하다. 백로, 왜가리, 물떼새, 오리 등은 사람이 조금만 접근을 해도 날아가 버리는데, 갈매기들은 의연하다. 가까이 다가가도 자신들과 나 사이에 물이 가로놓여 있을 경우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물을 밟고 접근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또 일부는 하늘로 날아서 내 머리 위를 돌며 나를 탐색하기도 한다. 내 모습을 익히려는 것 같다. 그런 다음에는, 내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나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녀석들이 나를 기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기억'은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머리카락인가, 뱀장어 새끼인가장명수 갯고랑에는 작은 조각배 두어 척이 있다. 낚시를 한다거나 고기를 잡기 위해 있는 배가 아니다. 언제나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배다. 그리고 그 배가 있는 갯고랑에는 머리카락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세 그물이 쳐져 있다.
장어새끼를 잡기 위한 그물이고 배다. 머리카락도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 갯고랑에 쳐져 있다는 것은, 장명수의 밀물과 썰물이 얼마나 부드럽고 완만한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 그물에 머리카락 같은 장어새끼들이 걸려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