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어른이 그리운 시절, '변방'으로 간 발자국

[책동네 새얼굴 - 5월 넷째 주] <변방을 찾아서> <욕망해도 괜찮아> 외

등록 2012.05.25 08:58수정 2012.05.25 08:58
0
원고료로 응원
[새책①]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씀, 돌베개 펴냄, 2012년 5월, 148쪽, 9000원

'진보 동네'가 계속 시끄럽다. 이편저편 죽여라 살려라 싸워대는 꼴을 보고 있자니, 한두 해 전 돌아가신 이소선 여사나 리영희 선생 같은 큰 어른의 품이 그리워진다. 이럴 때 신영복 선생의 새 책을 보게 돼 참 반갑고 감사하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자신의 글씨가 있는 곳을 답사하고 그곳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다.


땅끝마을의 서정분교를 시작으로 전주의 이세종 열사 추모비와 서울시장실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의 비석이 있는 봉하마을까지 여덟 곳의 '변방'을 찾아갔다. 끊임없는 변화를 위해 자신을 소수자의 입장에 세우는 '변방성'을 지녀야 한다는 신영복 선생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선방의 죽비처럼 머릿속을 아프게 내려친다.

[새책②] <욕망해도 괜찮아>
김두식 씀, 창비 펴냄, 2012년 5월, 312쪽, 1만3500원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기 머릿속에 있는 '똑똑한 것'을 글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법과 인권 같은 어려운 주제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온 법학자 김두식은 그런 점에서 참 부러운 사람이다. 이 책은 '욕망'이라는 화두를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우리의 문제를 모색한 에세이다.

주제는 관념적이지만 저자는 특유의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소심한 아저씨'로서 자신을 구체적이고 솔직담백하게 드러냈다. 욕망의 존재를 인정하면 욕망의 역습에 쓰러지는 일도, 그 희생양을 짓밟는 일도 줄어들게 될 거라는 저자. 너무 솔직해서 '정말 내 얘기 같은' 글을 통해 '욕망과의 화해'에 이르는 길을 안내한다.

[새책③] <멘토의 시대>
강준만 씀, 인물과사상사 펴냄, 2012년 5월, 348쪽, 1만4000원


다른 사람을 이러니저러니 평하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또 어렵다. 깊은 이해 없이 그런 일을 하다 보면 자칫 질 낮은 뒷담화가 돼버리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인물비평의 대가' 강준만 교수의 날카로운 글은 늘 '차원이 다른'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우리 시대의 멘토들과 멘토를 갈망하는 사회에 대한 비평이다.

멘토가 넘쳐나는 시대. 안철수와 김난도, 이외수와 김어준 등 한국을 대표하는 멘토 12명의 삶과 철학을 분석하고 그들의 유형을 규정했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멘토 열풍에 빠진 이유를 탐색하며 그 핵심 코드로 '위로'를 꼽았다. 위로를 넘어 재미까지 추구하는 '멘토의 제도화'를 구현하자는 저자의 제안이 흥미롭다.


[새책④] <휴먼 필>
공선옥 외 씀, 삶이보이는창 펴냄, 2012년 5월, 280쪽, 1만3000원

인권이라는 말은 보통사람들이 매일같이 하고 사는 말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인권의 뜻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인 까닭에,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 모든 순간에 인권은 숨어 있다. 그런 인권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인권감수성. 이 책은 일상 속 인권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산문집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인권을 얼마나 느끼고 살까. 당연하게 흘러가는 하루 속에 숨어 있는 세상 곳곳의 인권 이야기를 54명의 작가들이 짧은 글에 담았다. 어려운 이론으로 설명하지 않고 직접 겪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인권감수성에 다가가게 한다.

[새책⑤] <개념여행>
정란수 씀, 시대의창 펴냄, 2012년 5월, 240쪽, 1만3800원

여가의 꽃은 역시 여행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에게 여행은 꼭 '숙제' 같다. 관광인지 여행인지 구분도 잘 안 되지만 다들 간다고 하니까 때맞춰 가줘야 하는 것. 하지만 잘 개발된 관광지에 가서 밥 먹고 사진 찍고 오는 게 제대로 된 여행일까. 이 책은 여행기획자 정란수가 일상 속의 '착한 여행'을 정의한 책이다.

1년에 3700만 명이 여행을 가는 나라. 하지만 우리의 '휴가'는 바가지요금과 교통체증으로만 기억되기 십상이다. 저자는 생태관광, 남북관광, 농촌문화여행, 공정여행 등 '개념여행'을 소개하고, 지역 주민의 삶을 존중하며 여행지와 찬찬히 사귀는 여행을 역설한다. 올 여름휴가는 또 어떡하나 고민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책.

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돌베개, 2012


#새책 #신간 #책소개 #신영복 #김두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록하는 사람. <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산지니, 2021) 등의 책을 썼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치매 걸린 아버지 댁에 온 남자... 그가 밝힌 반전 정체
  2. 2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민교협 "하나마나 기자회견... 윤 대통령, 정권 이양 준비하라"
  3. 3 관리비 400원이 부담? 경비실 에어컨 설치 못한 진짜 이유 관리비 400원이 부담? 경비실 에어컨 설치 못한 진짜 이유
  4. 4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경찰까지 출동한 대학가... '퇴진 국민투표' 제지에 밤샘농성
  5. 5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김 여사 감싼 윤 대통령, 새벽 휴대폰 대리 답장 일화 공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