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를 더 알고 싶어? 그럼 이걸봐

[서평]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등록 2012.05.26 17:41수정 2012.05.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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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황주찬

엑스포는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기술, 자본과 인력이 총동원된 문명 전시장...(중략) 거기엔 평화와 진보를 염원한 지도자들의 미래지향적 안목이 들어 있는가 하면 국가 위용을 과시하려는 패권적 욕망이 숨어 있다. 때로는 유력한 통치수단이 되었고 기업과 개인의 돈벌이 사업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머리말 중/ 지은이 오룡/ 출판사 다우)

여수세계박람회 열기가 뜨겁습니다. 박람회장은 딴 세상입니다. 세계적인 공연이 날마다 열립니다. 관람객을 구경하는 일도 재밌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였으니 그럴 만합니다. 그야말로 인류가 걸어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온 몸으로 느끼는 곳입니다.


엑스포는 160년이라는 긴 시간이 말해주듯 쉽게 즐기고 넘어갈 '유흥의 배설지'가 아닙니다. 책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엑스포가 한창인 이때 차분히 읽어볼만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여수세계박람회 4대 특화시설 중 하나인 '스카이타워'에서 바라 본 박람회장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여수세계박람회 4대 특화시설 중 하나인 '스카이타워'에서 바라 본 박람회장입니다.황주찬

지난 18일 오후, 퇴근 후 집에 닿았습니다. 큰애가 작은 상자를 들고 달려옵니다. "택배 왔어요"를 외치며 제게 물건은 건넵니다. 세 녀석들은 택배아저씨 다녀 간 날을 가장 좋아합니다. 먹을거리가 풍성한 날이 되거든요. 그마저도 다음날엔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지만요. 먹성들이 대단합니다.

상자를 열었습니다. 속을 들여다보니 책 한권이 있더군요. 의외였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오마이뉴스>에 신청했는데 덤으로 따라 왔습니다. 책표지에 분홍색 메모지가 붙어 있습니다. 간단한 글이 적혀있습니다. 대충 읽고 손으로 구겨 휴지통으로 던져 넣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책은 대충 책꽂이에 집어넣었죠. 시간이 흘러갑니다. 머릿속에 분홍색 메모지에 적힌 글이 점점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잘 부탁합니다' 이 단어는 무슨 뜻일까요? 며칠을 고민하다 나름대로 답을 냈습니다. 책 읽고 느낌을 적어달라는 말로 받아들였습니다.

디지털갤러리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있는 디지털갤리리입니다.
디지털갤러리여수세계박람회장에 있는 디지털갤리리입니다.황주찬

디지털갤러리와 Big-O 이곳에서 힌트 얻었다?


'엑스포 피로감'이 조금 밀려왔지만 열심히 책을 읽었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여수세계박람회가 다시 보이더군요. 글쓴이는 짧은 글들로 세계박람회를 정리했습니다. 박람회가 '평화와 진보'라는 화두에서 '환경'이라는 의제로 옮겨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작은 사진이지만 귀한 자료를 모은 정성도 엿보입니다. 풍부한 상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160년 엑스포 역사를 빠짐없이 시간 순으로 잘 정리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여수세계박람회 4대 특화시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지 짐작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디지털갤러리의 긴 회랑은 1851년 열린 런던박람회의 수정궁(p 27)에서 힌트 얻지은 아닐까 하고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또 Big-O는 1893년 열린 시카고 박람회의 랜드 마크인 회전 관람차 '빅 휠(Big Wheel. p 117)'에서 그 원형을 따온 거라 상상력을 펼쳐봅니다.

기업관 기업관으로 향하는 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들의 신기술에 넋을 놓습니다.
기업관기업관으로 향하는 거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들의 신기술에 넋을 놓습니다.황주찬

최초의 환경박람회, '명목상 환경을 모토로 삼았을 뿐'

박람회의 아픈 부분도 지적합니다. 글쓴이는 환경문제를 내세운 첫번째 박람회로 1974년 미국 스포캔에서 열린 박람회를 들었는데 "명목상 환경을 모토로 삼았을 뿐 그에 걸맞은 연구나 전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민간 환경 단체들의 참여도 전무했다(p 237)"고 적었습니다.

여수세계박람회 주제를 생각해 보면 뼈아픈 대목이 아닐까요? 또, 이어지는 글에서 "에너지 전시관은 석유, 석탄, 전기 회사가 스폰서로 참여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역설을 빚었다"고 꼬집었습니다. 화력발전소 때문에 복잡한(?) 여수 상황과 빗대어 볼 때 그냥 웃어넘길 대목이 아닙니다.

여수가 본받아야 할 박람회도 눈에 띕니다. 책은 "1998년 포루투칼 리스본에서 열린 박람회장은 엑스포 폐막 이후 업무 시설과 공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인구 2만 5000명의 현대적 도심으로 거듭났다. 수족관 등 엑스포 핵심 전시 시설은 해마다 관광객 1800만 명을 불러들이는 앵커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덧붙여 "리스본 박람회장은 오랜 역사에서 축적된 문화적 자양분과 박람회 건축의 상징성을 활용하여 주거와 비즈니스, 관광, 문화, 휴식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도시를 창출해내는데 성공했다(p 280)"고 마무리합니다. 박람회 사후 활용을 두고 고민 많은 여수가 참고할 만한 내용입니다.

빅오 여수세계박람회 4대특화시설 중 하나입니다.
빅오여수세계박람회 4대특화시설 중 하나입니다.황주찬

박람회장에 '인간 동물원'이 들어섰다

특히, 글쓴이는 1878년 파리박람회에 등장한 '인간 동물원'도 언급했는데 사실만을 기록한 글 저편에 있는 인간의 잔인함을 들여다 봤습니다.

"국가의 거리 끝에는 이른바 '검둥이촌(Village Negre)'이라 불린 '인간 동물원'이 들어섰다. 당시 유럽에 만연한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 전시는 아프리카 흑인 400여 명이 실제로 사는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였다. 인종전시는 제국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속에서 성장한 초기 박람회가 지닌 특징 중 하나로,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열린 박람회까지 그 전통이 이어졌다.(p 96)"

박람회는 안타까운 역사의 그림자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거대한 행사는 세계인의 축제가 분명합니다. 끝으로 글 중 이 부분은 저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내용이라 옮겨봅니다.

"만약 끔찍한 재앙이 일어나서 이 박람회장 바깥에 있던 인류의 모든 성과물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여기 모인 각국의 전시물들로 문명을 재건축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 인간의 꿈을 현실로 만든 인류문명사 160년

오룡 지음,
다우출판사, 2012


#상상력의 전시장 엑스포 #여수세계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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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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