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폭포 가는 길요즘 들어 젋은 연인들이 부쩍 많이 찾는다
김종길
나는 이곳 변산을 수십 번 찾았다. 줄포, 왕포, 작당, 모항 등의 아기자기한 포구들, 격포의 채석강·적벽강과 곰소의 염전을 어우르는 환상적인 해안선을 가진 외변산과 높지는 않아도 기묘한 암봉과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 내소사·개암사 등의 유서 깊은 사찰을 품은 내변산을 너무나 사랑해서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명승지로 손꼽혀온 변산은 조선8경 또는 호남 5대 명산의 하나로 여겨졌다.
변산을 찾을 때면 늘 버릇처럼 직소폭포를 가게 된다. 내소사는 이미 넘쳐나는 인파로 예전의 고요함을 잃은 지 오래여서 한동안 찾지 않았다. 이번에도 절 초입까지 갔다가 밀린 차량에 기겁을 하여 차를 돌렸다. 그러나 직소폭포는 그 너른 품으로 늘어난 인파를 말없이 품고 있어 별 거리낌 없이 다시 찾을 수 있었다.
내변산탐방지원센터에서 직소폭포까지는 2.2km, 왕복 4.4km로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쉬이 다녀올 수 있는 평탄한 길이다. 허기야 시간이 무슨 대수이겠는가. 바람과 노닐다 보니 이날 해가 다 진 후에야 산을 내려왔다.
그러나 그 길의 풍광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선인봉, 실상사 터, 봉래구곡, 산정호수, 선녀탕, 분옥담 등 폭포로 가는 길은 잠시라도 한눈을 팔 수 없는 비경의 연속이다. 이 산길이 다소 짧다고 여겨진다면 재백이 고개를 넘어 내소사로 가거나 월명암을 올라 남여치까지 이르는 길을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