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재정 '빨간불'... 도시철도 2호선 완공도 연기

재정 현황 및 대책 발표... 인천터미널 부지 처분 등 계획 내놔

등록 2012.05.30 15:50수정 2012.05.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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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2호선은 현금 유동성 위기의 주요 원인입니다. 도시철도 2호선은 당초 2018년까지 건설하기로 되어 있던 것을 전임 시정부가 아시아경기대회 일정에 맞추기 위해 2009년 중앙정부와 4년 단축에 대한 M.O.U를 체결해서 건설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가 지출한 비용을 보니까 2010년까지는 단 300억 원에 불과했고, 제가 시장이 되어 2011년에 지출한 경비가 1300억 원이었습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2012년부터 2014년 초반까지 시 정부가 무려 8600억원의 현금을 집중 투여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송영길 시장)

30일 송영길 인천시장이 15페이지에 이르는 '시 재정 현황 및 대책에 대한 시민 보고문'과 함께 인천시 재정 현황 및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천시는 재정 문제 극복을 위해 인천터미널 부지 등 시 보유 자산을 일부 매각하고 도시철도 2호선 완공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같은 '직접적인 방안'을 통해 총 1조5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4000억 원 규모의 현금 지출을 분산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9년 지방채 발행은 중앙정부 요청에 의한 것"

a  30일 오전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 재정 현황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

30일 오전 인천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인천시 재정 현황 및 대책' 발표 기자회견 ⓒ 인천시


"2008년부터 2010년, 시 재정은 지속가능성을 잃어 버렸습니다. 2008년과 2009년 사이 시 예산이 갑자기 1조 원이나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 정부는 지난 2009년 8386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5507억 원은 중앙정부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다른 경기 둔화에 대응하고자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재정지출 확대를 요청했고...(중략)

... 또한 과거 시 정부에서 지출해야 하지만 지출하지 않고 미뤄놓거나, 다른 회계에서 빌려 써버린 재정규모가 8500억 원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정상회계로 돌아가려면 이 8500억 원을 다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인천시 재정형편상 8500억 원을 한 번에 다 갚아서 정리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상황임을 알았습니다." (송영길 시장)


이날 인천시가 밝힌 재정 상황은 심각했다. 인천시는 먼저 "2009년 한 해에만 8386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예산 규모가 1조 원이나 늘었으며, 분식 결산 등으로 부족 재원이 8500억 원에 이른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인천시는 "반면 지방세 수입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인천시 지방세 수입은 4월말 기준 지난해 대비 1400억 원 이상 감소했으며 올해 말까지 3000억 원 내지 4000억 원의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한 해에만 약 1조2500억원 가량의 재정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여기에 2014년까지 특수 수요 등을 감안하면 약 7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면서 "유럽 등 세계 경제 위기 등 영향으로 지방세수가 격감한다면 다시 3000억 원 정도의 부족재원이 추가될 수 있다"고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아시아경기대회 건설 경비는 더 심각한 상황"

인천시는 2014년까지 계획된 대형사업 예산도 재정 어려움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에 전년 대비 5000억 원 이상 감액하며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 건설 및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으로 인해 대규모 지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우선 인천시는 총 2조1644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도시철도 2호선 건설사업과 관련 "2010년까지 대부분 국비로 건설되어 시의 예산 집행은 2010년 300억, 2011년 1200억 원에 불과했다"며 "약속한 2014년 완공을 위해서는 3년간 86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년에 3000∼5000억 원이 넘지 않는 가용 재원 규모로 단일 사업에 이런 규모의 재정을 투입한다면 다른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면서, 여기에 시 부담 예산이 총 1조9399억원에 이르는 아시아경기대회 건설 경비는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는 "경기장 건설비용 1조5190억 원, 지원본부 운영비 2426억 원, 조직위원회 운영비 1436억 원,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지원비 139억 원, 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 지원비 208억 원 등이 시가 부담해야 할 예산"이라면서 "이중 가장 많은 예산이 필요한 경기장 건설의 경우 100% 지방채 발행으로 마련하는데, 이 때문에 인천시 부채비율은 2010년 이미 37%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천시는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에 대해 부채 규제 수치를 80%에서 40%로 급속히 강화시킨 바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인천시는 경기장을 짓기 위해서는 지방채 발행이 필요한데, 지방채를 발행하면 재정위기단체가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6.8 공구 일부와 인천터미널 부지 처분할 것"

a  송영길 인천시장과 시의원, 군수, 구청장 등이 손을 맞잡고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과 시의원, 군수, 구청장 등이 손을 맞잡고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다짐을 하고 있다 ⓒ 인천시


이날 인천시는 인천 터미널 부지 처분 등 모두 8가지에 이르는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먼저 6.8 공구 일부 부지와 인천터미널 부지를 처분하여 총 1조2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시 보유 일부 자산을 처분, 약 3000억 원 내외를 확보하고, 부족 부분은 지방채 발행도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송 시장이 현금 유동성 위기의 주원인으로 지적한 도시철도 2호선의 경우는 그 완공을 2016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된 월미은하레일 사례를 거론하며 "4년이나 단축된 공기를 정상화하여 201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이를 통해 약 4000억 원 규모의 현금지출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시 자체적으로도 고통 분담에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최근 직원들의 수당을 삭감했으며,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의 예산 삭감도 예정돼 있다. 이와 같은 시 예산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올해 1200억 원을 절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서민복지, 일자리 창출, 투자 유치 등 관련 예산 세출 조정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경기대회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의 국비 지원을 계속 촉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송 시장은 "아시아경기대회는 국가차원의 책임"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 수준의 국비 지원을 중앙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인천시는 투자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세원 확보, 재정 종합 관리 시스템 구축과 외부전문가의 투융자사업심의 보강 등의 제도 개선, 국회 지방재정대책특별위원회 설치 등 중장기적인 대책도 내놓았다.

송영길 시장 "이제부터가 대장정의 시작"

한편 송 시장은 이날 '시민보고문'을 통해 올해 초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분식결산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송 시장은 "2012년 예산을 편성하며 당장 부채규모 40%를 넘길 것이냐 아니냐는 선택을 해야만 했고, 그래서 불가피하게 재정규모를 일정 정도 확대하여 외형상 부채비율을 줄여야 했다"며 "그 과정에서 지난 시 정부가 숨겼던 분식 결산상의 부족재원을 다 해소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 점 시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글로 이해를 구했다.

더불어 송 시장은 "책임을 미루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겠다. 시 재정위기의 책임을 남에게 미루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이제부터가 재정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다. 깊은 이해와 더욱 공고한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인천 #송영길 #도시철도 #아시아경기대회 #지방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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