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를 바라보며

톨레랑스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

등록 2012.06.01 20:47수정 2012.06.0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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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원칙과 상식 중에 '톨레랑스'라는 정신이 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참아보아 넘겨주고 상대의 의견에 존재의 자유를 부여하는 가치이자 철학이다. 이것은 철저히 주관적 인식론적인 관점에서의 톨레랑스이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참아보아 넘겨주고 상대의 의견에 존재의 자유를 부여하는 관용의 정신이 나의 생각이 소수파가 되거나 사회적 합의로 채택되지 않을 때 붕괴되는 대표적인 예가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일어났다.

조준호 대표의 머리채를 잡는 구당권파 여성당원의 톨레랑스는 아마도 5월 12일 중앙위원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에서 무너졌을 것이다. 상대의 머리채를 잡거나 단상에 올라 주먹을 휘두르고 고성을 지르고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은 이 주관적 인식론의 톨레랑스가 무너짐으로 인해서 나온 극한의 행동이었던 것이다.

결국 사회나 정당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진 세력들이 이런 주관적 인식론적 톨레랑스를 가지고 있다면 상대가 다수파가 되었을 때에 잠재적 폭력성을 내포한 불완전한 민주주의적 동거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면 누구보다 진보와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천착해왔고 진일보한 정신을 가진 시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12일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나의 세력이 주도권에서 밀려났음에서 나오는 현실적 괴리감과 박탈감에서 나온 행동이라는 정신과학적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의 생각이 옳다라는 주관적 인식은 어떤 반칙도 어떤 폭력도 스스로 합리화시키는 무서운 우상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시말해 남이 보기엔 폭력과 반칙이지만 자기가 인식하기엔 옳음을 관철시키고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주관적 인식론에서 벗어나 객관적 존재론으로 톨레랑스가 진화해야...

톨레랑스의 정신을 '내가 참고 보아넘긴다'라는 주관적 인식론에서 벗어나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객관적 존재론으로 전환시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조직의 권력을 조직 구성원에게 돌려주는 것과 동시에 한정된 정보와 한정된 경험에서 나오는 한쪽의 생각이 무비판적으로 관철되고 실행되는 오류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이다.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라는 의심의 사유는 자신의 오류를 수정하는 시작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시스템을 조직에서 완성시키는 기초이기도 하다. 서로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는 객관적 인식 또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존재론적 인식이야말로 다수파나 권력의 변화를 인정하고 조직의 결론이나 합의가 질서있게 실행되게 하는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본다.


볼테르의 톨레랑스를 에고이즘으로부터 해방시켜서 새로이 바라봤으면 한다. 나는 상대의 생각을 참고 보아넘기지만 상대는 나의 생각을 참고 보아넘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다. 조직이 정당이 그리고 사회가 나 또는 우리의 사유재산이 아니므로 주관적 인식에서 나오는 톨레랑스의 가치는 위험할 수도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관념은 현실을 제대로 진화시키는 추동력을 가지지 못하며 비현실적 자기 만족과 독선적 카타르시스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사상과 관념에 대해 독선을 가진 무리들이 파시즘이나 권위주의를 만들어낸 역사의 증거들을 잘 알고 있다. 나치의 히틀러나 스탈린의 권위주의는 결국 자신의 오류에 대한 자기성찰이 마비된 독선의 무리들이 저지른 광기의 역사들이다.


'상대의 생각을 참고 보아넘긴다'를 넘어서서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좀 더 넓은 범위의 톨레랑스를 생각해보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사태 #톨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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