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에서 자본주의 이후를 배운다

[저자와의 대화]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감수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록 2012.06.03 22:10수정 2012.06.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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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일 저녁 7시 30분부터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을 소재로 '저자와의 대화'를 갖고 있다. ⓒ 김동환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를 어떻게 세울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최초로 완역한 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이번에는 쿠바의 혁명 전사 체 게바라의 경제학을 소개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마르크스는 욕망과 필요가 충족되는 사회 꿈꿨다"

김수행 교수는 <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의 최종 감수를 맡았다. 저자가 아닌 그가 '저자와의 대화'에 나선 것은 그가 국내 유일의 마르크스 주의 경제학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1959년 쿠바에서 일어난 사회주의 혁명과정에서 체 게바라가 펼쳤던 여러 정책들을 심도있게 소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강의를 시작하며 마르크스 주의의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가 역사를 어떻게 보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했다. 그는 "마르크스는 인류역사가 여러가지 단계를 거쳐서 발전했다고 봤다"며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렸다.

"원시 노예제 사회에서 봉건주의 사회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로 진행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자본주의 사회이후에는 사회주의 사회가 형성된다고 마르크스는 보았지요. 자본주의 사회가 새로운 사회를 잉태하고 있고 이에 어떤 자극이 가해져서 '혁명'이 일어나면 사회주의로의 이양이 이뤄지는 셈입니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밝힌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자본가 계급이 생산 수단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다보니 자본가 계급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 모든 경제활동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철저히 소외되고 불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르크스가 꿈꿨던 사회는 이윤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과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되는 사회였다"고 말했다. 마르크스는 생전에 노동자들이 힘을 합쳐서 생산수단의 주인이 되고 불평등한 노동에서 해방되는 혁명이 일어나면 사회주의 사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쿠바는 어떻게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나

김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소련의 사회주의와 쿠바의 사회주의를 비교하며 설명했다. 소련은 사회주의를 추구했으나 그 과도기에서 뒷걸음질 쳐서 자본주의로 돌아갔고 쿠바는 아직 그 과도기 위에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1917년에 레닌이 소련에서 혁명을 일으킵니다. 이 시기 소련 노동자들은 대부분 소작농이었고 실력있는 노동자는 없었어요. 소련은 일찌감치 사회주의로의 이행에 실패했는데 그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인적 자원이 빈곤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혁명하기 어려워요."

김 교수는 "쿠바도 소련과 마찬가지로 혁명이 일어나면서 쿠바에 있었던 유명한 사람들은 모두 미국으로 건너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가 어떻게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놓은 게 이 책"이라고 설명했다.

소련은 쿠바 혁명이 진행되던 1960년대에 이전에 이미 시장을 통한 상품거래, 기업들의 이윤 추구, 노동자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 개별 기업의 독립채산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김 교수는 "체 게바라는 이런 요소들이 소련의 사회주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혁명 이후 국가의 주요 요직들을 거친 체 게바라는 '거대한 인민의 잠재력을 개발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기댈 만한 것들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런 체 게바라의 생각은 마르크스가 꿈꿨던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과 사실상 일치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이후에 올 새로운 사회의 모습으로 '개인들의 최대한의 발달을 목표로 하는 사회' 또는 '개인 각각의 자유로운 발달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달의 조건이 되는 평등한 사회'를 생각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체 게바라는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쿠바의 의료 복지 체계에 대한 연구개발 기구를 설립하고 새로운 임금체계를 고안하면서 노동자의 혁신과 발명을 장려했다. 그는 농업 기계화를 진두지휘 하면서도 사회적 노동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또한 사회적 임무로서의 노동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노동자 경영 참여를 위한 기구를 설립하는 등 오늘날 쿠바의 주요한 사회경제 구조 전반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한편 김 교수는 "최근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으니까 여러 사람들이 '시장 사회주의'라는 얘기를 하는데 그것은 형용모순"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목적이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시장은 사회의 불평등을 점점 강화한다"며 "우리들이 평등한 사회를 꿈꾸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해서 한번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강의를 마쳤다.
#김수행 #체 게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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