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토건 위주의 경제학이 가져다주는 후유증

등록 2012.06.11 15:38수정 2012.06.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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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경제가 회복하면서 서울 도심지에 부의 상징으로 솟아오르기 시작한 주상복합 아파트를 필두로 다시 건설토건은 거품을 먹고 성장해나갔다. 아파트 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하였고 월급쟁이들이 소득을 저축하여 살 수 있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 말았다.

국가와 시민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하는 기업이 조화를 잃어버리고 혼자 악성종양처럼 비정상적인 성장을 하는 모습들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건설토건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생산물들은 현재 한국의 경제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시민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경제는 반드시 병이 들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 아파트는 선택재가 아닌 필수재가 되어버렸다

경제에서 재화는 대체가능하며 선택의 폭이 넓은 선택재와 대체불가능하며 선택의 폭이 없는 필수재로 나뉜다. 선택재에는 주로 귀금속이나 장신구같은 사치재 그리고 공산품같은 편의를 위한 도구들이 있고 필수재는 의식주와 관련된 것들 그리고 사람을 통증에서 해방시켜주는 기초의료 같은 것들이 있다.

주택은 주거에 관한 재화이니 필수재가 맞지만 굳이 아파트에서 꼭 살아야 하는 법은 없다. 쉽게 말해 아파트가 아닌 일반주택이나 기와집에서 산다고 비나 바람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기능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파트는 대체가능하며 다른 주거형태의 선택이 가능한 재화임에도 어느 순간 한국에서 아파트는 대학처럼 필수재가 되어버렸다.

수요자에게 필수재라는 약점이 잡히는 순간 공급자는 가격을 올리기 시작한다. 약자는 국민이 되고 속된 말로 '못사서 답답한 사람'도 수요자인 국민이 된다. 가격의 증가는 끝을 모르고 올라가다가 결국 수요자의 구매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결국 수요자가 은행대출을 끼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재화가 된 것이다. 약점을 잡고 줄다리기의 우위를 점령한 공급자의 횡포가 결국 수요자의 다른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희생시키고 미래의 구매력까지 담보잡힌 채로 모든 경제능력을 아파트에 올인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구매 현상은 결국 필연적으로 내수의 위축을 가져온다. 수요자인 국민은 무한대로 여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부자가 아니므로 결국 주택 부동산에 물린 채 다른 상품의 구매를 줄여나갈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런 행태의 아파트 구매는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구입하는 가수요같은 측면이 있으므로 가격 상승이라는 실체가 없는 정신적 기대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하락의 폭도 커지게 된다. 정신적 기대치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바로 거품이 꺼지는 시점이며 마치 아무리 가격이 떨어져도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경제학에서의 기펜제같은 애물단지로 급변하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정말 이 정도로 많은 아파트가 한국에 필요한지 이 정도로 비싸야 하는지 의문이다. 아무튼 한국은 경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과도한 숫자의 아파트를 남긴 채 건설토건에는 엄청난 잉여가치를 안겨주었고, 국민에게는 엄청난 개인 부채와 더불어 구매력 감소라는 업보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금융기관에는 불황이 오면 금방 막혀버리는 개인 신용 불량이라는 후유증을 안겨주었다.

국민의 주머니에서 빼먹을 것이 없는 건설토건이 눈을 돌린 건 사대강 사업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영향은 결국 금융위기를 가져왔고 이 여파는 한국에도 미쳐 은행의 대출로 버텨가던 아파트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아니더라도 국민의 실질적 구매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아파트라는 상품은 언제 거품이 꺼질지 모르는 본질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그 시기를 앞당겼을 뿐.

이명박 정권의 출범과 더불어 아파트에서 더 이상 빼먹을 것이 없는 건설토건이 눈을 돌린 건 사대강 사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아파트보다 더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대강 사업이다. 주거형태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사는 주택이라는 가치는 제공을 한다. 그러나 홍수가 정말로 빈발하는 지류의 준설은 뒤로 미룬 채 범람이 일어나기도 힘든 본류 위주의 준설은 실질적 경제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시대강 주변의 지가만 올려주고 말았다.

아파트가 국민의 주머니에서 은행 대출과 함께 구매력을 빼았아왔다면 사대강 사업은 국가의 주머니에서 국가부채와 더불어 국가의 재정운용능력을 축소시키면서 온갖 단물을 건선토건에 갇다바쳤다.

아파트나 사대강의 예에서 보듯이 건설토건이 제공하는 일자리는 지속적이지 못한 일자리이며 결과물의 경제적 효용성도 낮다. 개인은 미래 구매력까지 담보를 잡혀가며 돈을 쏟아부었고 국가는 국가재정의 부담을 지면서까지 돈을 쏟아부었지만 현재 한국의 건설토건의 현주소는 그저 '물먹는 하마'일 뿐이다. 한국의 건설토건에 대한 국가와 시민의 통제가 부재인 현실이 낳은 부실 생산물의 좋은 예가 한국의 아파트와 사대강 사업이다.

시민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외면하는 한국의 건설토건

사치품이 아니라면 적어도 산업의 생산물인 재화가 국민의 주머니 수준을 넘어서버리는 것은 국민을 위해서도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은 아니다. 아파트의 예에서도 봤듯이 이런 재화들이 필수재가 되어버리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신의 신용과 미래구매력을 담보로 도박을 하며 소비하게 된다. 이런 소비의 패턴은 불황이 닥쳐오면 거품붕괴의 원인이 되며 불황이 아니더라도 다른 분야의 소비를 위축시킨다. 그럼에도 한국의 건설토건은 아직도 대형 고급 아파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사대강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생산의 결과물이 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최대의 잉여가치를 얻을 낼 수 있는 곳이면 한국의 건설토건들은 너도나도 달려들기 시작한다. 국가 경제에 비해 필요 이상의 동력들이 건설토건으로 몰려들었고 앞으로 이런 불균형들은 필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는 생물이다.'라는 이 명제는 기업과 시민 그리고 국가간의 상호 관계에도 적용되는 명제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시민을 배려하지 않는 기업은 암세포처럼 국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거대 조직으로 비정상 성장을 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의 대표적 악성 종양에는 삼성,현대 등으로 대표되는 재벌들 이외에 이런 건설토건도 포함이 된다. 국가 경제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시민이 필요로 하는 재화를 외면하고 최대의 잉여가치를 뜯어내는 재화에 집착하는 한국의 건설토건을 방치한다면 결국 국가부채의 증가 그리고 개인부채의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와 시민을 건설토건의 비정상적 성장에 볼모로 잡힌 채 경제적 중병에서 헤어나오질 못할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결국 암세포의 성장도 멈추고 같이 죽는다. 시민과 국가가 없으면 기업도 죽는다. 기업이 시민과 국가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치료를 해야만 한다. 시민적 합의에서 나온 민주적 정치권력이 국가와 시민을 살리기 위해 집도의로서 제 역할을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부동산 거품 #사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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