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에 개 끌고 오지 맙시다!

이유 있는 타박

등록 2012.06.10 17:21수정 2012.06.1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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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현충원을 찾은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는 모습 ⓒ 홍경석


평소 도전하는 걸 좋아합니다. 특히나 그 장르가 글짓기 내지 백일장의 성격이라고 하면 가급적 더욱 '신나게' 도전하는 편이죠.


대전지방보훈청과 대전중구문화원이 공동주최하는 '제57회 현충일 및 호국. 보훈의 달 기념 제27회 호국백일장 및 사생대회'는 10일  오전 10시부터 국립대전현충원의 현충문 앞에서 시작한다고 했습니다.

어제는 야근이었기에 오늘 아침 8시가 안 되어 후임자와 교대를 했지요. 그리고는 근처의 식당에서 해장국을 한 그릇 사 먹고 현충원으로 곧장 갔습니다. 시간이 30여 분 남았기에 매점에 가서 커피를 하나 사 마시며 기다리려니 한 아가씨가 개를 끌고 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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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웬 아가씨가 끌고 온 개가 양말도 벗겨지고 똥까지 쌌다 ⓒ 홍경석


순간 '다른 곳도 아니고 경건해야 마땅할 현충원에까지 웬 개를 끌고 왔을까?' 싶어 솔직히 맘이 불편했습니다. 한데 아니나 다를까. 개에게 신긴 양말이, 개가 마구 오두방정을 떠는 바람에 한 짝이 그만 저만치로 휙~ 하니 벗겨져 날아가 버리더군요.

뿐만 아니라 똥을 싸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 모습을 본 한 아줌마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가씨, 개 양말 벗겨졌슈~ 그리고 얼른 똥 치워유!" 아가씨는 서둘러 똥을 치우고 개에게 양말까지 신겼습니다.

그렇지만 아가씨는 개를 현충원에 데리고 온 '죄'로 말미암아 이번엔 또 다른 지청구를 자초하기에 이르렀지요. 매점으로 들어서던 현충원 직원 중 한 분이 이유 있는 타박을 한 것이었습니다.


"현충원은 경건하게 사람들만 와서 참배해야 하는 장소거늘 하지만 왜 애꿎은 개까지 끌고 오는지 당최 모르겠네!"

그 말에 아가씨는 아무 소리조차 못 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 아가씨처럼 개 혹은 강아지를 데리고 온 사람들은 또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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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일장 시작 전에 현충문에서 참배하는 장면 ⓒ 홍경석


개를 사랑하는 건 개인적 기호이며 또한 권장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주지하듯 국립대전현충원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과 순국선열의 유해. 유골 안장 및 생전의 업적 추모를 위해 조성된 국가사업시설물입니다.

대전현충원은 서울특별시 동작동 소재 국립현충원의 안장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1979년 4월 1일 착공해 같은 해 8월 29일 국립묘지관리소 대전분소로 출범하였습니다. 1985년에 국립묘지를 준공한 뒤, 1991년엔 국립묘지대전관리소 승격을 거쳐, 1996년 6월 1일에 이르러 지금의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름을 변경하였다고 전해집니다.

따라서 이곳을 찾는 거개의 사람들은 경건하고 숙연하며 심지어 일부의 유족들은 슬픔에까지 젖어있는데 하지만 난데없이 개 짖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린다손 치면 얼마나 황당하겠습니까!

사람은 매사를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보는 시각을 지녀야 합니다. 현충원에 다시는 개를 끌고 오지 맙시다!
#현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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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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