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목사들은 시무했던 교회를 떠나야 한다

[주장] 십자가 충만한 사리사욕? 이러면 한국에 예수는 없다

등록 2012.06.16 19:36수정 2012.06.1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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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지난 12일 교회 세습의 1호격인 충현교회 김창인 원로목사가 지난날 교회를 세습한 게 일생일대의 잘못이었다고 공식적으로 회개했다. 

사례2. 교인수 8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단일교회로는 가장 큰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다른 교회를 차리겠다"고 선언하자, 순복음교회 의혹조사특위는 곧장 해체됐다. 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영훈 목사가 조사특위 해체를 지시한 것은 조용기 원로 목사의 폭탄선언이 나온 지 10일이 지난 뒤에 이뤄진 것이다.

충현교회 세습문제나 순복음교회 조사특위 해체사건이나 모두 '원로목사'들이 개입돼 있다. 원로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벼슬, 덕망이 높은 사람' 혹은 '오래 그 일에 종사하여 공로가 있는 나이 많은 사람'이다. 대부분의 교회에서는 정년 은퇴를 하는 목사 중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교회에 시무한 공로가 있거나 지대한 공헌을 한 목사를 '원로 목사'로 우대하고, 교회에서 일정 예우를 갖춘다. 물론, 그 예우는 교회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목사의 종류, 얼마나 많은지 아시나요

일반적으로 '목사'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목사를 주로 떠올린다. 그러나 개신교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목사직이 있다(아래 상자 참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목사는 '담임목사'나 '전도목사'다.

목사의 구분
▲ 담임목사 : 당회가 구성된 조직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당회가 조직된 교회를 조직교회라고 하며, 당회는 장로와 목사로 구성된다).
▲ 전도목사 : 당회가 구성되지 않은 미조직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
▲ 부목사 : 담임목사를 도와 한 교회의 목회사역을 분담하는 목사.
▲ 협동목사 : 목사직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지만 교회출석을 하면서 일정정도 그 교회에서 봉사를 하는 목사(교회법상의 직은 아니다).
▲ 무임목사 : 임지가 없는 목사(3년 무임목사면 목사직이 박탈된다).
▲ 기관목사 : 학교나 병원 혹은 종교기관이나 특수한 유사기관에서 시무하는 목사로 교목(학교), 원목(병원) 등이 있다.
▲ 원로목사 : 정년을 은퇴한 목사로 담임하던 교회의 공동의회에서 결정한다.
▲ 명예목사 : 정년 은퇴를 했으나 은퇴하기 직전의 교회의 재임기간이 짧은 경우나 은퇴 후 출석하는 교회에서 별다른 예우가 없는 경우.


나는 나이가 들어야 할 수 있는 원로목사와 명예목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거쳐봤다. 교단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교회법상 목사는 이중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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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십자가 사진 ⓒ 강민수

그런데 원로목사의 문제는 교회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경우보다는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은퇴한 후에도 끊임없이 교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경우 청빙된 담임목사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담임목사가 원로목사의 의견을 따라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에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폭탄 발언 후 담임목사인 이영훈 목사가 조사특위 해체를 결정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원로목사가 되면 그 교회를 출석하지 않고 다른 교회에 출석해 임직하던 교회에 전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지혜로운 목사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전관예우에 해당되는 '사례비' 문제다. 퇴직금과 심지어는 은퇴 후 살 수 있는 사택까지 마련해줬음에도 매달 일정액의 사례비를 주는 경우도 있다. 재정적으로 큰 교회야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재정적으로 열악한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적인 문제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은퇴 후에도 매달 일정의 사례비가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원로목사들은 시무했던 교회를 떠나야

원로목사가 원로다운 행동을 보여주려면, 담임목사가 청빙된 순간부터 담임목사가 전적으로 그 교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가장 지혜로운 선택은 주일 예배조차도 다른 교회에 참석하면서 시무하던 교회와의 완전하게 자신을 단절시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원로목사가 한 마디는(그것이 옳은 말이거나, 담임목사가 정말 잘못된 목회를 할 때에는 유용하겠지만), 담임목사의 신학교 선배라는 이유 말고도, 여전히 교회에서 원로목사를 추종하는 이들이 있으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정년 은퇴를 하는 나이는 노년의 나이며, 노년이 되면 판단능력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두드러지는 시기가 노년기인 것이다. 원로목사의 말에 문제가 있어도 우리 사회의 관습대로 '어른 대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가장 원로다운 행동, 그것은 은퇴와 동시에 자기가 시무하던 교회에서 떠나는 '쿨한 목사'라 생각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이 본질적인 진리가 훼손된 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기가 크게 부흥시켜 놓았으니 자기뿐 아니라 가족 친족까지도 골고루 누려야겠다는 심보나, 아들이나 사위에게 교회를 물려주려는 심보 모두 교회를 하나님의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밥벌이 정도로 생각한 결과인 것이다.

교인들을 현혹해서 헌금을 하게 하고, 그 헌금을 하나님의 일이 아닌 사리사욕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능력으로 생각하는 목사들과 교회들이 판을 친다면? 단언컨데 한국교회에 예수는 없다.

지역사회 문제를 외면하는 교회, 교인들의 삶이야 퍽퍽하든 말든 제 배만 불리는 목사, 역사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기도하기 보다는 자기의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반공강연을 설교라고 착각하는 목사..

예를 들자면 참 부끄러워 말 못할 목사들과 교회들이 판을 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런 곳으로 교인들이 몰리고, 그런 교회와 목사들을 양산해 낸다는 것이다. 아니, 이상한 일이 아니라 진리를 향해 가는 길은 '좁은 길'이요, 멸망을 향해 가는 길은 '넓은 길'이라는 성경 말씀이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교회 갱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교회의 갱신을 부르짖는 이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모범적인 교회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끊임없이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대상이 돼버렸다. 그렇게 된 데에는 대형교회와 대형교회 목사들의 책임이 크다. 그들의 잘못을 한국의 모든 교회들이 나눠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회개하지 않는다. 회개라는 말을 빌리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도 회개가 아니라 자기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는 목사만 찾아다니는 교인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신앙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착각하는 교인들도 많다. 성경이 캐논이 아니라, 자신이 캐논이 돼 자신의 신앙노선과 다르면 배척한다. 이런 교인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목사들 또한 문제다. 오직 말씀만 전해야 하는데 그들의 구미에 맞게 말씀을 재해석(?)한다.

예를 들면, '장로 대통령'이 출석하시는 그 교회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찬성하는 설교는 선포됐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얼마나 반 성서적인지에 대해서 선포된 설교는 없었을 터다. 그러니까 지금 대부분의 한국교회에서는 '오직 말씀'이 선포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교인들의 귀를 만족시켜주는 설교가 횡횡하고 있는 것이다.

교회 갱신을 외치는 그룹이나 교회 혹은 단체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말과 행동의 불일치 때문이다. 그들도 그들을 비판하는 이들도, 우리 사회가 말로만 사랑하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교회 갱신,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할까 '나부터?' 너무 추상적이다. 분명한 것은 목사가 먼저 교회갱신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겠지만, 깨어있는 교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교회는 자업자득의 과정을 걷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사이비 목사들이 사이비 교인들을 너무 많이 양산해서, 하나님의 이름, 예수의 이름만 있을 뿐 하나님과 예수가 없는 그런 사교집단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하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한국기독교 장로회 소속 목사이며, 현재 대안교회 '들풀교회'의 목사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작은 교회를 추구하며 자비량 목회(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는 목회)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일반 샐러리맨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한국기독교 장로회 소속 목사이며, 현재 대안교회 '들풀교회'의 목사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교회가 아닌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작은 교회를 추구하며 자비량 목회(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는 목회)를 하고 있다. 평일에는 일반 샐러리맨들과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 #교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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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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