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들고 구청이 쏜다' 광주 광산 새로운 모델 시도

주민참여 대표도시 표방한 광산구... 주민들, 기대 속 일부 우려도

등록 2012.06.20 17:03수정 2012.06.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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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가 진보, 참여가 민주주의 입니다".
"참여가 지역을 바꿉니다. 참여가 세상을 움직입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장 민형배)가 발행한 웹진 <풀뿌리 엽서>의 헤드라인이다.

올해 광산구의 핵심 정책이자 열쇳말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일상적인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광산구를 주민참여의 대표도시로 육성하겠다"며 "주민의 일상적인 참여와 자치가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다"고 밝혀왔다.

이에 따라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일상적인 참여를 활성화 하기 위해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 '주민참여 플랫폼' 조성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주민이 직접 사업 기획하고 집행 참여...구청은 행·재정적 지원에 무게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주민참여 대표도시'를 표방하며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주민참여 모델이 관심이다. 광산구는 올해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도시형 어린이놀이공원팀의 기획회의 모습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가 '주민참여 대표도시'를 표방하며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주민참여 모델이 관심이다. 광산구는 올해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주민참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은 도시형 어린이놀이공원팀의 기획회의 모습이다. ⓒ 강성관


특히 광산구는 '우리 동네, 내가 만들고 구청이 쏜다'는 캐치플레이즈를 실현하기 위해 실제 주민들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직접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 체제를 모델화 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주민이 기획하면 구청은 실제 사업계획이 집행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하고 평가 역시 주민들이 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광산구는 지난해 주민예산제를 통해 이러한 시도를 추진한 바 있다. '주민참여 제안대회'를 개최하고 월곡1동 주민들이 제안한 문화둘레길·송정2동의 송정매일시장 만남의 광장·수완동의 고래실공원 테마공원 등 17개 사업을 선정했다.

광산구는 이들 사업을 집행하는데 모두 2억 7000여 만 원에 이르는 예산을 배정했다. 규모면에서는 극히 일부지만 단체장의 권한인 예산편성권 일부를 주민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올 3월 광산구는 정책과 사업의 기획·집행·평가 그리고 예산편성 과정 등에서 주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민참여기본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민형배 구청장은 "자치가 진보이고 참여가 민주주의"라며 "내 마을, 내 지역의 일을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자치공동체를 꿈꾸고 있다"며 "주민이 참여하면 같은 돈을 들여 일을 하더라도 보다 효율적풍부풍부하게 보다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 '주민참여 대표도시' 표방... 주민 제안사업에 예산 반영해 추진

광산구가 주민참여기본조례 제정 이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업은 도시생생 아카데미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아카데미나 강좌의 경우 일회성 '행사'의 성격이 강하다. 수료증을 수여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끝난다.

반면 광산구가 지난 4월부터 6월 15일까지 2달 여 동안 진행한 도시생생 아카데미는 주민들이 현장 조사와 선진지 답사 등을 통해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참여 주민들은 농촌체험관광팀, 전통시장활성화팀, 도시형 어린이공원팀 등 3개 팀으로 나눠 여러 차례 기획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농촌체험관광팀이 본량중학교 폐교를 활용한 꼬마농부 상상학교 사업 기획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업 구상에 앞서 인근 지역의 자연환경 등 관광자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농촌체험관광팀이 본량중학교 폐교를 활용한 꼬마농부 상상학교 사업 기획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업 구상에 앞서 인근 지역의 자연환경 등 관광자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강성관



지난 15일 광산구청 상황실에서 아카데미 수료식과 함께 각 팀별 사업계획서 발표 시간을 갖었다. 이날 발표에서 농촌체험관공팀은 본량중학교 폐교를 활용해 광주권 체험학습 시장을 겨냥해 '꼬마농부 상상학교' 계획을 내놨다.

상권활성화팀은 송정5일장 등 송정역 인근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제시했고 도시형 어린이공원팀은 각각 운남동과 신가동 어린이놀이터 조성 계획을 제안했다.

 농촌체험관광팀 주민들이 본량중학교 폐교를 활용한 꼬마농부 상상학교 사업 구상을 위해 본량중학교 폐교를 현지답사했다.

농촌체험관광팀 주민들이 본량중학교 폐교를 활용한 꼬마농부 상상학교 사업 구상을 위해 본량중학교 폐교를 현지답사했다. ⓒ 강성관


광산구는 주민들이 이날 제안한 사업에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제 예산을 반영,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용선 광산구 정책개발팀장은 "기존의 주민참여 사업은 공청회나 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였다"며 "도시생생 아카데미는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에 실제 예산을 배정해 추진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기획하고 계획안 실제 집행되도록 구청은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사업 집행 역시 주민들의 주도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민형배 청장은 "도시생생 아카데미는 주민참여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 것"이라며 "주민들이 제안한 사업계획서를 실제로 집행하도록 추진할 것이다. 이 사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스며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 실질적 참여에 기대감 속 일부 우려도... 새로운 주민참여 모델 만들까

 주민들이 직접 구상해 만든 도시형 어린이공원 모형.

주민들이 직접 구상해 만든 도시형 어린이공원 모형. ⓒ 강성관


광산구는 아카데미를 주관한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팀과 함께 이날 발표한 사업 제안서를 구체화할 계획이다. 광산구청 기획팀에 따르면, 운남동·신가동 어린이공원 사업은 구비를 확보해 추진한다.

또 본량동 폐교를 활용한 꼬마농부 상상학교 사업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농촌체험관광육성 공모전에, 재래시장특화사업은 중소기업청 주관 전통시장활성화 공모전에 참여해 사업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송정5일장 등 송정역 인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 기획회의 모습.

송정5일장 등 송정역 인근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사업 기획회의 모습. ⓒ 강성관


특히 광산구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주민이 기획하고 집행 및 평가를 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정진수(48·광산구 우산동)씨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아카데미의 취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왔지만 비전문가인 우리도 지역을 위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됐다"며 "직접 사업계획서를 제안하기는 처음이어서 실질적 참여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가 제대로 보장 될 지 아니면 일회성 전시효과로 끝날 지 지켜봐야겠다"며 "예산 지원을 해 주었다고 주민들이 관의 눈치를 보게 하면 이 사업은 안 될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미숙(신가동)씨는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형식적으로 참여시킨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말에 귀를 기울리는 모습에서 책임감과 주인의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다른 주민들과 함께 공부하고 기획회의 하면서 많이 배웠고 실질적인 참여를 경험했다"고 평했다.

백필선씨는 "민관이 불필요한 논쟁없이 건설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는 처음인 것 같다"며 "지역의 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외면하면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생각도 들었고 일회성으로 끝내지 말고 다른 분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바랐다.

이갑성(48·광산구 월곡동)씨 역시 기대감과 함께 전시행정으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우려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전 과는 주민들의 참여 폭과 내용이 상당히 진전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아카데미 마치고 끝날 일이었다면 주민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팀에서 한 두 분은 사업 집행 과정에 계속 참여하고 싶어하는데 일회성 의견수렴인지 생색내기로 끝나는 것인지 확신이 없더라"며 "주민과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민들의 반응에 광산구 한 관계자는 "도시생생 아카데미는 주민참여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사업 집행과정에서도 주민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며 "가시적 성과가 보이면 적극적인 주민 참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참여 대표도시'를 표방하고 나선 광산구가 새로운 주민참여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주민참여 #광주광역시 광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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