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주재 한국대사관 앞의 네팔 여성 시위대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6] 한국으로 가는 네팔 사람들

등록 2012.06.29 10:34수정 2012.06.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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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주재 한국대사관 앞 시위 네팔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네팔여성들, 이들은 지난 2010년 한국어능력시험 합격자들 ⓒ 먼주 구릉(사가르마타 텔레비전 기자)



누군가에게 꿈을 준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꿈이 받았다 빼앗기는 떡같은 것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우는 아이에게 초콜렛을 줬다가 울음이 그치자 다시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네팔인들에게 한국어능력시험은 꿈과 같다. 그리고 합격한 사람들은 절망적인 자신의 처지에서 구원의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생각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네팔주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10여 명의 여성이 '한국에 가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시위라 한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0년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고도 아직 한국에 가지 못한 여성들이 주도했다고 전해졌다. 그들은 시위를 마치고 한국대사관에 자신들을 한국에 갈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을 전했다.

이번 시위관련 소식은 네팔 텔레비전과 라디오 뉴스에서도 전해졌다. 지금까지 2010년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남자들은 모두 한국에 갔으며, 여성합격자 350명 중 남은 50명이 이번 시위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것은 이번 시위를 벌인 사람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1만5천 명이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했다. 당초에는 이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으나 시험 응시(5만여 명) 원서가 접수된 이후 한국으로 송출될 인원이 갑자기 1만5천 명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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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웃음 지난 월요일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는 한 이주노동자가 자신의 꿈처럼 밝은 웃음을 웃고 있다. 한국에서 그의 웃음이 더 빛나기를 기대해본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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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가는 이주노동자들 지난 월요일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하고 일정기간 훈련을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비행기에 오르기 위해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에 줄지어 섰다. 빨간 모자를 쓴 이주노동자들 ⓒ 김형효



당시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 현상이 매우 놀라운 소식으로 연일 보도됐다. 네팔 쳥년들의 꿈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뉴스로 당시 네팔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소리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네팔 사람들은 '두고 보자'는 심정인 듯하다. 나쁘게 말하자면 '어떻게 나오는지 한 번 보자'라는 느낌이다. 사실 네팔인들의 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한 이해는 불충분한 부분도 있다. 합격만하면 모두 한국에 곧장 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기대를 부풀려놓고 기대를 져버리는 것일까'라고 안타까워했다. 후일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한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후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네팔뿐 아니라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르는 대부분의 나라가 모두 적정 인원을 뽑는 시험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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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장에 이주노동자 가족과 작별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꿈을 향해 발길을 돌리는 한 이주노동자가 배웅 나온 지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형효




한국에 가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시험을 치르기 전 각 분야별로 지원한다.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사람들은 한국에서 구인을 원하는 회사에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자의 이력서를 해당 업체에 보낸다. 그 때 해당 업체가 원하는 사람에 대해 네팔에서의 간단한 훈련, 그리고 신체검사 등을 거친 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한다. 그런데 어떻게든 한국에 가고자 하는 열망이 큰 네팔 사람들이 세세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하기 보다는 우선 합격만 하면 한국행 티켓을 거머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는 시험을 치르기 전이나 후에도 관리차원에서 적극적인 홍보에 관심을 쏟으면 어떨까.

외국인에게 꿈을 주고 내국인에게 절망을 안기는 정책이 생기지 않길 기대한다. 나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일해 꿈을 이루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 수많은 노동자들이 혹여 한국인의 노동시장을 교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이 크다. 매년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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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로 떠나려던 이주노동자 한 맨파워(인력송출업체)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떠나려던 이주노동자들이 비행기를 놓쳐 허탈해하고 있다. 해당 인력송출업체가 여권을 뒤늦게 가져와 출국을 못했다며 항공사와 이야기 중이란다. ⓒ 김형효



그만큼 새로운 인력을 충당할 만큼 한국의 산업이 활기있는 것일까. 혹시 내국인의 일자리를 그들이 대신하는 경우는 아닐까. 만약 내국인의 일자리를 대신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은 정상적인 이주노동자의 기능보다는 한국의 노동자들과 노동의 대가로 가격 경쟁을 하는 형국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 내부에 사회문제를 일으킬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안게 되는 일이 될 수 있다. 이미 팽창할 대로 팽창한 외국인 이주노동자 밀집지역에서 그런 부작용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이주노동자 #한국대사관 앞 시위 #한국어능력시험 #네팔 카트만두 #네팔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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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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